구찌」가 컬러로 돌아왔다. 할리우드 연예인만큼이나 주목받던 스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톰 포드 시절, 블랙과 화이트로 고급스런 섹시함을 자랑하던 「구찌」. 그 얼음 같은 관능을 자랑했던 「구찌」는 이제 플로럴 프린트로 대변되는 프리다 지아니니의 지휘 아래 생동감 있는 봄날을 맞이했다.
지난 몇 년간 각종 매체에 등장한 광고에 ‘Gucci by Tom Ford’를 내세웠던 「구찌」는 브랜드 경영관에 대한 알력이 시작되자 Tom Ford라는 글자를 광고에서 떼어냈고, 세기의 커플의 이혼 소식만큼 요란한 결별로 패션가를 장식하며 톰 포드의 흔적을 밀어내려 했다. 특히 톰 포드가 떠난 이후 포스트 톰 포드의 「구찌」 여성용 레디투웨어 디자인을 지휘해 온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레산드라 파치네티를 두 시즌 만에 급작스럽게 내몰고 「구찌」의 액세서리를 지휘해 온 프리다 지아니니를 전격 영입하면서 「구찌」는 톰 포드 털어내기 작전의 마지막 작업을 완료했다.
일각에서는 액세서리 부문을 「구찌」 매출의 일등공신으로 키워낸 프리다 지아니니가 레디투웨어까지 「구찌」의 이미지를 결정짓는 파워 디자이너로 자리잡으면서 ‘Gucci by Tom Ford’가 ‘Gucci by Giannini’로 항로를 돌렸다고 말하고 있을 정도다. 그런 만큼 그녀에게 시선이 쏠린 것은 지극히 당연한 현상.
블랙은 가고, 멀티 컬러 오고…
전임 디렉터 알렉산드라 파치네티가 톰 포드의 전통을 이어나가되 보다 접근하기 쉽고 입을 만한 옷을 만든다는 평가를 받은 데 비해 톰 포드에게 픽업되어 「구찌」 액세서리를 지휘해 온 지아니니는 블랙과 화이트가 주류를 이룬 「구찌」 레디투웨어와는 별개로 화사한 플로럴 패턴을 도입한 핸드백을 디자인, 급속도의 매출성장을 이뤄냈다.
이처럼 상반된 성향을 갖고 있는 만큼 지아니니가 여성 레디투웨어를 어떤 이미지로 이끌지 관심이 집중되었고, 드디어 선보인 2006 봄·여름 「구찌」 여성복 컬렉션은 톰 포드와의 결별을 다시 확인시킨 ‘Gucci by Giannini’의 무대였다.
블랙 라커가 지배하던 무대는 세련된 우드 바닥으로 교체되었고 클래식한 「구찌」의 분위기를 전달하는 타이트한 블랙 시가렛 팬츠와 캡 슬리브 박시 재킷 등 몇몇 아이템을 제외하고는 지아니니의 대표작 ‘플로럴 핸드백’을 연상시키는 화려한 멀티 컬러 아이템이 무대를 채웠다.
다양한 컬러의 셔츠를 시작으로 푸시어, 에메랄드그린 빛의 백리스 데이 드레스, 캐더린 햅번 시절의 할리우드 분위기를 전달하는 꽃무늬 롱 드레스는 변화된 「구찌」 디자인의 정수라 할 만큼 관능미를 다가가기 쉽고 모던하게 재해석해 심플한 섹시미마저 풍겼다. 브라운, 오렌지, 옐로우 꽃무늬 수영복과 스커트 등 1970년대 풍 아이템 또한 톰 포드가 이끌었던 도전적인 관능미, 혹은 ‘상복 속의 섹시함’과는 차별되는 편안하고 화사한 지아니니의 「구찌」를 보여준 아이템.
한마디로 말해서 ‘Gucci by Giannini’는 ‘나의 세계는 너와는 다르다’는 톰 포드식 관능미와 품격, 색채는 사라지고 좀더 여성적이고 편안한 상업적인 무대라 할 만했다.
혹평과 긍정 사이
그렇다면 세계 패션계는 이번 컬렉션을 어떻게 평가할까.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던 탓인지 패션 비평가들은 하나같이 그녀의 무대를 ‘기대 이하의 무대로 실망스러웠다’며 평가절하했고, 삭스피브스애버뉴백화점으로 대변되는 美 고급 유통가는 ‘공격적인 관능미가 유연해진 봐줄 만한 무대’라는 모호한 입장을, 나이만마커스백화점 관계자는 ‘잡스러운 졸작들’이라고 표현하며 지아니니의 컬렉션에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여전히 패션을 예술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려는 패션 비평가들과 ‘소비자에게 어필하고 팔릴 수 있는’ 관점에서 컬렉션을 바라보는 유통가가 거의 한 목소리로 지아니니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낸 것은 ‘Gucci by Tom Ford’ 특유의 공격적 관능미와 자신감을 떨쳐낼 ‘파격적인, 혹은 마음을 사로잡는 무언가’가 빠져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구찌」의 이번 컬렉션을 두고 ‘럭셔리 하우스 특유의 도전성과 창의성을 볼 수 없는, 젊은 층에 어필하기 위해 이것저것 늘어놓는 하이스트리트 브랜드 수준’이라는 혹평을 내놓았을 정도.
한 가지 확실한 점은 지아니니의 컬렉션이 구찌 그룹의 CEO 로버트 폴렛이 여러 차례 강조해 온 ‘팔리는 럭셔리’, ‘매
예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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