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노출과 성적 화보로 논란을 일으켜온 「A&F」(Abercrombie & Fitch)가 매출 슬럼프에 빠지면서 「A&F」가 안고 있는 병폐에 대한 비판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분석가들은 「A&F」가 법률소송으로 몰리면서도 고칠 생각을 하지 않는 인종차별적 고용 시스템과 메시지, 소프트코어를 연상시키는 도발적 카탈로그, 이유 없이 높이 매겨놓은 가격체제가 「A&F」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위험요소라고 지적한다.
문제는 콧대 높은 「A&F」의 경영진이 전문가들의 의견과는 반대방향으로 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A&F」의 최고경영자인 마이클 S. 제프리스는 가격인하는커녕 148달러짜리 청바지를 선보이는 등 가격인상 정책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웨스트버지니아주 법원에는 아시아인을 조롱하는 메시지가 담긴 티셔츠 사건이 기소되어 있는데도 유색인종을 조롱하는 문구가 있는 티셔츠의 생산량을 늘리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준포르노 수준의 카탈로그도 톤만 약간 낮추는 정도에서 계속 진행될 예정이라 「A&F」의 변화는 기대하기 힘들 듯하다.
적대적 경영, 어디까지 갈 것인가?
이 같은 경영방침은 불도저처럼 공격적이고 남의 말을 듣지 않은 제프리스의 성격과 온갖 비판에도 「A&F」가 성공가도를 달려왔다는 데 기인한다. 직접 매장을 점검하고 제품 배열 및 코디네이션까지도 간섭하는 제프리스는 계속되는 법정소송과 매출 감소는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치부하고 있어 전문가들의 우려는 공중분해되는 모습.
고가정책하에서 새로 출시된 「이즈라피치(Ezra Fitch)」 라인은 청바지 가격 118∼148달러, 핑크 크루넥 178달러라는 가격에 비해 기존의 제품과 별다른 특성이 없는 기형적인 제품들이어서 소비자를 말 그대로 ‘봉’으로 여기는 분위기다. 여기에다 「A&F」를 비난하는 사람들은 ‘어차피 고객이 아닌 만큼 신경쓰지 않으며, 세련되고 ‘특별한’ 백인 대학생들이 메인 타겟이라는 점을 다시금 강조하는 모습을 보여 자신감이 하늘을 찌르는 듯하다. 어찌 보면 당당하고 어찌 보면 막가는 듯한 「A&F」의 태도는 이번 슬럼프가 장기화될지 혹은 급반등될지에 따라 공과가 가늠될 전망.
그러나 「A&F」는 지난 1년 간 유통망 확충 덕분에 표면 성장은 이뤄졌지만 단일매장 매출은 계속 실망스러운 상태. 「A&F」의 6월 단일매장 매출은 전년대비 5% 하락한 반면, 경쟁사 「어메리컨이글아웃피터스(American Eagle Outfitters)」와 「익스프레스(Express)」 「에어로포스테일(Aeropostale)」의 매출은 각 8.7%, 21.3%, 12%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 시장 환경 악화를 매출부진의 핑계로 대기에는 어색한 상황이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A&F」측은 10대를 타겟으로 한 값싸고 트렌디한 브랜드―실제로는 「랄프로렌(Ralph Lauren)」의 블랙 셔터와 「토미바하마(Tommy Bahama)」의 이국적 패턴을 뒤섞어놓은 카피 디자인―「홀리스터(Hollister)」의 6월 매출이 8% 성장한 것을 강조하면서 「A&F」의 매출하락은 ‘더 큰 성장을 위한 일시적 멈춤’이라고 안위하는 모습이다.
제프리스의 「A&F」… 모순의 철학
「A&F」는 1892년 부유층의 사파리 기어를 생산하는 업체로 시작해 1980년대 중반까지 낚싯대와 퀼트 사냥 재킷을 생산하다가 1988년 「리미티드(Limited)」에 인수되었다. 이후 1992년 제프리스가 최고경영자로 영입된 후 고객 타겟을 18∼22세로 대폭 낮추고 낚싯대와 총 등 아웃도어 기어를 없애면서 영어패럴업체로 변신했다.
그렇지만 고객의 60%가 여자임에도 남성적인 매장 분위기를 남겨놓았는데,‘여자들이 남성적인 분위기를 즐기기 때문(?)이라고 설명, 이를 성적인 코드로 활용한다는 암시를 준다. 수년 간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도발적인 광고, 이와는 상관없는 ‘입기 편한 프레피 룩’을 선보이는 모순적인 시스템을 통해 「A&F」는 매출 강세를 누렸고 제프리스는 어패럴업계의 또 다른 신화로 자리잡았다.
20년 이상 「A&F」의 경영을 독재하고 있는 제프리스는 아시아인을 비하하는 듯한 메시지가 ‘재미있는(funny)’ 표현일 뿐이라고 강변하면서 퍼니 티셔츠 생산을 더 다양화 할 뜻을 밝혔다. 지역차별적인 메시지도 마찬가지.
「A&F」는 근친상간을 연상시키는 문구 “버지니아에서는 모두 친척이라네(It’s all relative in West Virginia)”가 찍힌 티셔츠를 내놨다가 법원에 고소되었지만 화이트 색상을 오렌지로 화사하게 바꿨을 뿐 문자는 그대로 남겨둔 티셔츠를 내놓았다. 한 마디로 스캔들이 나고 법정 제소가 되면 ‘마케팅 효과’가 있다는 입장을 밀고 나가는 것.
이 같은 태도는 ‘나쁜 스캔들이 나는 것이 스캔들이 없는 것보다 좋다’라는 할리우드 배우들의 속살거림과 비슷한 측면이 있다. 프레피 풍의 옷이 갖고 있는 반듯하고 깔끔한 이미지로는 주목받을 수 없으니까
예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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