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추동 시즌 패션가에 모피 전쟁이 가열될 분위기다. 동물보호운동과 윤리적인 논란이 가열되면서 지난 몇 년간 사용 폭이 축소되었던 모피가 뉴 빈티지, 복고풍 글래머러스 룩이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주요 소재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올 추동 시즌 모피는 가장자리나 네크라인에 트림 장식, 벨트, 포켓, 소매 윗부분 등에 다양한 형태로 접목될 뿐 아니라 캐주얼한 케이프, 차이나 점퍼, 하프 혹은 롱코트 등 다양한 형태로 활성화되고 있다. 여기에 PETA(동물의 윤리적 처우를 위한 사람들의 모임)의 反모피 운동 광고에 출연했던 슈퍼모델 신디 크로포드가 전통의 모피 명가인 「블랙그라마(Blackgrama)」의 광고에 등장하면서, 모피업계는 위축되었던 어깨를 펴고 동물보호협회는 분노의 깃발을 올리는 분위기다.
하지만 지난 몇 년 간 모피를 입는 데 주저해 왔던 여성들은 본격적인 모피 등장에 기대하는 모습이다. ‘모피 착용-동물학대’라는 적극적인 보호운동가들의 논리 때문에 몸을 사려왔던 대다수의 소비자들은 세련되고 ‘있어 보이는’ 모피에 대한 매력을 가슴속에 넣고 있다. 그런 만큼 패션계에서 본격적인 모피 사용의 포문을 연 것에 은근히 좋아하는 모습이다.
방송과 패션지, 모피 사용과 반대 조장
아이러니한 점은 모피 사용과 반대를 조장하는 결정적인 매개체가 모두 방송매체라는 사실이다. 각종 방송 프로그램과 잡지에서 잔인하게 살해되는 여우와 밍크 기사를 다뤄 모피 사용에 대한 소비자들의 죄의식을 유발시키는 동시에, 각종 연예 프로그램과 영화에서는 글래머러스한 모피 재킷과 코트가 쉴 새 없이 등장한다.
특히 젊은 층이 좋아하는 힙합 래퍼들은 ‘핌프 룩(Pimp Look)’ ‘리치비치 룩(Ritch Bitch Look)’을 표방하며 발끝까지 늘어지는 호사스런 모피 코트를 뮤직비디오나 시상식에 입고 등장하면서 모피에 대한 여성들의 환상을 자극한다.
또한 PETA의 경고와 호소 메일에도 영향력 있는 패션 에디터 아나 윈투어(미국판 《보그》 편집장), 캐린 롯펠드(프랑스 《보그》 편집장)는 공개석상에서 모피를 입고 등장하고, 《보그》 영국판 9월호에는 IFTF(국제모피고역연맹)이 지원하는 6페이지짜리 모피 광고가 등장하고 있다.
줄리앙 맥도날드, 매튜 윌리암스, 클레멘츠 리베이로 등의 디자이너들은 올 가을 컬렉션에 모피 제품을 대폭 선보였고 케이트 모스, 제이드 제거, 시에나 밀러 등 유명 모델과 연예인들이 모피 차림으로 등장하는 빈도가 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동물의 적은 ‘패션가와 여성’이라는 PETA의 논리를 뒷받침하는 듯하다.
테크놀로지 발달도 한몫
모피 부활을 가져온 또 다른 원동력은 테크놀로지의 발달이다. 모피가 갖고 있는 가장 큰 단점, 즉 세탁이 힘들고 무겁다는 점을 개선한 최신 모피 테크놀로지 덕분에 부피가 작고 세탁도 편하며 젊은 사람도 입기 쉬운 ‘경쾌한’ 제품 출현이 가능해진 것.
크리스털로 자수를 놓은 「프라다(Prada)」 밍크 코트와 스와카라 코트는 폭발적인 주문을 낳으며 젊고 트렌디한 젊은 층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반면 「루이비통」은 타탄블랭킷 코트를 통해, 「디올」과 「펜디」는 모피 사용을 반대하는 의사표시를 통해 모피 사용을 자제하는 모습이다. 그렇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에 따라 모피 사용에 동참할 확률은 여전히 높다는 분석이다.
한편 H&M, 막스앤스펜서, 갭, 톱숍(Topshop) 등 미국과 유럽의 하이스트리트 라벨들은 反모피 정책을 통해 의식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이스트리트 라벨의 대명사 「자라(Zara)」가 래빗 자켓과 래빗트림 코트를 내놓았다가 모두 수거한 것도 같은 맥락. 이처럼 패션계가 親모피-反모피로 나뉘면서 올 추동 패션가는 더욱 번잡하고 활기찬 모습을 띠게 될 듯하다. 어느 편을 선택할지는 결국 소비자의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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