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4월 30일, 마침내 톰 포드와 도미니크 데 졸레 회장이 「구찌」를 떠났다. 노쇠한 「구찌(Gucci)」 그룹을 젊고 활동적인 모습으로 재탄생시킨 두 주역이 공식적으로 「구찌」와 결별하면서 유럽 증시에서 「구찌」 주식은 블루칩 자리에서 밀려났고 투자자들의 신뢰감은 급속도로 위축되고 있다. 이제 도미니크 데 졸레 회장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를 하게 된 시점이 된 것 같다. 도미니크 데 졸레, 그를 말한다.
세계 패션계와 투자자들은 현재 「구찌」를 인수한 PPR이 도미니크 데 졸레 회장의 후임자로 어패럴 경험이 전무한 ‘유니레버(Unilever)’ 아이스크림·냉동식품 디비전 수장 로버트 폴렛을 임명한 사실에 대해 여전히 경악과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특히 세계 패션계에서 고유의 경영권한인 CEO 선임에 이렇게 가타부타 말이 많은 것도 유례가 없는 사태로 분석된다.
특히 PPR(Pinault Printemps-Redoute)이 톰 포드에게 전폭적인 ‘디자인 크리에이티비티’를 보장하던 기존의 「구찌」 시스템을 파괴하고 무명의 3인 디자이너가 여성복·남성복·액세서리 디비전을 분권적으로 지배하는 ‘슈퍼마켓형’ 시스템을 선택했을 때 나타났던 우려보다 그 강도가 더욱 높은 것으로서, 도미니크 데 졸레 회장의 경영 노하우에 대한 업계와 투자자들의 신뢰를 재확인시킨 것으로 보인다. LVMH 베르나르도 아놀트 회장의 유일한 맞수로 거론되었던 도미니크 데 졸레 회장, 그는 누구인가?
조용하고 합리적인 카리스마
톰 포드가 매력적인 마스크와 섹시함과 우아함을 교묘히 결합시킨 여성적인 디자인을 통해 젊은 층을 「구찌」 팬으로 흡수하고 매스컴을 주목시킨 전방위 모델 겸 마케터였다면, 도미니크 데 졸레 회장은 톰 포드가 마음껏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산하 각 라벨들이 자율적으로, 체계적으로 움직이도록 이끌면서 젊은 「구찌」의 기틀을 마련한 막후 지휘자였다.
타이트한 제품 통제와 ‘바통라인(botton line)’에 집중하는 기본적인 경영 룰을 통해 투자자들의 신뢰와 투자를 이끌어낸 그의 능력은 조용하고 합리적인 카리스마가 무엇인지 잘 보여준다. 톰 포드가 럭셔리 전쟁터의 선봉장이었다면 도미니크 데 졸레는 작전을 지휘하고 방향을 이끈 작전참모였다고 할까.
도미니크 데 졸레 회장은 1984년 「구찌」 경영에 깊이 관여했던 모리찌오 구찌를 보좌하기 위해 ‘구찌어메리카(Gucci America)’ 사장으로 취임하면서 「구찌」와의 인연을 시작했다. 세금 문제로 소송이 걸려 있던 모리찌오 구찌가 조세 전문 변호사로 워싱턴에서 법률회사 ‘Patton Boggs’를 운영하고 있던 도미니크 데 졸레 회장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이었다.
어패럴 경험이 전무한 상태에서 「구찌」에 발을 들인 도미니크 데 졸레 회장은 세금 소송건을 진두지휘하는 동시에 패션의 역사와 영향력 있는 인물들에 대한 공부를 시작하면서 어패럴업계의 흐름을 파악했다. 변호사 출신답게 논리적이고 합리적으로 사람을 설득하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갖추고 있던 도미니크 데 졸레는 ‘결국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지배하는 경영 현장에서 뛰어난 수완을 발휘했고, 1994년 이탈리아로, 다시 런던으로 자리를 옮겨 위기에 처한 「구찌」 그룹 전체를 살리는 중책을 맡게 되었다.
도미니크 데 졸레 회장이 「구찌」의 CEO로 취임하기 전인 1993년의 「구찌」 매출은 2억달러에도 못 미쳤고, 적자는 4천만달러에 달하는 이름뿐인 쇠락한 럭셔리 그룹이었다. 그러나 도미니크 데 졸레 회장은 젊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톰 포드에게 디자인 전권을 일임하고 자신은 유통·생산·매출 문제를 세밀하게 재정비하는 작업을 진행하면서 패션·유통에 대한 경험이 없는 그에 대한 우려를 ‘신뢰’로 변모시키는 기적을 이뤄냈다.
기본에 충실, 외교적 수완도 한몫
그의 경영전략은 의뢰로 단순했다. 생산과 판매 구조가 미약했던 「구찌」의 시스템을 재빨리 파악, 매장을 정돈하고 전문 판매요원을 확대하는 한편, 지지부진한 레디투웨어를 새롭게 재런칭하고 액세서리에 대한 집중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 등 기본에 충실한 경영전을 펼친 것.
여기에 전체적인 전략보다는 생산-유통-재고관리 세부 사항에 집중하는 실천적, 현장적 경영마인드를 발휘하면서 구찌의 상황 대처력을 키워낸 것이 「구찌」의 재건을 이뤄낸 도미니크 데 졸레 회장의 성공 비결이었다. 전문가들은 플로렌스에 「구찌」의 생산 본사를 두고 런던에 오피스를 두는 외교적인 능력을 발휘한 것이 「구찌」의 재건을 북돋운 또 다른 동력으로 파악하고 있다. 미국보다 관료적이고 형식적인 유럽의 풍토를 미리 파악해 런던에 오피스를 두고 유럽 시장의 관계자들과 직접 상담하고 대면하는 시스템을 구축, 시장의 흐름에 밀접히 반응하
예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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