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0년 새해를 맞이하면서 희망에 들떠있었던 이탈리아 맨스웨어 업계, 하지만 6개월이 지난 지금 이탈리아 패션계의 표정은 그렇게 밝지만은 않다. 미국발 글로벌 금융 위기의 터널이 끝났다고는 하지만 그간의 손실을 메울 만큼 극적인 매출 반전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고 있는 것. 물론 하반기 시장의 흐름이 좀 더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은 여전하지만 당초 2010년 한 해가 글로벌 럭셔리 맨스웨어 시장의 약진을 이끌 것이라는 전망에는 여전히 못 미치는 분위기다.
2011 맨스웨어 컬렉션 밝고 경쾌해져
2009년은 맨스웨어 시장의 암흑기와 마찬가지였다. 이탈리아 의류 미 텍스타일 협회의 조사에 의하면 글로벌 불황의 타격이 본격화된 2009년 이탈리아 맨스웨어 매출은 전년대비 11.3% 하락했고 화이트컬러의 대량 실직을 반영하듯 타이 부문의 매출은 23%나 하락, 이탈리아 맨스웨어가 글로벌 불황의 직격탄을 피하지 못했음을 입증했다.(SMI 자료)
사실 이탈리아 패션계는 글로벌 불황 이전에 이미 변화된 맨스웨어 시장의 흐름-정통 테일러드 스타일보다 캐주얼하고 활동적인 스타일이 맨스웨어 시장을 주도하고 값싸고 기술력있는 중국의 패브릭이 유럽 맨스웨어 시장을 야금야금 잠식하면서 상대적 경쟁력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던 상황이었다. 이런 와중에 글로벌 불황까지 겹치면서 이탈리아 럭셔리 맨스웨어 업계의 위기 의식은 더욱 심화될 수 밖에 없었던 것.
하지만 2011년 밀라노 봄·여름 패션 주간의 분위기를 살펴보면 맨스웨어 시장에 대한 이탈리아 업계의 자신감과 낙관적 기대감이 좀 더 강화된 느낌이어서 눈길을 끈다.
가장 큰 특징은 이탈리아 맨스웨어의 자부심이라 할 테일러링 퀄리티를 강조하면서도 좀 더 가볍고 경쾌한 이노베이션을 추구하는 현상이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일례로 아르마니는 클래식한 정서에 모던한 디테일을 가미, 신선한 느낌을 더했고 정통 맨스웨어의 베이지 컬러 톤에 생기있는 옐로우를 가미 밝고 캐주얼한 이미지를 표출했다. 또한 베르사체는 몸에 딱 맞는 핏의 재킷과 짧아진 소매, 발목까지 접어올린 슬림한 트라우저를 화려한 컬러로 선보이며 젊고 역동감있는 스트릿 분위기로 시선을 사로잡았고 커스튬내셔널은 레이저켓과 써모웰딩(열 봉합처리)을 통해 솔기가 드러나지 않는 혁신적인 재킷을 통해 이탈리아 테일러링의 모더니티를 최극단까지 끌어올린 느낌을 주었다.
한편 프라다는 다양한 쇼츠와 슬림 트라우저, 재킷 밖으로 셔츠를 드러낸 젊고 컬러풀한 컬렉션을 통해 활기하고 젊어진 모습을 연출했고 페라가모는 라틴아메리카, 터키 등 시장의 성장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듯 흠 잡을 데 없이 매끄럽고 산뜻한 의상으로 캣워크를 꾸몄다. 구찌는 슬리블리스 재킷과 트라우저 안에 레깅스를 매칭하는 독특하면서도 우아한 ‘집시 디럭스’ 룩을 선보여 도전 정신이 강한 남성들을 즐겁게 했다.
한 마디로 말해서 2011년 봄/여름 맨스웨어는 밝고 경쾌하고 자신감과 낙관주의가 혼재된 희망의 송가를 부르고 있는 셈이다.
맨스웨어의 변신은 매출 유인책
이처럼 이탈리아 맨스웨어가 밝고 경쾌해진 이유는 의의로 간단하다. 기존의 맨스웨어와 다른 점을 강조, ‘굳이 있는데 구입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남성 소비자들에게 뭔가 ‘사야만 할 구실’을 만들려는 업계의 전략적 판단이 이뤄낸 변화인 것이다. 즉 기존의 옷장의 분위기와 차별되는 아이템을 통해 지지부진한 매출을 끌어 올리려는 작전을 세워놓은 것. 실제로 바이어들은 이와 같은 분위기 변신이 경제적 소비 패턴을 보이고 있는 남성 소비자들의 지갑을 여는데 효과적일 것으로 분석하며 화려하고 생동감 넘치는 2011년 맨스웨어의 흐름을 반기고 있다.
스포티한 맨스웨어가 힘
어찌 보면 2010년 올 해가 럭셔리 맨스웨어 시장의 활기를 이끌기 위한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면 2011년은 본격적인 ‘매출 수확기’로 캐주얼하고, 컬러풀하며 ‘매출을 자극할만한’ 맨스웨어 트렌드가 이 같은 기대감을 입증한다.
흥미로운 점은 정통 테일러링의 고향 이탈리아 맨스웨어 업계가 캐주얼 의류와 스트릿웨어의 트레이드쇼, Pitti Uomo에 진군, 금융 위기 이후 급격히 하락한 매출을 살리고 맨스웨어 시장에 새로운 활기를 이끌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곧 우먼스웨어 시장과 마찬가지로 맨스웨어도 ‘팔리는 옷’, ‘소비자와 소통하는’ 현실적인 디자인의 파워가 커졌다는 것으로 상대적으로 용도가 한정적인 정통 테일러드 수트보다는 데이앤나잇 용으로 가능한 보다 융통성 있고 캐주얼하며 감각적인 의상이 맨스웨어 캣워크를 채우고 있는 현상과도 일맥상통한다.
이를 반영하듯 부루넬로쿠치넬리는 몸매를 잘 살리는 테일러드 재킷과 캐주얼 팬츠를 접목, 적당한 품격을 살리면서도 좀 더 부드럽고 여유있는 분위기를 살려 마치 맨스웨어판 ‘스텔라매카트니’를 생각나게 했다. 또한 단순히 여유로운 스타일을 가미하는데 그치지 않고 클래식한 더블 브리스트 재킷부터 스카프까지 닳은 듯한 피니싱 공정을 적용, 자주 입은 듯한, 그만큼 여유롭고 자연스러운 느낌을 강조하면서 맨스웨어의 어깨에 힘을 빼고 모던하면서 이지한 룩을 이끌고 있다.
이밖에 코튼피케와 시어서커, 니트를 소재로 부드러운 테일러링 감을 살린 제레미해킷의 재킷이나 화려하고 기하학적인 패턴의 셔츠, 가는 스트라이프 커프스 디테일이 감각적인 팬츠는 2011년 스포티 맨스웨어의 대표적인 이미지라 할 수 있다.
이밖에 세루티는 저지 블래이저를 통해 갖춰 입은 듯 하면서도 편안한 모습의 절묘한 스타일링을 이끌었고 발란틴은 더블브리스티드 니트 가디건을 통해 테일러링과 니트의 접목이 이뤄낸 여유로운 스타일의 본보기를 제안했다.
액세서리도 감각적이고 캐주얼하게
2011년 맨스웨어 트렌드로 떠오른 절제된 테일러링+캐주얼+스포티한 감성의 만남이 단순히 재킷과 팬츠에 그치지 않고 액세서리와 풋웨어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점이다.
실제로 2011년 맨스 슈즈는 정형적인 테일러드 슈즈보다는 울트라 러버 밑창이 달린 편안한 신발이나 오래 신은 듯 자연스런 염색과 와싱이 눈길을 끄는 캐주얼하고 스포티한 슈즈가 전진 배치되어 여유롭고 낙관적인 라이프스타일을 기대하는, 맨스웨어의 바램을 느낄 수 있다.
또한 한층 밝고 경쾌해진 의상에 맞춰 액세서리도 좀 더 다양하고 화려해지는 모습으로 구찌와 까발리는 멋스러운 남성용 오버사이즈백을 선보였고 보네가베네타는 대담하고 멋진 슈즈를 통해 패셔너블한 남성 스타일에 멋을 더하고 있다.
정리하자면 2011년 맨스웨어는 소비자와 더욱 소통할 수 있는, 즉 매출을 자극하는 실용적이고 감각적인 스포티·캐주얼을 전면에 배치하고 추가 매출을 구축할 수 있는 매력적인 액세서리와 슈즈의 선택폭을 넓히는데 주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 같은 변화는 정통 테일러드와 스트릿웨어, 혹은 캐주얼웨어의 경계가 자연스럽게 허물어지고 서로 융합되고 재해석되는 과정을 거치는 맨스웨어 시장의 흐름이 그 근간을 이루고 있다.
예정현 기자
- Copyrights ⓒ 메이비원(주) 패션인사이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