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럭셔리의 본고장 하면 흔히 프랑스나 이탈리아를 떠올린다. 하지만 이들 럭셔리 브랜드들이 실제로 해당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아웃소싱되고 있다면 브랜드의 정통성, 혹은 가치에 대한 가격은 과연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을까?
최근 이탈리아 의회에서는 “상품에 ‘Made in Italy’라는 말을 부착하려면 이탈리아 국내에서 제작한 제품에만 ‘Made in Italy’라는 태그를 붙일 수 있고 국외에서 아웃소싱 된 제품에는 실제 생산 국가를 표기해야 한다”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다음 달부터 효력을 발생하는 이번 법안은 ‘Made in Italy’에 대한 자부심과 차별성을 강화, 결과적으로 이탈리아 패션계를 보호하기 위한 정책으로 값싼 중국의 원단을 사용, 인건비가 낮은 아시아 및 동유럽 지역에서 생산한 제품에 ‘Made in Italy’ 태그를 붙여 판매하는 많은 디자이너 및 브랜드를 규제하기 위한 방안이기도 하다.
伊 생산 제품에만 ‘Made in Italy’ 부착
정통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를 지키고 ‘Made in Italy’라는 말이 주는 정통성과 신뢰성에 더 큰 무게를 두기 위한 것으로 알면서 방치되어온 럭셔리 업계의 아웃소싱 관행에 문제를 제기하는 의미 있는 행보라 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아웃소싱을 통해 생산된 제품에 브랜드 소유국-‘Made in 특정국’을 붙이는 것은 노동자를 착취하는 스웻샵 논란만큼이나 윤리적인 문제라고 지적한다. 가령 ‘Made in Italy’라는 태그가 붙은 어패럴에 대해 일반인이 갖는 생각 즉, 특정한 수준 이상의 품질과 디자인이 보장된 제품을 생각하면 아웃소싱 제품에 ‘Made in Italy’를 부착하는 것은 비윤리적인 마케팅 효과를 끌어 내기 위한 노림수라는 것이다.
이처럼 아웃소싱 문제를 ‘윤리’적 측면에서 접근할 경우 글로벌 패션 브랜드에 만연되어 있는 ‘아웃소싱’ 관행은 원료부터 생산, 그리고 판매까지 오직 금전적 이득을 최대화 시키려는 상술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어 경제성과 효율성이 중시되는 사업적 입장만을 강조하는 것이 된다.
비용절감 혹은 윤리적 이율배반
사실 어느 때보다 수익성이 중시되는 럭셔리 업계의 입자에서 비용 절감 효과가 뛰어난 아웃소싱의 매력을 쉽게 떨치기 힘들다. 많은 럭셔리 브랜드들이 장인 정신이 깃든 수작업으로 제품을 제조하는 듯 광고를 펼치고 있는 것과 달리 값싼 인력을 제공하는 중국과 아시아 지역의 하청 공장에서, 조립 라인을 통해 제품을 생산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값싼 패브릭과 낮은 인건비를 무기로 국제 어패럴 시장의 유명 하청기지로 활약하는 중국의 물량 공세 작전 앞에 중소 규모의 이탈리아 어패럴 제조공장들이 문을 닫고 이탈리아 섬유·패션계의 위기의식이 높아지는 현 상황은 아웃소싱이 갖고 있는 두 가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럭셔리 브랜드의 아웃소싱 관행이 가격과 신뢰가 뒤엉킨 보다 복잡한 문제다. 럭셔리 업체가 제품 생산 단가를 낮춰 수익 상승을 꾀하면서 정작 소비자에게는 ‘Made in Italy’ 혹은 ‘Made in France’의 기대치에 맞는 가격대를 흔들림 없이 책정하고 있는 것은 브랜드의 역사와 정통성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를 악용하는 교만한 상술이라는 것.
실제로 일각에서는 럭셔리 업체들이 ’정통성과 장인정신‘을 강조하는 마케팅 속에 하이스트리트 업체와 다를 바 없는 경제적 논리-더 값싼 노동력과 자원을 통해 운영 및 영업 이익을 노린다는 점에서 역사와 정통성은 스스로 포기한 것과 다름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즉 소비자들에게는 ‘유럽 브랜드의 정통성’을 내세우지만 실제 속내는 ‘아시아 하청 공장에서 생산된 조립품’에 불과하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따라서 아웃소싱을 통해 생산단가를 낮춰 이득을 취하는 과정에서 제품 제작 노하우를 스스로 공개할 수밖에 없는 럭셔리 업체들의 빈틈이 결국, 이들 하청 국가가 강력한 짝퉁 럭셔리 생산 국가로 발돋움하는 기반을 마련해준 것이라는 분석도 꽤나 설득력 있게 들린다. 현실은 ‘Made in China' 인데 이상은 ‘Made in Italy’, 혹은 ‘Made in France’ 라벨을 달고 나오는 제품에 대해서 진지한 고민이 진행되어야 할 시점이라는 것이다.
제품의 실질 생산 국가를 표기해야 한다는 이탈리아 의회의 법안은 결국 럭셔리 업계가 자신의 본 모습을 되찾는 것만이 진정한 럭셔리 브랜드의 가치를 연장시킬 수 있다는 깨달음에서 비롯되었다 할 수 있다.
원산지 표기, 보다 구체적으로 강화되어야
일부 전문가들은 원산지 표시를 의무화 시키더라도 아웃소싱으로 생산된 제품의 원산지 표시를 가능한 눈에 띠지 않는 포켓 안쪽이나 바닥 쪽, 혹은 로고 뒤쪽에 표기해 슬쩍 눈가림을 하는 관행을 생각할 때 원산지 표기 법안이 좀 더 구체적으로 강화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펼치고 있다.
많은 브랜드들이 90%를 국외에서 아웃소싱으로 제작하고 10%의 마감 처리만 국내에서 한 후 ‘Made in~ 럭셔리 브랜드 소유국’의 이름을 붙이고 있어 럭셔리 업계의 아웃소싱 문제는 원산지 표기 문제 뿐 아니라 윤리적 기준도 함께 동반되어야 한다는 지적으로 정통성과 브랜드 가치에 대한 믿음을 지키고 그에 대한 가격을 지불하는 소비자들에게 숨김없이 이를 알려야 한다는 것도 이 같은 주장의 근거다. 아웃소싱 문제는 결국 럭셔리 브랜드의 진정성에 대한 시험대인 셈이다.
사실 장인의 손으로 ‘수작업으로 제작된 역사와 정통성을 보장하는 럭셔리 브랜드’라는 품격과 자부심을 마케팅 하는 럭셔리 업계가 실제로는 글로벌 아웃소싱을 통해 조립품 맞추듯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면 가격을 정당화하는 ‘브랜드 정통성’은 균열될 수 밖에 없다.
정통성에 대한 이중적 잣대
흥미로운 점은 럭셔리 업계가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짝퉁 명품 철퇴’ 의지와 글로벌 아웃소싱 정책이 묘한 대비를 이루고 있다는 사실이다. 럭셔리 업계의 골칫거리인 짝퉁 명품이 브랜드 이미지를 실추한다는 주장이 당연한 것만큼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브랜드 정통성과 장인정신’을 내세운 마케팅과 배치되는 ‘하청에 의한 아웃소싱’ 제품을 정통 럭셔리 브랜드와 동일시하기에 뭔가 껄끄러운 점을 피할 수 없다.
물론 경제와 정치, 심지어 문화까지 글로벌화 되어가는 현 상황 속에서 ‘순수혈통 럭셔리’ 제품을 고집하는 것이 욕심일지 모르지만 정통성을 내세운 럭셔리 브랜드의 찬란한 깃발 아래 지갑을 여는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브랜드 정통성이 단지 ‘크리에이티비티’에만 한정된 것은 아니라는 반발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
마케팅을 할 때는 ‘정통성’을, 제작할 때는 ‘경제적 효율성’을 내세우는 이중적 잣대 앞에서 소비자는 브랜드의 윤리성에 회의를 갖게 되고 선택폭이 많아진 패션계에서 이는 곧 소비자 기반을 흔드는 의미있는 균열이 될 수 도 있다.
예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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