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들의 브랜딩(branding) 사업의 끝은 어디일까?
라이선스를 통해서, 혹은 직접 새로운 분야로 가지를 뻗치는 디자이너들의 ‘이름 내기’ 작업은 어패럴을 벗어나 호텔, 심지어 위스키 시장까지 폭넓게 뻗어가고 있다. 잘만 하면 돈도 되고 ‘이름도 낼 수 있는’ 브랜딩 작업에 대해 일부에서는 ‘정통성’이 취약해질 위험이 있다고 지적하지만, 대다수의 디자이너(브랜드)들은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크기 위해서는 브랜딩 작업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라는 개념을 어패럴업계에 도입한 인물은 미국 디자이너 랄프 로렌인데, 1980년대 그가 사업 다변화를 시작할 때만 해도 ‘돈 밝히는 속물’로 그를 취급했던 많은 디자이너들이 아이러니하게도 지금은 주얼리, 선글라스, 핸드백, 향수, 테이블웨어, 도자기, 심지어 위스키까지 자신의 이름을 빌려주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아예 머리부터 발끝까지 디자이너의 이름을 느낄 수 있는 디자이너 호텔까지 등장해서 브랜드 파워의 한계가 어디일까 하는 의문이 생기기도 한다. 하긴 오랫동안 뚝심 있게 우아한 웨딩웨어에 집중해 왔던 디자이너 베라 왕이나 실용적이고 모던한 핸드백 제작에 올인해 왔던 케이트 스페이드마저 테이블웨어, 글래스웨어, 도자기, 심지어 항공 승무원복에까지 참여하고 아르마니·베르사체·크리스티앙 라크루아·페라가모·미소니·랄프 로렌은 호텔 체인까지 구축하고 있을 정도니 성공한 디자이너에게 있어서 브랜딩 사업은 ‘제국을 완성시키고 이름값을 확인할 수 있는’ 매력적인 징표라 하겠다.
물론 브랜딩 사업을 펼친다고 해서 모두가 높은 수익을 올리는 것은 아니다. 방만한 라이선스 사업을 벌였던 피에르 가르뎅, 빌 블래스는 값싼 아이템에까지 이름을 올리는 바람에 오히려 브랜드 이미지가 떨어지는 아픔을 겪어 체계적이지 못한 브랜딩 사업에 경종을 울린 바 있다.
이런 와중에 섹시한 여성 의류로 유명한 디자이너 로베르토 까발리는 자신의 이름을 단 ‘로베르토까발리 보드카’ 홍보작업에 매진하면서 주류까지 세력을 펼치고 있다. 시그너처 디자이너 라벨 외에도 「로베르토 까발리」 남성복, 20대를 겨냥한 라인 「저스트 까발리(Just Cavalli)」, 캐주얼 어패럴 라인 「프리덤(Freedom)」 홈 텍스타일 라인 「로베트로 까발리 카사(Rovert Cavalli Casa)」 및 아이웨어·언더웨어·아동복 라인을 운영하고 있는 까발리는 한 병에 60달러짜리 보드카를 내놓으면서 섹시한 어패럴의 이미지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얼핏 보면 어패럴 사업과 전혀 무관한 부문인 듯도 하지만 패션과 음악, 주류가 언제나 함께 어울려왔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꼭 그렇지만은 않은 듯. 더욱이 화려하고 방탕한 라이프스타일을 즐기는 부유층들이 즐겨 찾는 브랜드라는 까발리의 명성과 주류의 결합은 꽤나 그럴싸하다는 것이 까발리 보드카를 바라보는 업계 내부의 시선이다.
예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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