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쿠튀리에 정신의 산 증인으로 상업성과 거리를 둔 자신만의 공간에서 움직였던 디자이너 아제딘 알라이야가 모스크바로 날아갔다.
칸 영화제에 참여한 패션 아이콘 소피아 코폴라의 블랙 드레스를 통해 장인의 감성을 다시금 증명한 그는 2007년 모스크바에서 전시될 자신의 컬렉션의 막바지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모스크바가 유럽 디자이너들이 각축전을 펼치고 있는 시장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전시회는 러시아 고객에게 그의 컬렉션을 소개할 절호의 기회가 될 듯하다.
아제딘 알라이야는 오랫동안 쿠튀리에적 소명에 만족, LVMH 그룹을 비롯한 럭셔리 그룹의 제의를 뿌리쳐 왔지만 지난 2000년 프라다 그룹과 파트너쉽을 체결, 확장 전략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번 러시아 방문이나 내년에 진행될 컬렉션 전시회 또한 이 같은 확장전의 일환으로 성장성 높은 럭셔리 시장, 러시아를 기점으로 글로벌 전략이 본격화되는 셈이다.
실제로 그의 슈즈 라인에는 레이시한 플래폼 슈즈부터 추운 러시아 날씨에 잘 맞는 털이 복실복실한 고트부츠까지 추가되어 러시아 시장에 대한 그의 기대를 드러낸다. 또한 작업실처럼 외부에서 들여다보이지 않게 구성되었던 기존의 매장을 입구에 투명한 유리문을 달아
쇼핑객들이 쉽게 찾아올 수 있도록 리노베이션 하는 등, 적극적인 고객 유치작전에 돌입했다.
한동안 패션계 외곽으로 밀려나 있던 아제딘 알라이야는 몸을 조이는 대신 볼륨을 적절히 살리고 세련된 커팅과 건축적인 아름다움을 드러낸 디자인을 주로 선보이며, 지난 80년대 패션계에 쿠튀리에의 면모를 제대로 드러낸 인물이다.
하지만 럭셔리 업계가 이합집산을 통해 사세를 키우고, 수익중심의 경영정책과 마케팅이 중시되면서 자존심 강한 꾸뜨리에 정신을 갖고 고정고객 중심으로 움직였던 그의 행동반경은 상대적으로 좁아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 그가 본격적인 모습 드러내기와 세력 확장전의 필요성을 느끼게 된 것은 럭셔리 업계가 지나치게 트렌트에 집착하면서 테일러링과 커팅, 크리에이티비티로 중무장한 쿠튀리에의 존재감이 다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세상과 부딪히면서 마케팅과 사세 확장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타협하는 마음의 여유가 생긴 점도 한 몫 했다.
최근 그가 트렌드와 적절히 조화된 스타일을 선보이며 시장의 흐름을 굳이 거스르지 않으려는 면모를 보이는 것도 이 같은 판단이 한 것으로 벨 모양의 스커트, 몸의 흐름을 살려주는 저지 아이템은 지난 1980년대 그의 이름을 만방에 떨친 타이바디스 투투 미니드레스에 못지않은 매력을 자아낸다.
재미있는 점은 잭 포센처럼 젊은 디자이너들이 알라이야의 클래식 디자인을 재창조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데 반해, 그는 가죽과 레이스에 섬세한 재단과 바느질, 형태작업을 거쳐 위핑 크림처럼 표현해낸 작품처럼 지난 80년대 그의 이름을 떨치게 한 타이바디스 투투 미니드레스 풍 디자인에 더 이상 매달리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예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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