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들, 허리에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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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시계 스타일 유행… 허리 강조·은근한 관능미

2006-05-29 오후 3:07:55

이번 시즌 디자이너들이 허리에 집중하고 있다. 매시즌 우연이든 필연이든 디자이너들 사이에 공통의 관심사―그것이 옷의 길이든 디테일이든 독특한 소재든 칼라든 간에―가 생기게 마련인데, 이번 시즌에는 유럽과 미국 디자이너들이 신선한 실루엣에 매료된 듯, 허리선을 되찾는 작업에 몰두하는 모양새다. 다시 말해 그동안 여성들의 다이어트 중독을 부채질했던 슈퍼 섹시 로 라이즈 스키니 진이나 어깨와 목을 드러낸 데꼴데뜨는 뒷전에 밀어놓고 넓은 웨이스트 밴드나 슈퍼 사이즈 벨트, 하이웨스트 팬츠처럼 허리선을 강조하고 과장하는 ‘정숙한 섹시미’를 강조하고 있는 것. 비약하자면 ‘더 많은 피부’를 드러내며 관능미를 즐겼던 여성들이 이제는 클래식한 모래시계 스타일을 통해, 드러내지 않아도 섹시한 여성만의 신체미를 자랑할 기회가 온 셈이다. 여성미를 잘 표현하면서 「랑방」의 명성을 되살려낸 디자이너 앨버 엘바즈는 올 여름 기모노 풍 오비 벨트로 감싸는 ‘게이샤’ 룩을 통해 각기 다른 여성의 체형에 따라 센슈얼한 매력이 개성적으로 발산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주었다. 그의 지론인즉, 노출을 통한 관능미는 천박해지기 쉽지만 적절히 가리면서 허리선을 강조하는 디자인은 품격 있는 관능미를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지난 몇 년간 여성들의 신체 강박증을 자극하며 인기를 끌었던 화려한 컬러와 섹슈얼한 콘셉트에 질릴 대로 질린 지난 겨울, 디자이너들이 블랙을 다시 패션계 중심으로 불러왔듯 허리를 강조하는 실루엣은 복고적인 관능미로의 회귀라 할 수 있다. 결국 패션 트렌드는 극에서 극으로 갈 때에 가장 큰 이슈를 만들어내는 것이 증명되고 있는 셈이다. 디자이너들이 허리를 강조하는 가장 흔한 방법은 오버사이즈 벨트를 사용해 극단적인 허리선을 강조, 파워풀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 방법은 평소 허리선에 자신이 없던 여성들이 벨트의 힘을 빌어 모래시계형 체형을 만들어낼 수 있는 방법으로 슈퍼 사이즈 벨트는 이미 올 시즌 최고의 패션 액세서리로 등극했다. 또한 천으로 제작된 「발렌티노」의 컴버번드부터 보디빌더들이 두를 법한 「지방시」의 벨트, 「드리스반노튼」의 오비랩 벨트, 레슬링 경기 우승자의 벨트처럼 요란한 「알렉산더맥퀸」의 벨트, 「펜디」의 XXL 버클벨트는 물론 수많은 런어웨이 무대에 공통으로 등장했던 장식 새시 벨트까지 다양한 소재와 스타일의 벨트가 속속들이 등장해 변덕스런 소비자들을 즐겁게 한다. 일부 디자이너들은 라인 스톤이나 준보석, 자수 장식이나 그로멧, 리벳 장식을 더해 벨트를 하나의 모던한 주얼리처럼 변모시킬 정도다. 가리비 장식이 달린 「보테가베네타」의 벨벳 벨트나 「랑방」의 스트레치 실크 같은 아이템은 벨트만으로도 브랜드의 특성을 알 수 있을 만큼 독특한 느낌을 자랑한다. 그렇다면 왜 이처럼 디자이너들이 벨트에 열광하고 있을까? 그것은 벨트라는 심플한 아이템을 통해 단조롭고 밋밋하기 쉬운 실루엣이 우아하게도, 모던하게도, 때론 관능적으로 분위기를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 또한 굳이 새 옷을 구입하지 않더라도 이미 갖고 있는 셔츠나 원피스, 재킷, 팬츠와 스커트에 감각적인 와이드 벨트 하나 매칭해 주면 값비싼 돈을 들여 ‘잇백’을 구입하지 않아도 스타일리시한 개성을 연출할 수 있다. 따라서 올 시즌 패션을 좀 안다고 자부하는 여성들은 각기 다른 분위기를 연출해 주는 몇 가지 와이드 벨트를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듯하다.

예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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