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경과 생산자의 정당한 대우를 생각하는 소비자 의식이 강화되면서 ‘공정무역(Fair Trade)’에 대한 패션계의 관심이 증가되고 있다. 하지만 코튼 가격 인상으로 하이스트리트 업계마저 가격 인상을 당연시 하고 있는 지금 공정무역은 그 거창한 이름만큼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게 하는 매출 촉진제의 역할을 하고 있을까?
공정무역을 바라보는 복잡한 시선
성급한 결론 같지만, 현재로서는 ‘마음 따로, 몸 따로’의 상황이다. 즉 이상은 공정무역을 통한 코튼을 사용한 상품 구매를 원하지만 지갑을 열 때는 경제성을 먼저 따지는 것이 대다수의 소비 행태인 것이다.
또한 많은 소비자들은 우리가 돈을 더 주고 구입한 공정무역 제품 수익이 진정으로 가난한 생산국의 노동 및 작업 환경 개선에 활용되는지, 아동 및 교육 활동에 투자되는지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공정무역을 표방한 브랜드들이 어딘지 모르게 촌스럽고(?) 히피스런 느낌을 준다는데 있다. 실제로 엠마왓슨이 캠페인에 참여, 시선을 모은 ‘People Tree’ 제품은 지나치게 베이직한 느낌이 강해 ‘트렌디한’ 멋을 즐기는 여성에게 매력이 덜하고 환경 운동가로 변신한 U2의 프론트맨 보노의 아내가 진행하는 Edun 컬렉션은 록시크를 첨가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트렌디한 브랜드로 인식되지 못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공정무역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의 대다수는 제품의 디자인 보다는 ‘공정무역이 담고 있는 사회적 의식’에 공감, 제품을 구매했다고 밝혀 공정무역 패션의 고민을 깊게 한다.이에 따라 공정무역 라벨들은 소비자들에게 공정무역의 사회적 의미보다는 패션 브랜드로서의 기본 미덕 즉 스타일을 보다 강화하고 매출을 구축하는 전략 수정의 필요성에 직면했다.
특히 공정무역으로 생산된 코튼의 가격이 인상되고 있는 시점에 ‘가격은 비싸고 스타일은 별로’ 라는 인식이 각인될 경우 의미 있는 패션계의 움직임으로 받아 들여져 온 공정무역의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이 미칠 것으로 전망돼 ‘스타일’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는 상황이다.
매출 부담에 콘셉 변화 시도
이처럼 공정무역 거래를 진행하는 패션 브랜드들은 보다 트렌디한 디자인 개발을 통해 소비자를 유인하는 방향으로 전략 수정을 이루면서 업계의 변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단 공정무역 패션계는 트렌디한 하이스트리트 라벨이나 디자이너를 끌어들여 스타일리쉬하고 패셔너블한 이미지를 덧칠,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매출을 확대해 보다 패션 어패럴로 자리매김하는 방식을 최우선 대안으로 꼽고 있다.
이는 H&M이 칼라거펠트와의 제휴를 시작으로, 하이엔드 디자이너와의 지속적 콜래보레이션을 통해 높은 광고 효과와 매출을 늘리는 것과 비슷한 개념으로, 소비자 유인 효과가 높은 브랜드나 디자이너와의 제휴로 공정무역 패션이 안고 있는 스타일적 취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매력이 있다.
실제로 디자이너 마리오스스왑, 루이스그레이, 리차드니콜, 홀리 풀톤 등은 온라인 리테일러 AOS와 제휴, 공정무역 코튼을 소재로 스카프 제작 프로젝트를 진행, 공정무역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을 끌어올렸고 공정무역 코튼을 사용한 제품 라인 People Tree를 선보이고 있는 톱숍 또한 2011 봄/여름 보다 스타일리쉬한 감성이 더해진 진과 저지, 데님류를 통해 변화에 동참하고 있다.
문제는 하이엔드 디자이너와 하이스트리트 콜래보레이션에서 가장 이득을 본 업체가 사실상 ‘하이엔드 디자이너’라는 분석처럼 정 무역 라벨 자체의 힘을 키우기보다는 트렌디한 하이스트리트 라벨이나 디자이너의 들러리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공정무역 패션도 계급화
공정무역과 얽힌 또 다른 문제점은 공정무역이 담고 있는 사회적 의미의 광고 효과를 노린 일부 하이스트리트 리테일러 및 디자이너들이 공정무역을 일반 컬렉션의 ‘장식적 효과’로 활용하고 과도한 이미지 덧칠해, 공정무역 코튼을 사용한 제품의 가격 인상을 유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또한 메인 스트림 브랜드와 디자이너가 공정무역 코튼의 전면에 등장할 경우 공정무역 코튼을 사용한 패션도 결국 계급화의 과정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하는 목소리도 증가하고 있다.
즉 네임 밸류를 갖춘 리테일러와 디자이너가 메인 스트림 패션뿐 아니라 공정무역을 통한 서스테이너블 패션까지 주도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으며 공정무역 전문 라벨들은 힘을 잃게 돼 사실상 의미있는 사회 인식을 주도하는 소규모 공정무역 어패럴 라벨들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는 결국 스타일리쉬 하지 못한 공정무역 패션과 스타일리쉬하지만 값은 비싼 하이엔드 공정무역 라벨로 분화, 기존의 패션계를 답습하는 결과를 낳을 수 밖에 없다. 이는 곧 사회적 약자인 원료 생산자에게 ‘공정한 대우’를 한다는 의미있는 움직임으로 시작되었던 공정무역(Fair Trade)의 기본 콘셉과 어긋나는 상황이 되는 셈.
공정무역 코튼 탄생 5주년을 맞은 패션계가 공정무역 라벨, 혹은 공정무역 원사를 소재로 한 제품을 생산하는 브랜드의 콘셉트를 재정비하는데 고민이 깊어졌다. 게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공정무역이라는 단어가 일깨웠던 ‘신선한 매력과 호기심’이 줄고 있다는 것도 공정무역 패션업계의 보폭을 좁게 만드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무언가 ‘새롭고 의미있는’ 용어처럼 인식되던 공정무역은 소비자의 궁금증이 점차 약화되고 있으며 대다수의 소비자들이 사회적 기여를 하는 의미에서, 일시적인 ‘기부’ 정도로 공정무역 제품을 구매하는 경향이 높아 충실한 고객으로 성장하지 못한다는 단점도 지적되고 있다.
이 같은 시각의 변화는 원사 생산자에게 정당한 대우를 제공하려는 의도로 사업을 시작한 원조 공정무역 패션업체들에게 불리한 측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로 영국의 경우 공정무역을 통한 코튼에 대한 실질 수요가 지난해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공정무역 패션의 방향성에 대한 우려를 가속화 시킨다. (영국의 경우 공정무역 코튼을 사용한 제품의 2009년도 매출이 2008년 779만 파운드에서 500만 파운드 규모로 축소됐다.)
변화는 시작됐다
공정무역에 대한 정책을 수립하는 비영리 단체인 Fair Trade Foundation 관계자 또한 “Fair trade cotton이란 용어가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시대는 끝났다”면서 스타일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즉 윤리적인 패션이 일시적 유행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일반 패션처럼 스타일과 디자인이 기본이 돼야 하며 스타일+윤리성이 모두 갖추어져야 시장성도 넓어지고 가격 인상도 정당화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Fair Trade Foundation이 기존의 침착한 광고 대신 로라베일리, 리사스노우돈, 알리마스티앙 등 유명 모델을 등장시켜 보다 글래머러스하고 감각적인 광고 프로젝트로 방향을 선회한 것도 공정무역 패션의 ‘패셔너블한 면모’를 강화시키려는 노력의 일환인 셈이다.
예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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