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함, 노골적인 관능미로 대변되는 「베르사체(Versce)」가 한층 톤다운된 디자인을 선보이며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도나텔라 베르사체의 개인적 기호가 가미된 듯, 지난 몇 년간 번쩍이는 금색과 요란한 장식, 과도한 노출과 주얼리로 치장하며 ‘white trash(백인 날라리)’를 위한 디자인이라는 비판까지 받았던 것을 생각하면 커팅과 실루엣 자체에 중점을 둔 밀라노 무대는 생경하기까지 하다.
빈틈없이 날카로운 선을 살려 재단한 쇼트한 아이템이나 은은한 럭셔리 품격을 살린 롱 아이템, 1960년대 실루엣을 되살린 듯한 블랙+네이비 A라인 쉬프트와 레깅스, 금속 힐이 돋보이는 패턴 가죽 앵클 부츠 등은 과도하지 않은 섹시미를 드러냈다. 또한 여우털로 장식한 하이칼라+더블 브리스트리드 트렌츠 코트, 친치라 털로 장식한 아노락 등은 실용적인 느낌마저 자아냈다.
이 밖에 샤롱처럼 몸을 감싸는 실크 저지 바디스+숏 스커트 이브닝 드레스. 부드러운 실크 저지를 사용해 샤롱 같은 느낌을 살린 드레스, 콘서티니 주름을 넣은 바디스+롱 스커트의 매칭은 우아하면서 섹시한 느낌을 주었다. 특히 부겐벨리아·바이올렛·블랙·실버 등의 컬러를 사용한 이브닝 드레스는 벌써부터 할리우드 배우들의 러브콜을 받을 만큼 적당한 관능미와 우아미를 드러냈다는 평.
요란한 매스컴 노출에도 급격한 매출 부진에 몰렸던 「베르사체」는 경영진을 물갈이하고 브랜드 리포지셔닝을 실행하는 전면적인 구조조정을 실행해 왔는데, 한층 얌전해진 이번 컬렉션도 ‘팔릴 수 있는’ 디자인이 매출의 열쇠라는 점을 인식한 결과로 분석된다. 실제로 지난 시즌 「베르사체」 액세서리와 핸드백도 기존의 요란한 화려함보다는 데님이나 온화한 가죽을 사용한, 들고 다닐만한 디자인으로 매출 구축에 한 몫을 해 톤 다운한 디자인이 「베르사체」 귀환에 필수 요소가 된 셈이다.
코카인 중독 치료를 받은 후 한 층 더 디자인 열정을 보이고 있는 도나텔라 베르사체는 이번 2006 가을·겨울 컬렉션을 ‘알파벳 스타일’로 정의하고 있는데, 깜찍하고 페미닌한 1960년대 풍 잉크블루 캐시미어 코트와 스윙 스커트가 알파벳 A를 연상시킨다면, 위로 세운 깔대기형 컬러가 달린 슬릭한 더블 브리스티드 오버코트는 알파벳 Y자를 연상시킨다. 또한 「베르사체」를 상징하는 V자 패치 포켓 같은 걸리시한 디테일이나 컬러와 버튼의 패턴 트림, 네이비 블루나 오이스터 컬러의 실크 저지 이브닝 드레스+롱 부츠의 매치에서 보듯 전체적인 컬렉션은 ‘젊고 신선한’ 느낌을 주는 데 주력한 듯하다.
결국 럭셔리업계의 강력한 매출 군단으로 떠오른 젊은 층을 사로잡고, 이들이 좋아하는 화려하고 경쾌한 느낌을 반영, 지나친 화려함을 원하는 소수를 위한 디자인을 벗어난 것이 이번 컬렉션의 요점인 셈이다.
이제 「베르사체」가 서서히 기운을 되찾는 것일까. 적어도 「베르사체」 내부의 분위기는 그렇다. 2004년 위기에 몰렸던 「베르사체」의 CEO로 취임한 지앙 까를로 디리시오는 2007년이면 베르사체가 적자를 털고 수익을 낼 것으로 진단하고 나서 「베르사체」에 대한 낙관적 관망을 자극하고 있다.
예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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