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자의 파워가 거세지면서 ‘베건패션(Vegan fashion)’이 세력 기반을
다지고 있다. 당초 체중 조절의 방안으로 시작되었던 서구의 채식주의 바람은 건강을 생각하는 상류층과 트렌드를 주도하는 할리우드 배우들이 가세하면서 하나의 유행처럼 되어버렸다. 웰빙이 패션에 접목된 채식주의 패션, 베건 패션이 궁금하다.
여성들이 즐겨보는 패션 잡지에는 채식주의가 ‘세련된 라이프스타일’인 것처럼 다뤄지고 대다수 모델과 할리우드 여배우들(애쉴리 저드, 기네스 펠트로, 데미 무어, 마돈나)과 남자배우들(리차드 기어, 토비 맥과이어, 레니 크레비츠) 의 인터뷰에는 꼭 이들이 채식주의자인지 여부가 밝혀진다.
이쯤 되면 채식주의자들은 세련되고 트렌디한 인물처럼 각인되고 일반인들도 동참해야 할 것 같은 강박증이 생긴다. 게다가 유행병처럼 번진 요가 바람까지 가세하면서 채식주의, 요가는 같은 선상에 있는 패션 장식품이자 감각있는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필수품이 되어버렸다. 여기에 동물의 모피나 가죽, 일체의 동물성 소재를 배격한 ‘베건패션’이 가세하면서 멋쟁이 여성들의 삶은 더욱더 ‘식물화(?)’되는 추세다.
비동물성 패션-식물성 혹은 합성
‘베건패션’이란 말 그대로 비동물성 소재를 사용해 제작한 어패럴(의류 / 슈즈 / 액세서리)를 일컫는 말로 채식주의자, 동물보호주의자는 물론 육류를 섭취하지만 베건패션에 대한 호기심을 갖고 있는 일반 소비자들까지 포섭하면서 점차 그 세력을 확대해 가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서구를 잠식한 ‘젠(Zen)’과 ‘요가’ 바람이 상류층과 할리우드 여배우들을 중심으로 확산되어 일반인들까지 동참한 것처럼 베건패션도 상류층이나 연예인에서 일반인으로 확대되는 특징을 보인다. 대다수 채식주의자들이 남과 다른 정신의 깊이, 혹은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데 베건패션의 추종자들 역시 ‘환경과 동물을 생각한다’는 의식있는 사고방식을 강조한다. 물론 ‘뭔가 있어 보이는 듯한’ 베건패션에 대한 호기심과 남보다 튀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베건패션에 매력을 느끼는 소비자들이다.
배건패션의 소재는 면을 비롯한 식물성 소재 외에도 합성 마이크로파이버가 주를 이루는데 방수가공 / 탄력보강 / 흡습성 강화 / 세탁 편의성 강화 등 공학적 기법이 가미된 기능적 섬유가 즐겨 사용된다. 특히 폴리아미드나 폴리우레탄을 합성한 가죽과 유사하게 뽑아낸 패브릭이나 흡습성과 통기성을 강화한 우븐 패브릭은 배건패션에 없어서는 안되는 섬유다.
여기에 바로 ‘베건패션’의 아이러니가 존재한다. 철저한 채식주의자를 일컫는 용어인 ‘베건(vegan)’에서 파생되었지만 합성 마이크로 파이버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베건패션’이라는 용어를 붙이기에 민망한 점이다.
그러나 동물 가죽이나 모피, 부산물을 철저히 배격하고 식물성 섬유와 합성파이버를 쓰는 만큼 기존의 패션과는 차별되는 것은 분명하다. 이밖에 자연적인 장식물인 돌, 준보석, 털실, 유리, 도자기 등도 베건패션에 즐겨 차용되는 소재다.
채식패션 마니아들의 커뮤니티, 베건 부띠끄
채식주의자들이 까다로운 입맛을 만족시키기 위해 채식 전문식당이나 채식 전문매장을 찾는 것처럼 ‘베건패션’ 또한 그들을 위한 커뮤니티 형태로 발전된다. 즉 기존의 어패럴 매장과 차별되는 ‘베건 부띠끄’를 표방하고 나서며 동조자들을 끌어 모으는 것이다.
패션의 도시 뉴욕이나 런던, 샌프란시스코에는 동물성 소재를 사용하지 않은 아이템만을 판매하는 베건부띠끄가 하나 둘 늘고 있는데 이 곳을 찾는 사람들은 채식주의자들 뿐 아니라 동물애호가, 일반 소비자들까지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다. 시간과 국경의 제약을 넘어 만남의 장을 제공하는 온라인 또한 ‘베건패션’ 추종자들을 위한 알뜰한 공간이다.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옷수(Otsu)’는 비(非)가죽 제품과 천연섬유 / 합성섬유로 만든 독특한 아이템을 판매하는 대표적인 베건 부띠끄다. ‘옷수’는 물론 빈티지 아이템까지 다양하게 취급하고 있으며 심플한 매장 인테리어 역시 동물성 소재를 찾아볼 수 없는 문자 그대로 베건 환경을 구축해 놓고 있다. 취급하는 품목은 손으로 제작하는 한정본 아이템부터 비동물성 소재를 사용하는 회사의 제품까지 다양한데 기능적이고 독특한 제품이 주를 이룬다. 예술가들이 직접 디자인한 ‘옷수’ 티셔츠는 가장 인기있는 아이템이며 일일이 손으로 엮고 꿰매 만든 수제 핸드백과 비(非)가죽 슈즈, 벨트, 일반 어패럴 모두 찾는 이가 많다.
한편 동물성 가죽이나 모피를 전혀 사용하지 않은 의류와 슈즈는 촌스러울
것이라는 편견과 달리 세련되고 패서너블한 모습이어서 매장을 찾는 사람들에게 ‘잔인하지 않고도 패션을 즐길 수 있다’
예정현 기자
- Copyrights ⓒ 메이비원(주) 패션인사이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