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처럼 패션가가 정치와 밀접하게 움직인 적도 드문 듯 하다. 미·이라크 전쟁 기간 동안 반전 메시지를 담은 티셔츠가 의식 있는 사람들 사이에 퍼졌는가 하면 反부시 메시지가 담긴 어패럴이 시선을 모았고, 美 대선 기간에는 투표를 독려하고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자를 찍으라는 메시지가 담긴 티셔츠가 트렌드처럼 퍼졌다.
패션과 정치는 매개체만 다를 뿐 ‘자신의 의사를 표현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고, 정치와 패션 모두 집단으로 이뤄지고 일종의 ‘축제’ 형태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이 같은 현상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것일지도 모른다. 최근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우크라이나 대통령 선거, 재선거 투쟁 과정에서도 패션의 한 요소인 ‘컬러’가 크게 주목받고 있다.
야당 후보 독살 시도설과 부정 투표로 재선을 요구하고 있는 야당의 지지자들은 스카프, 서스펜더, 터틀넥 스웨터, 선글라스는 물론 아기 기저귀까지 오렌지 컬러로 통일한 채 우크라이나 수도 한 가운데에서, 야당 후보자 빅토르 요시첸코를 지원하는 대규모 시위를 펼쳤다. 오렌지 컬러는 요시첸코 후보가 대선 캠페인 기간 동안 사용한 캠페인 컬러로, 오렌지 컬러의 어패럴을 착용했다는 것은 곧 그를 지지한다는 정치적인 메시지라 할 수 있다.
일명 ‘오렌지혁명’으로 불리는 이번 사건은 키이브의 패셔니스타들에게 오렌지 컬러를 머스트해브 아이템으로 만들었고 다른 유럽 지역도 오렌지 컬러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다운타운 의류 가게에는 오렌지 벨벳 팬츠와 호박색 면 셔츠, 민자 티셔츠와 헤어밴드 등 오렌지 컬러의 아이템이 눈에 잘 띄는 쇼윈도 한 자리에 비치되어 있는데, 오렌지 컬러의 스카프는 거의 품절 상태라고. 오렌지 아이템을 착용하고 집회에 참석한 사람들은 우크라이나의 민주화에 대한 소망과 희망이 밝고 눈에 띄는 오렌지 컬러와 잘 맞아떨어진다고 말하고 있다.
컬러와 정치혁명의 연관성이 처음은 아니다. 소비에트 공화국의 하나였던 그루지아 또한 장밋빛 컬러 아이템을 착용하고 시위를 펼친 ‘장밋빛 혁명(Rose Revolution)’이 독립의 깃발이 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오렌지나 장미 컬러 등 눈에 잘 띄는 밝은 색상이 사람들에게 잘 각인되고 희망적인 느낌을 줄 뿐 아니라 지지자를 응집시켜 주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패션계 또한 우크라이나의 오렌지 바람에 휩쓸리는 모습이다. 우크라이나의 국경에 맞닿아 있는 유럽 국가에는 오렌지 스카프와 팔밴드(armband)가 불티나듯 확산되고 있고 인터넷 EBay 사이트에는 ‘Tak(우크라이나 말로 Yes)’라는 문구가 쓰여진 오렌지 티셔츠가 인기 상품으로 팔리고 있다.
예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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