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컬렉션의 힘, 젊은 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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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2-27 오후 1:38:35

마침내 디자이너들의 세대교체가 시작된 것일까? 지난해 10월에 열린 2006 봄·여름 파리 컬렉션이 관록의 디자이너들보다 젊은 디자이너들의 참신한 스타일에 시선을 빼앗긴 것처럼, 지난 2월 3일부터 열린 2006 가을·겨울 뉴욕 컬렉션은 역시 젊은 디자이너들의 참신한 무대로 ‘젊은 미소’를 되찾고 있었다. 노장 디자이너들이 과거 향수를 되살리는 듯한 스타일과 실용성에 연연해 뉴욕 컬렉션이 ‘쇼’가 아닌 ‘일기장’처럼 따분해질 즈음 나타난 뉴욕 패션의 새로운 별, 프로엔자 스콜러를 비롯한 젊은 디자이너들. 그들의 다소 거칠지만 참신한 컬렉션이 등장하면서 뉴요커들은 새로운 ‘젊은 피’에 매료되었다는 소식이다. <예정현 기자>

중용의 패션 미학, 프로엔자 스콜러
디자인 듀오 잭 맥컬로우와 라자로 헤르난데즈가 이끄는 프로엔자 스콜러(Proenza Schouler)는 미적으로 아름다우면서도 현실적인 디자인을 이끌어냈는데, 깔끔하면서 슬림한 실루엣과 화려한 장식은 지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잘 계산된 정도를 지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만큼 매혹적이었다.

상체를 강조한 바디스와 재킷을 매치하거나 멀티 지퍼 장식이 든 펑키한 이너들은 세련되면서도 활동적이었다. 특히 이질적인 텍스처의 대비, 여성스러움과 날카로운 커팅의 절묘한 매칭, 펠트 재킷과 레이스 블라우스 등 대조적인 소재를 함께 어우르고, 이너와 아우터를 대조적인 컬러로 매치해 강렬한 세련미를 연출한 것도 프로엔자 스콜러의 파워를 느끼게 하는 부분이었다.

텍스처와 구조에서 강렬한 대비를 채용하면서도 컬러에서는 은은한 퍼플, 그레이, 블랙, 바이올렛 등 튀지 않는 색채를 차용해 미니멀리즘이 업그레이드된 ‘중용의 미학’을 선보였다. 프로엔자 스콜러가 뉴욕 패션계에서 차지할 비중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할리우드 스타들의 선택, 잭 포센
일찌감치 할리우드 여배우들을 팬으로 몰고 다니는 디자이너 잭 포센(Zac Posen)은 니키 힐튼 등 상류층 팬들이 자리한 가운데 패션쇼를 가져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현재 핸드백 디자이너로 경력을 쌓고 있는 니키 힐튼은 잭 포센의 무대를 보수적이면서도 쿨한 최고의 무대라고 치켜세웠다. 다만 패션 평론가들로부터는 데이웨어가 주목을 받은 반면, 이브닝 드레스 류는 너무 과욕을 부린 것이 아닌가 하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툴 볼레로 재킷과 플로잉 팬츠, 후드 달린 탑과 쉬어 스커트는 경쾌하고 젊은 느낌을 준 반면, 1980년대에 전성기를 누렸던 장인 디자이너 아제딘 알라이야를 연상시키는 스윙 재킷, 버블 탑, 브리프 스커트는 ‘간신히 흉내만 낸 정도’라는 냉정한 평가를 받았다.

잭 포센 스스로 올 시즌 컬렉션의 주제를 ‘페미니니티’로 잡다 보니 필연적으로 1980년에서 영감을 빌려올 수밖에 없었다면서 여전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엇갈린 평가 속에서도 할리우드의 스타 고객 군단을 거느린 인기와 뛰어난 크리에이티비티는 결국 그를 뉴욕 패션의 중심에 세워놓을 것임을 암시하는 듯했다.


포스트 캘빈, 프란시스코 코스타
미국적 심플리시티의 대명사, 「캘빈클라인」을 지휘하게 된 프란시스코 코스타(Francisco Costa)는 그 자신의 색체가 너무 강해 「캘빈클라인」 특유의 미니멀리즘을 살리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전체적으로 테일러드 색채가 더욱 강해진 이번 컬렉션은 헤링본이나 지그재그 패턴을 도입한 드레스, 트위드 아이템, 시폰 드레스 등 테일러링과 실루엣을 강조하고 싶은 디자이너적 욕심과 더불어 진과 언더 팬츠 등 소위 돈(?) 되는 아이템으로 우뚝 선 「캘빈클라인」의 전통을 결합해야 한다는 고민이 역력했다. 하지만 결국에는 코스타 자신의 디자이너적 욕심이 더 우세했다는 평가다.

사실 무대를 장식했던 시폰 드레스나 블랙 테일러드 코트, 플리츠 드레스와 「캘빈클라인」의 위대한 유산인 ‘진(jean)’을 결합하지 않아 「캘빈클라인」의 전통을 기대했던 다수의 관객들에게는 실망을 주기도 했다.

하지만 욕심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의욕도 넘친다는 증거일 것이다. 여전히 다음 시즌의  「캘빈클라인」을 궁금하게 하는 것도 그의 역량일 것이다.



예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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