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브랜드 다시 가격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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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쌀수록 잘 팔려…

2010-07-09 오후 8:42:25



소비자들에게 있어서 럭셔리 브랜드는 어떤 의미를 가질까? 혹자는 치열한 장인정신과 크리에이티비티가 만들어 낸 ‘정통성 있는 명품’을 생각하겠지만 대다수 소비자들에게 럭셔리란 말 그대로 사치품에 가까운 것이 사실이다.

최근 럭셔리 업계의 동향을 보면 럭셔리 브랜드의 자격 조건은 뭐니뭐니해도 ‘가격’인 듯하다. 이젠 과거형으로 표현해야 될 글로벌 금융 불황이 럭셔리 업계에 ‘매출과 고객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면서 잠시 ‘접근하기 좀 더 쉬운’ 가격대의 제품과 세일 상품을 만나는가 싶었는데 이제는 다시 가격 인상전이 본격적으로 펼쳐지고 있다.

럭셔리 업계, 가격 인상 줄이어 
일례로 헐리웃 스타들의 파파라치 사진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샤넬 클래식 백(일명 2.55백, 블랙컬러)의 가격이 7월 1일자로 10~20% 인상되었고 럭셔리 주얼리 티파니의 메트로 미니 다이아몬드 십자가 목걸이는 2월24일 기준 23% 상향 조정되었다.

또한 구찌는 6월 10일 기준 일부 상품에 대해 4~5% 정도 가격 인상을 진행했고 루이비통과 에르메스도 가격 인상정책을 계획하거나 실천하고 있다. 리테일 업계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지난 2~3년간 고가의 럭셔리 보다는 좀더 편안한 가격대의 제품 오더에 초점을 맞췄던 삭스, 바니스 등의 美 백화점 체인들은 고가의 하이엔드 제품 오더를 늘리고 있고 디자이너 브랜드의 의류도 3년 전보다 30~50% 이상 높은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

그리고 이들 백화점에서 팔리는 럭셔리 핸드백의 평균가는 1600달러로 2009년 대비 200달러 이상 높아졌고 마스터 카드 어드바이저스 스펜딩플러스 조사 결과 2월 기준 미국 내 럭셔리 제품의 기준가가 전년대비 10% 이상 상승한 것으로 밝혀지는 등 럭셔리 브랜드들의 가격 인상은 전반적인 추세로 자리했다. 이 같은 가격 인상은 패션뿐 아니라 럭셔리 라이프스타일 전반에서도 확인된다. 벨루가 캐비어와 고급 와인 가격은 2008년 8% 떨어졌지만 작년에 각각 24.1%, 31.8% 상승했고 로열오페라 하우스 박스와 글로벌 불황기에 20.5% 하락했던 로열오페라 하우스 박스와 24시간 컨시어지 서비스는 15.2% 가격이 인상되었다.

또한 한동안 주춤했던 고가의 예술품과 주얼리·시계 등도 일종의 투자의 대안으로 5% 정도 거래가 상승세가 이어지고 개인 비행기, 쇼퍼서비스, 세인트트로페즈 등지의 고급 리조트 호텔 이용 요금도 2009~ 2010년 사이 0.6% 인상된 것으로 나타나는 등 럭셔리 관련 상품은 불황 이후 완연한 상승세를 보이는 분위기다.



울트라 럭셔리 고객 위한 가격 인상?
물론 럭셔리 업계의 가격 인상 전략은 나름 이유가 있다. 글로벌 금융 불안이 오기 전만해도 럭셔리 업계는 다양한 매체를 통한 직간접적 마케팅, 특히 헐리웃 스타들의 각종 파파라치 사진을 통한 셀러브리티 마케팅 덕분에 기존의 고객층을 넘어 보다 젊은 소비자들을 포섭, 소비자 기반을 넓히는데 성공했고 중국과 러시아, 중동 지역 등 이머징 마켓에서 수요가 증가하면서 럭셔리 브랜드는 누구나 하나쯤 갖고 있어야 할 ‘머스트해브 아이템’처럼 소비자와 친근해졌다.

그리고 그 덕분에 럭셔리 업계는 그 어느 때보다 즐거운 매출의 단맛을 보면서 IT Bag이라는 트렌디한 용어에서 보듯 트렌디화 되는 경향까지 드러냈지만 그만큼 젊고 대중화되는 부작용이 나타나면서, 전통적인 럭셔리 소비층들 균열이 생기게 된 것.

이에 따라 럭셔리 업계는 트렌드보다는 브랜드 정통성을 중시하는 전통적인 소비층, 혹은 대중화된 명품과 차별성을 원하는 소비층을 타깃으로 한 고가의 울트라 럭셔리 제품을 선보이며 럭셔리 브랜드 사이, 혹은 하나의 럭셔리 브랜드 내부에서도 ‘울트라 럭셔리’와 ‘일반 럭셔리’가 구분되고, 그 기준은 역시 가격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곧이어 발생한 글로벌 금융 불안은 이 같은 ‘럭셔리의 계급화’에 정당성을 부여한 기점으로 작용한다.

즉 경기 불안에 상대적으로 취약할 수 없는 신흥 럭셔리 소비층-중산층-은 낮은 가격대의 럭셔리 아이템이나 틈새 매스티지 브랜드로 시선을 돌리게 되었고 경기 흐름과 상관없이 럭셔리 구입을 즐길 수 있는 전통적인 소비층(울트라 럭셔리 고객층)은 여전히 뚝심 있는 구매 흐름을 보이게 되었고, 그 결과 럭셔리 브랜드는 전통 고객-상류층-에 타깃을 맞춘 브랜드 운영으로 전략을 수정하고 가격 인상 정책을 전진 배치하게 되었다는 것이 가격 인상의 표면적 이유다.

일각에서는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기 시작한 지금 다시 가격인상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은 글로벌 불황기 잃었던 매출 부진을 상쇄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단정하고 있지만 그와 함께 변덕스럽고 대중적인 고객층과 정통 럭셔리 고객의 구분을 확실히 하고 공략하기 위한 전략적 판단이 럭셔리 업계의 가격 인상 전의 가장 주요한 원인으로 작용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교묘한 심리 마케팅
실제로 럭셔리 업계의 가격 인상전은 심리적인 마케팅 면모가 강하다. 럭셔리 전략 전문가들은 럭셔리와 일반적인 프리미엄 라벨, 혹은 그저 값만 비싼 라벨을 구분하는 가장 큰 차이는 그저 ‘가격의 격차’가 아니라 ‘소비자의 감정선을 어떻게 자극하고, 작용시키는가’에 달려있다고 분석한다.

즉 럭셔리 브랜드는 단순히 ‘가격이 비싼’ 라벨이 아니라 그 ‘품격이나 신분, 혹은 라이프 스타일’의 차이를 아는 사람의 전유물이라는 강한 감정적 메시지를 전달, 남과 차별되는 ‘나’를 원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파고든다는 것으로서 글로벌 불황에 시련을 겪었던 럭셔리 업계가 경기가 살아나는 이 시점에 가격 인상을 단행하는 것은 이처럼 ‘남과 다른 품격을 추구할 수 있는 경제적·정신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구입하는 자긍심 강한 브랜드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것이다.

이는 곧 소비자들의 감정선을 자극하는 심리 마케팅의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가격 인상 전략의 밑바닥에 깔린 또 다른 심리 코드는 ‘소비자들의 생각과 반대로 가라’는 논리다. 대다수의 ‘브랜드가 소비자의 욕구를 반영하는’ 정통 마케팅 전략을 쓰는 반면 럭셔리 브랜드는 ‘소비자를 브랜드에 적응시키는’ 방법을 통해 역으로 소비자들에게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와 욕망을 구축할 수 있다는 것으로서 일종의 슬쩍 ‘튕기기’ 작전으로 볼 수 있다.

가격 인하를 원하는 소비자의 욕망과 반대로 가격 인상을 통해 구매를 유발하고 높은 가격만큼의 가치를 구매했다는 자부심을 느끼게 만들어 소비자에게 ‘만족감’을 주는 이 같은 마케팅 전략은 사후 서비스와 도도한 판매 방식으로 유명한 럭셔리 브랜드들의 관행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

즉 ‘럭셔리 브랜드의 정통성과 디자인 크리에이티비티’가 ‘가격적 불만’을 상쇄하고도 남는 가치를 전달한다는 의식을 심어주는 이 같은 전략은 소비자들의 욕구를 외면하는 것보다 소비자들의 욕구를 무차별 반영하는 것이 브랜드의 실패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는 시장의 움직임과도 일치한다.

럭셔리 업계의 가격 인상은 소비자와 타협하지 않고 ‘브랜드의 역사와 정통성’을 지킨다는 앙팡진 자부심의 상징이자, 소비자의 충성도를 요구하는 가장 실천하기 편한 심리 마케팅인 셈이다.



예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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