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근슬쩍 로고 감춰야 ‘럭셔리 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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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27 오후 7:22:32



어찌 보면 아이러니하기 짝이 없다. 오랜 시간과 치열한 디자인 크리에이티비티를 투자, 소비자들의 마음에 ‘럭셔리 브랜드’의 이미지를 정립시켰던, 잘 나가는 럭셔리 업체들이 훈장처럼 드러내왔던 그들의 브랜드 로고를 숨기느라 바쁜 것이다.

럭셔리 업계의 찬란한 깃발로 자리했던 이들의 로고는 짝퉁과 진품을 구분하는 단순한 장치에서부터 마음 편히 사기에는 부담스런 가격을 당연하게 인정하게 만드는 설득의 장치이자, 춘추전국처럼 늘어선 수많은 브랜드 사이에서 고고한 자세를 유지할 수 있게 만든 신분증이고 브랜드 가치의 날카로운 척도이기도 하다.

제대로 된 브랜드 로고 하나를 정립시키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한지 알고 있다면 자랑해도 좋을 이름표-브랜드 로고-를 스스로 숨기는 럭셔리 업계의 모습은 자못 당황스럽기도 하다. 도대체, 그 이유가 무엇일까?

있는 자의 여유, 은근슬쩍 즐기기    
이유는 자명하다. 브랜드 로고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가 변화를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세기 말에서 21세기 초, 온갖 매체를 통해 빈번히 등장하며 너무나 ‘대중화’된 로고에 사람들이 싫증을 느끼기 시작했고 남과 다른 ‘나’를 원하는 고집 있는 소비자들은 럭셔리 브랜드 로고가 쉽게 드러나 있지 않아 럭셔리를 아는 사람들만이 독특한 그 품격을 알아챌 수 있는-은근한 럭셔리 브랜드를 선호하기 시작했다.

눈에 띠는 곳에 로고를 새기거나 아예 로고를 패턴화 시켰던 여타 럭셔리 브랜드들과 달리 독특한 짜임과 감성, 은은한 분위기로 럭셔리 매니아들의 머스트해브 아이템으로 자리한 보테가베네타가 대표적인 경우이다. 어찌 보면 20세기 말 럭셔리 업계를 강타했던 ‘수익성 논리’와 중국을 위시한 신흥 럭셔리 시장이 럭셔리 브랜드의 과다 노출을 유도했고, 럭셔리 초보자들이 브랜드 로고에 집착하는 현상을 보이면서 기존의 럭셔리 브랜드 소비자들이 이들과 차별되는 ‘로고 없는’ 브랜드로 피난처를 찾은 것이라 볼 수도 있다. 즉 대중성이 럭셔리 브랜드에 수익을 가져왔다면 대중성의 상징이자, 수익 창출의 도구였던 브랜드 로고가 충실한 고객들의 싫증을 유발하고 있는 셈.

럭셔리 고객들은 이제 다시 그들만의 리그에서 은근슬쩍 서로 알아보는 럭셔리 브랜드를 꿈꾸고 있는 것이다. 말하자면 있는 자의 여유이자 아는 자의 즐거움이라고나 할까?

그것이 교만이듯 자부심이듯 럭셔리 브랜드 로고를 숨기는 것은 혹은 최소화 시키는 것은 럭셔리 업계의 가장 큰 당면 과제다. 실제로 PPR의 수장 프랑시스앙리아르노는 최근 ‘최소 로고’ 정책을 선포하며 구찌나 입셍로랑, 셀린, 보테가베네타 등 산하 브랜드들의 로고 비중을 더욱 축소시켜 보다 은근하고 은밀한 럭셔리 브랜드의 모습을 구축하는 것을 당면 목표로 정했다.

좀 더 세련되고 은근한 브랜드로 품격과 가치를 높이겠다는 것으로 실제로 브랜드 로고가 잘 드러나지 않는 구찌의 Jackie, Pelham 핸드백이 불황기에 높은 수요를 창출, 탈로고, 혹은 로고 최소화 정책을 취하는 구찌의 전략에 힘을 더한다.

‘남과 다른 나’ 추구하는 럭셔리 소비 마인드
또한 피비필로가 지휘하는 셀린은 우아하고 삼가는 셀린의 디자인 성향을 살리기 위해 화려한 캣워크 구성을 절제하고 보테가베네타는 로고 실종(!)을 의심할 만큼 더욱 은둔자적 럭셔리 브랜드의 매력을 강화시킬 계획이다. 지난 몇 년간 글로벌 패션계를 강타했던 금융 불안도 럭셔리 로고에 대한 소비자의 마인드를 바꾸게 한 원인으로 작용했다.

모두들 소비를 줄이던 시절, 럭셔리를 즐기는 여유가 있던 사람들은 화려한 로고가 드러나는 럭셔리 브랜드 구입에 불편한 시각을 느꼈고 가능한 로고가 드러나지 않는 럭셔리를 원하게 된 것이다. 다시 말해서 20세기 말~20세기 초가 큰소리로 ‘럭셔리 로고’를 부르짖었던 시기라면 이제 ‘조용히 속삭이는 럭셔리 브랜드 시대’가 온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로고에 대한 거부감이 비단 패션뿐 아니라 사회 전반적 흐름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제 소비자들은 우르르 몰려가 동질감을 확인하고 ‘군중 속의 나’에서 안도감을 찼던 ‘대중적 소비자’에서 벗어나 남과 다른 나만의 가치와 품격을 찾는 소신있고 때론 거만한 소비자들로 변신한 것이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화려한 럭셔리 로고의 깃발이 아니라 오랜 세월을 살아온 럭셔리 브랜드의 전통으로 장식에 불과한 로고는 과거만큼 제품 구매에 큰 의미가 없다.

실제로 하비니콜스 관계자는 글로벌 불황 이후 클로에나 알렉산더왕처럼 브랜드 로고가 잘 드러나지 않는 ‘탈 대중화’ 브랜드의 수요가 늘고 있다고 밝혀 변화된 소비자의 마인드가 실증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그간 헐리웃 스타나 팝가수, 유명 축구선수들의 와이프의 파파라치 사진을 통해 로고를 각인시키는 정책을 실행, 짭짤한 매출 구축을 해온 일부 하이엔드 브랜드들은 소비자의 시선을 끌면서도 노골적이지 않는 브랜드 홍보전을 어떻게 펼칠 것인가 고민하고 있다.

실제로 샤넬의 경우 축구 선수 스티븐제라드의 아내이자 모델인 알렉스커란의 파파라치 컷에 2008년판 샤넬 카프스킨 핸드백이 등장하자 현저한 매출 상승을 이뤄낸 바 있어 브랜드 로고 숨기기 작전과 은근슬쩍 파파라치 마케팅을 어떻게 절묘하게 조합시킬지 묘책을 고심하는 모습.

특유의 모티브, 혹은 정통성으로 소통
모노그램 LV 로고 패턴을 전면에 등장시켜 엄청난 수익을 올려온 루이비통 또한 소비자들의 뇌리에 각인된 브랜드 이미지를 더 이상 반복하지 않고, 로고를 즐기지 않는 럭셔리 소비자들을 끌어안을 방안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최근 럭셔리 업계의 동향 조사를 진행한 자료에 의하면 많은 럭셔리 브랜드들이 브랜드 로고를 숨기거나 최소화 시켜 브랜드 가치를 더욱 높이고 소비자를 포섭할 수 있다면 기꺼이 동참하고 투자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 ‘브랜드 로고 숨기기 혹은 로고 최소화’ 전략은 이미 대세로 자리한 분위기이다.

일각에서는 브랜드를 숨기되 패션 하우스 특유의 디자인이나 모티브로 소비자와 소통하는 것을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즉 노골적인 브랜드 로고보다는 특유의 밤부 모티브나 그린·레드 스트라이프 같은 은밀한 ‘특징’을 통해 브랜드의 정통성을 소비자들과 주고받는 구찌나 인내심이 깃든 위빙백으로 유명한 보테가베네타가 좋은 예가 된다.

혹은 특유의 커팅과 디테일로 한 눈에 봐도 그의 작품인 줄 구분할 수 있는 젊은 디자이너 알렉산더왕처럼 자신의 색깔을 분명히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신인 시절 각종 매체를 통해 자신을 알리기에 부산했던 연예인들이 뜨고 나면 신비주의를 표방하듯 브랜드 입지가 확실한 럭셔리 브랜드들은 로고를 드러내든 숨기든 두려울 것이 없다는 것이다.



예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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