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사체」가 변모하고 있다. 컬러풀한 화장을 지우고 내추럴한 메이크업을 시도하고 있다고 할까? 디자이너 지아니 베르사체가 피살된 이후 천박할 정도의 극단적 화려함으로 치장해 고정 고객까지 떨어뜨렸던 「베르사체」. 놀기 좋아하는 ‘화이트 트래쉬’(White trash:천박한 백인여자)’를 위한 옷이란 비아냥까지 들었던 「베르사체」가 내츄럴한 컬러, 여유 있는 실루엣, 심플해진 디자인을 선보이며 재기의 기반을 닦고 있다.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다는 절박감이 크게 작용을 한 듯 하다. 「베르사체」의 이유있는 변신을 취재했다.
요즘 도나텔라 베르사체의 입에서 자주 듣게 되는 ‘헐렁한(Loose)’ ‘베이지(Beige)’ ‘느슨하게 늘어지는(Slouchy)’이라는 단어는 지난날 골드, 실버 같은 화려한 컬러에 과도한 노출과 타이트한 피트로 일관했던 일명‘ 할리우드 날라리(?) 스타일’ 시절의 「베르사체」와 확연하게 구분된다. 이는 그 동안 멀어져 간 일반 소비자들을 다시금 「베르사체」매장 안으로 불러들이려는 그녀의 의지가 담겨 있는 셈이다.
한 마디로 ‘입을 만한 수준’으로 디자인과 컬러를 톤다운 시켜 할리우드 여배우들과의 친교나 가십란에 오르내리는 스캔들 브랜드가 아니라 수익을 챙기고 고객을 늘려가는 브랜드 본연의 임무를 깨달은 것이다.
수익 중심으로 돌아서다!
1997년 둘째 오빠 지아니 베르사체 사망 이후 「베르사체」의 전권을 잡게 된 도나텔라에게 있어 지난 몇 년간은 문자 그대로 ‘술과 장미의 나날’이었다. 중년의 나이에도 도발적이고 퇴폐적인 외모와 스타일로 늘 할리우드 스타들과 함께 잡지에 등장해 마치 그녀 자신이 할리우드 스타인양 스캔들과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여기에 코카인과 각종 마약을 영양제처럼 달고 다니면서 사업보다는 ‘개인적 즐거움’에 치중한 결과 「베르사체」의 매출은 곤두박질쳤고 브랜드 이미지도 급격히 하락하면서, 뭔가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영영 재기 불능이라는 위기감이 그룹 내부에서 터져 나왔다.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도나텔라는 불필요한 경비 절감을 위해 구조조정에 나서고, 중앙집권적 경영 방식을 도입해 운영비 절감에 나섰지만, 코카인 중독으로 실신하면서 결국 약물치료 센터에 입원하는 드라마틱한 상황을 겪게 된다.
이 때쯤 패션계 내부에서는 경영파워와 감각이 떨어지는 그녀를 대신해 그녀의 딸이자 가장 많은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알레그라 베르사체가 사업에 뛰어들어 투자자와 소비자들의 시선을 다시 「베르사체」로 끌어와야 한다는 진단이 나왔고, 알레그라가 18살이 되자 도나텔라를 더욱 궁지로 몰리게 되었다.
이에 위기감을 느낀 도나텔라는 2004년 「펜디」에서 활약했던 전문경영인 지앙카를로 릿시오를 영입, 브랜드 구조조정 작업을 맡기는 한편 맨해튼 등지의 부동산을 매각하면서 유동 자본 확보에 나서는 등 브랜드 재건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도나텔라의 야심은 「베르사체」를 럭셔리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리포지셔닝하는 것.
업그레이드「베르사체」
브랜드를 쇠퇴시켰다는 비난 위기에 몰렸던 도나텔라였지만 다행(?)스럽게도 성년이 된 그녀의 딸 알레그라가 사업보다는 개인적인 시간을 중시하고, 전문경영인 지앙카를로 디릿시오가 효율적인 경영전선을 구축하면서 「베르사체」는 급속도로 안정되어 드라마틱한 도나텔라의 삶만큼 「베르사체」또한 역동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05년 운영수익 적자폭은 370만 파운드로 950만 파운드에 달했던 2004년에 비하면 현저히 증가되었는데 이는 ‘톤다운 시킨 디자인’으로 컬렉션을 구축, 매출 증가 효과를 얻었고 부동산 매각으로 자본 여력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매출 증가세는 올해에도 계속 이어져 1사분기 전 세계 매출이 28% 증가했으며, 내부적으로 주식 상장 계획을 진행하고 있음이 감지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를 이끌어낸 일등공신 지앙카를로 릿시오는 당초 2008년으로 예측했던 흑자 전환이 빠르면 올해 말쯤 일어날 수 있다고 밝혀, 주식 상장 전망을 더욱 밝게 한다.
이는 ‘글래머’와 ‘천박함’ 사이의 경계를 흐리면서 노출과 타이트한 피트를 강조했던 도나텔라의 개인적 취향이 「베르사체」를 거의 파산 상태로 몰고 갔던 2004년 이후 극단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절박감이 의식 변화를 가져온 것으로 추후 「베르사체」컬렉션이 한층 톤다운되고, 현실적인 흐름을 유지할 것임을 알 수 있다.
특히 2006년 패션계의 전체적인 트렌드가 ‘노출’보다는 ‘정숙함과 페미니니티의 조화’를 노리는 만큼 톤다운 된 스타일을 추구하는 것이 안정적이라는 것이 대세. 일례로 놀기 좋아하는 젊은 고객을 상대로 노출과 튀는 스타일에 주력해온 「돌체앤가바나」또한 올 시즌에는 비교적 노출을 줄이고 실루엣에
예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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