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트 있는 문구나 섹시한 대화, 정치적인 문구까지 다양한 의사를 표현하는 슬로건 티셔츠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은 가운데 일부 패션메시지가 정치적인 편향성, 여성의 성적 비하, 인종차별적 분위기를 조장하는 도구로 이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다양한 필체와 컬러, 소재를 도입해 티셔츠나 셔츠, 재킷의 분위기를 생동감 있게 바꿔주는 패션 메시지가 이 같은 논쟁에 직면한 이유는 무엇일까?
성적 분위기 조장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특정한 메시지가 신체의 특정 부위에 위치하도록 제작된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여성의 가슴 한가운데나 한쪽 가슴 혹은 엉덩이 포켓 부위에 눈에 띄는 색상으로 “Gorgeous”, “Sexy”, “Hot Kiss”, “Virgin” 등의 문구가 프린트되어 있으면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그 옷을 입은 여성은 성적으로 ‘접근하기 쉬운’ 인상을 풍기게 된다. 물론 “Beautiful”이나 “Angel” “Magical” 등의 단어는 순수한 이미지로 해석될 수 있지만 그 단어의 위치나 색상, 문체, 보는 사람의 해석에 따라 성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 “French kiss” 나 “Squeeze” “boy toy” 등 노골적인 문구를 신체의 특정 부위에 집중 표기하거나 10대를 타겟으로 한 의류에 선정적인 문구를 넣는 데 대해 패션계의 자성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소비자들의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남성들이 성적인 문구가 쓰여진 의류를 입은 여성을 보면 ‘만만하다(?)’고 인지한다는 통계가 나오고 있어 일부에서는 성적인 문구와 충동적인 성범죄의 연관성을 연계시키는 연구가 진행될 정도.
10대 소비층 유인 수단
문제는 성적으로 호기심이 높은 10대들 사이에서 이 같은 ‘섹시한 메시지’ 트렌드가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이다. 브리트니스피어스, 크리스티나아길레라 등 연예인들의 노출패션에 익숙한 이들은 섹시한 문구가 담긴 스웨터와 벨트는 물론 백과 스카프 구입에 기꺼이 돈을 지불하고 이를 ‘매력적인 것’으로 여기는 경향이 높다. 그런 만큼 파워소비집단으로 등장한 10대 포섭에 혈안이 된 어패럴업체들이 “I am delicious” “Do ya wanna try?” “Guess what’s in- side” 등 보다 자극적이고 노골적인 문구를 통해 이들을 소비층으로 끌어들이는 데 혈안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일.
업계에서는 10대들이 원하기 때문에 ‘고객 욕구 수용’ 차원에서 메시지를 넣고 있다고 책임을 회피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패션계와 연예/방송계의 은밀한 공모 속에서 10대들의 성적도구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일종의 음모론을 펼치고 있다. 방송매체를 통해 선정적인 옷차림을 멋지게 여기도록 학습된 10대들이 선정적인 메시지가 담긴 의류를 통해 욕구를 분출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음모론에 더욱 설득력을 주는 것은 10대를 주 타겟으로 한 업체들이 브랜드 명 자체에 성적인 이미지를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쥬이시꾸띄르(Juicy Couture)」 「포르노스타(Porno Star)」 「조조(XoXo)」 「핫키스(Hot Kiss)」등의 브랜드명은 작명의 자유성을 논하기에는 성적인 이미지가 너무 강하다. 실제로 「쥬이시꾸띄르」나 「포르노스타」가 브랜드 명이라는 것을 알고 있더라도 “Juicy” 나 “Porno”라는 로고가 티셔츠나 재킷, 스웨터의 가슴 부위나 등, 힙 포켓의 장식 문구로 쓰이면 노골적인 성적 상상을 부추길 수밖에 없는 상황. 따라서 이들 브랜드들은 처음부터 선정성을 10대들을 포섭하는 마케팅 수단으로 삼고 있다는 비난을 회피하기 힘들다.
이런 와중에 성적메시지에 반대하는 부모들과 성적메시지를 ‘섹시’한 또래 집단의 패션 트렌드로 여기는 자녀간의 충돌이 벌어지면서 어패럴업계가 부모와 자녀의 갭을 의도적으로 조장, 해당 브랜드를 10대를 대변하는 ‘탈출구’로 미화시켜 매출을 유도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성상품화의 정당화
자극적인 문구를 통한 10대들의 성적개방화가 가져올 또 다른 문제는 여성의 상품화가 정당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성적 상상력을 일으키는 자극적인 메시지의 99%는 여성용 의류에 등장하고 있어 소비자의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는 어패럴업체들이 여성을 ‘성적인 대상’으로 고착시키는 데 혈안이 된 모습이다. 이같은 풍조는 10대 소녀들에게 은연중에 ‘여성은 남성의 시선을 즐긴다’, ‘여성은 남성의 시선을 위해 옷을 입는다’, 나아가 ‘여성의 신체는 남성에게 즐거움을 주는 대상’이라는 남성 중심적인 사고를 수긍하게 만들고 ‘섹시한 것이 곧 인기’라는 말초적인 사회현상을 이끌어낼 수 있다. 또한 “Wanna see what’s inside” 혹은 “Tastes good” 같은 문구가 새겨진 옷을 입은 소녀들이 남성들의 성적 농담이나 접근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떠맡게 되는 상황이 왕왕 벌어진다. 성범죄
예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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