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 여자의 자존심이 화려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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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2-28 오전 9:12:02

여성에게 있어서 구두는 무엇일까? 가장 흔하고 밋밋한 설명은 구두가 패션을 마감해주는 장치며, 그 사람의 생활수준을 알게 해주는 소품이라는 정도지만 심리학자들은 구두가 여성의 욕망을 상징한다고 말한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그 여성의 욕망과 자존심이 구두를 매개로 설명되는 일이 종종 등장하다. 패션 드라마로 불릴 만큼 화려한 트렌드를 주도했던 드라마 <섹스앤더시티>에서는 사라 제시카 파커(캐리)와 크리스틴(샬로트)이 구두에 광적인 집착을 보이는 장면이 흔히 등장한다. 우울할 때마다 화려한 구두를 사며 기분을 끌어올리는 크리스틴이나 아끼는 「마놀로블라닉」 구두를 남자친구가 함부로 대하자 싸움을 벌이고 마는 캐리, 스트레스 받을 일 없이 마음껏 즐기며 사는 킴 카트랄(사만다) 역시 화려한 장식이 달린 고급 가죽 하일레토를 보며 인간관계보다 더 큰 희열을 느낀다. 스릴러 영화에서 스틸레토를 신는 여성이나 슬링백 슈즈를 신는 여성의 모습에 요상한 상상을 하는 남자들이 흔히 등장한다. 구두의 어떤 면이 여성들(또한 남성들)의 감정을 자극하는 것일까? 구두, 욕망과 성적 장치 심리학자들은 여성이 좋아하는 구두 스타일이 그 여성의 심적·정신적 상태를 반영한다고 설명한다. 즉, 소녀 같은 장식(리본·단추)과 컬러(베이비핑크·옐로)를 좋아하는 여성은 욕망을 숨기고 보호받고 싶어하는 다소 덜 자란 듯한 성격을 갖고 있으며, 화려한 장식과 대담한 컬러가 돋보이는 스틸레토를 좋아한다면 자부심과 욕망에 솔직한 성격, 블랙과 회색·블루 등의 짙은 컬러와 낮은 굽·중급의 심플한 구두를 좋아하는 여성은 자신의 욕망이 드러나는 것을 싫어하고 사색적이라는 설명이다. 물론 이 같은 공식이 구두를 선택하는 모든 여성들의 심리를 반영한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자신의 신발장에 블랙과 브라운의 심플한 슈즈만 있다면 튀는 행동을 삼가고 불필요한 충돌을 피하는 타협적인 면이 강하다는 점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사회적인 분위기가 여성의 자유로운 구두 선택권을 제한하기도 한다. 바쁜 영업일이나 엄격한 규칙이 있는 직장에서 화려하고 장식적인 구두를 신는 것만큼 분위기를 흐리는 일도 없다. 클래식한 회색 수트에 화려한 메탈 장식이 돋보이는 본디지 스틸레토를 신으려면 웬만한 강심장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하다. 어떻게 보면 여성에 대한 규율은 옷차림보다 구두에 더 엄격한 점이 있다. 프로이트가 일찌감치 지적했듯 여성의 발은 가장 은밀한 신체 부위의 하나로 근대에 들어 와서야 남에게 드러낼 수 있는, ‘가리고 또 가려야 하는’ 부위였기 때문일까? 발을 반드시 성적 코드로 인식할 필요는 없지만 은연중에 가해지는 구두에 대한 제약들을 생각해 볼 때 심리학자들의 주장을 웃어넘길 수만은 없다. 하지만 적어도 올 가을엔 여성들이 화려한 신발을 마음껏 신게 될 듯하다. 패션 디자이너들이 그 동안 움츠렸던 욕망을 해방시키듯 온갖 화려한 디테일과 컬러를 뒤섞은 글래머러스한 슈즈를 너나없이 내놓으며 여성들의 동참을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트렌드가 패션을 가르치는 듯한 태도로 여성의 옷차림을 제한하는 단점도 있지만 주위의 눈을 의식해 참고 있던 여성의 스트레스(욕망과 자유)를 마음껏 풀게 해주는 장점도 있다. 대중, 혹은 무리의 힘이랄까? 혼자서 튀는 게 두려운 여성들도 올 가을에는 숨겨놓았던 자존심과 욕망을 화려하게 풀어낼 수 있는 기회를 맞았다. 화려한 장식, 컬러, 글래머 올 추동 시즌 어패럴은 1920년대, 1950년대 복고풍이 대세를 이루는 가운데 시대를 뛰어넘는 자유로운 스타일의 믹스&매치가 대세를 이루는 뉴빈티지 스타일이다. 그것도 여성적이고 장식적인 빈티지 스타일이 대세다. 러플과 모피, 화려한 자수, 아플리케, 숄, 판초, 모피케이프는 물론 카우보이부츠조차 여성스런 플로럴 프린트, 섹시한 타투 프린트, 소녀적인 컬러로 무장하고 있다. 그런 만큼 화려하고 글래머러스한 구두가 전진 배치되는 것도 당연. 디자이너들은 눈에 띄는 구두 디자인에 몰두한 듯 빨·주·노·초·파·남·보·실버·골드 등 다양한 색상에 젬스톤·자수·광택소재·비즈·메틀·플로럴·레이스 장식을 가미해, 화려하고 관능적인 스타일을 많이 선보이고 있다. 깅험과 루비 슬리퍼를 매치한 소녀적이고 섹시한 스타일이나, 섹시한 장식 부츠에 우아한 프릴을 달아 소녀와 숙녀 분위기를 뒤섞은 스타일도 한 자리를 차지한다. 전문가들의 표현대로 여성적이고, 여성적인 스타일이 대세. 특히 젬스톤과 비즈, 스팽글, 깜찍한 메틸 장식 등 장식 슈즈는 이브닝드레스는 물론 빈티지 청바지에도 잘 어울려, 화려한 슈즈도 뉴빈티지의 마감재라는 설명을 설득력 있게 한다. 유쾌한 프린트가 돋보이는 탱크탑에 보헤미안 분위

예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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