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이맘때 패션계를 달군 가장 큰 이슈가 「구찌(Gucci)」와 톰 포드의 결별이었다면 2006 패션계의 일성은 피비 필로와 「클로에(Chloe)」의 결별 선언으로 시작되었다.
물론 할리우드 스타를 거느린 스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자 그 자신이 「구찌(Gucci by Tom Ford)」와 다름없었던 절대 권력 톰 포드와 매출 규모나 브랜드 규모도 작은 「클로에」의 디자이너 피비 필로를 비교한다는 것은 어패가 있을지도 모른다. 특히 할리우드 스타마케팅을 펼치지도, 그 자신이 스타급 실레브러티로도 행세하지 않았던 피비 필로이기에 더욱 그렇다. 그러나 디자이너라는 진정성과 ‘실속’ 면에 있어 피비 필로는 세계 패션계가 놓치고 싶지 않은 알짜배기 디자이너 중 하나임이 분명하기에 그와 「클로에」의 결별은 충격적이다. 특히 「클로에」를 같이 이끌었던 친구 스텔라 매카트니의 「구찌」 동반행도 거부할 정도로 「클로에」에 대한 애정이 깊었기에 갑작스런 결별은 많은 의혹을 낳고 있다.
최근 잘 나가는 세계적인 매스밸류 브랜드인 스웨덴의 「H&M」, 스페인의 「자라」, 영국의 「탑샵」이 노골적으로 카피하는 브랜드로 급부상한 「클로에」이기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피비 필로의 아웃은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피비 필로는 작금의 패션계가 디자이너의 스타성과 할리우드 스타의 친분을 과시하는 성향이 강해지면서 디자이너들도 스스로 스타급 이슈 메이커로 언론의 관심을 끌어야 하는 스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임에도 디자인에만 집중하는 실무형 디자이너라는 많은 패션인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현재 피비 필로는 럭셔리 하우스인 「클로에」의 성공을 가져온 능력 있는 디자이너로서 「구찌」를 비롯한 많은 유럽 럭셔리 하우스들이 그녀의 영입을 위해 물밑작업을 해온 터라 그 허무함을 더할 것이다.
평소 ‘말수가 적고 실력으로만 승부하는’ 실무형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세련되고 도회적이면서, 입을 수 있는 디자인을 선보여 럭셔리 라벨의 매출 성공기로 떠오른 「클로에」의 성공지도를 그려낸 그녀의 실력은 크리에이티비티와 매출의 간극에서 허덕여온 럭셔리업계에 명쾌한 해답을 날린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처럼 크리에이티비티와 매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거침없이 낚아채며 입만 살아 있는 일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들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었던 그녀가 갑자기 「클로에」를 떠나기로 한 이유는 무엇일까.
자녀 양육이라는 낯선 암초
6개월 이상을 끌었던 톰 포드와 구찌 그룹의 갈등이 결국 구찌에 대한 절대 지분과 금전적 보상을 원했던 황금의 전투였다면, 「클로에」와 피비 필로의 결별은 허망하게 느껴질 정도로 단순하고 소박(?)하다.
최근 아기 엄마가 된 피비 필로가 가정과 자녀 양육에 충실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책임감이 필요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자리를 내놓기로 한 것. 피비 필로는 결혼하면서부터 가정에 충실하고 싶다는 소망을 공공연히 밝힌 바 있지만 최근 「클로에」가 최고 전성기를 맞고 있는 시점에 발생한 그의 은퇴는 안타까울 뿐이다. 더욱이 미국과 유럽에서의 성공에 힘입어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시장 확대에 본격적으로 나선 「클로에」의 입장에서는 마치 선장을 잃고 항해해야 하는 위기에 봉착한 것이다.
물론 일부에서는 피비 필로가 자녀 양육이라는 표면적 이유 외에 더 많은 금전적 이익을 위해 「클로에」의 목을 조인다거나, 다른 브랜드로부터 더 좋은 조건의 영입 제안이 온 것이라는 소문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그녀가 초지일관 주장했던 개인적 사유, 즉 가정생활을 충실히 하기 위해 결별을 선택한 것으로 밝혀져 럭셔리업계는 어안이 벙벙한 모습이다.
이번 사태로 유럽 럭셔리 하우스들은 지금까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디자이너와의 결별이 주로 ‘금전’이라는 현실적인 조건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이제까지 무시되어 왔던 사소한 이유인 가정생활이 결별 이유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에 황당한 모습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브랜드 성공과 자신의 사회적 성공을 위해 가정생활을 희생해 왔던 대다수의 선배 디자이너들과 달리, 지금은 개성과 자아가 강한 새로운 디자이너 세대가 도래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한다.
최근 서구에서는 초창기 여성 운동가들이 사회생활을 중시하며 가정생활을 과감히 벗어던졌던 과거와 달리, 여권 운동이 절정기를 치달았던 1970년 이후에 태어난 많은 여성들은 성공을 위해 가정을 희생하는 것 자체를 구시대적인 발상으로 생각하고 있다. 즉, 결혼과 자녀 양육을 우선시하든 직장을 우선시하든 요점은 ‘개인적 선택’이라는 것이다. 여성의 사회활동이 더 이상 ‘의무나 목적’이 아니라 ‘취향과 선택’의 문제며 가정생활에 충실한다는 것이 부끄러운 어떤 것이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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