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패션위크에 오른 런웨이 무대를 3-D 입체 영화로 상영, 현장에서 실제로 런웨이 무대를 지켜보는 듯 즐거운 경험을 선사했던 버버리가 2010 버버리 프로섬 가을/겨울 컬렉션 제품 일부를 온라인을 통해 판매한다. 런웨이 쇼에서 가장 많은 찬사를 받았던 시얼링 라인드 플라잇 재킷과 버클 부츠 등 애비에이터(비행기 조종사) 의상에서 영감을 얻은, 쉬크한 아이템들은 2월 26일까지 버버리 웹사이트에 재빨리 로그인해 구매할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런웨이 쇼에 오른 의상이 실제 소비자와 만나기까지는 6개월 정도의 기다림이 필요했지만, 온라인 버버리 숍에 올라온 18종의 코트와 33개의 핸드백을 구입한 소비자는 6~8주만 기다리면 해당 제품을 받아볼 수 있다.)
버버리 2010 F/W 컬렉션 온라인 판매
일종의 깜짝 마케팅 이벤트처럼 진행된 이번 행사는 테크놀로지를 재빨리 마케팅에 활용하려는 크리에이티비드 디렉터 크리스토퍼베일리의 영리한 전략의 일환으로 운 좋은 소비자들은 버버리 프로섬 F/W 컬렉션이 마켓에 나오기 전에 먼저 해당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특권을 누릴 수 있었고, 패션계는 디자인뿐 아니라 ‘시장과 소비자의 흐름 읽기’에도 능수능란한 크리스토퍼베일리의 재능에 다시금 감탄했다.
하지만 캣워크 쇼에 올랐던 의상을 소비자들이 곧바로 구매할 수 있게 한 것은 버버리가 처음은 아니다. 하우스오브홀란드의 디자이너 헨리홀란드는 블랙베리와 제휴, 캣워크쇼에 올랐던 슬로건 티셔츠를 소비자들이 블랙베리를 통해 당일 구매할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했고 비비엔웨스트우드 또한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자신의 Red Label 런웨이 쇼에 올랐던 미니 멜리사 웰링턴 부츠를 소비자들이 주문할 수 있게 해놓은 것. 이런 점을 감안하면 일시적 이벤트이던, 혹은 실험이든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패션계에 고객과의 ‘직접적이고 효율적인’ 소통 수단으로 발전되고 있는 것은 부인하기 힘든 사실인 듯하다.
파워 패션 블로거의 힘
인터넷이 가져온 또 다른 변화는 파워 패션 블로거의 등장이다. 패션계 전반, 혹은 특정 패션 하우스 및 브랜드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며 자발적으로 패션계와 네티즌 소비자의 관계를 긴밀하게 구축하고 있는 파워 블로거들은 특정 브랜드에 대한 충실한 팬클럽 역할을 해주기 도 하고 트렌디하고 핫한 아이템을 소개, 구매를 유발시키는 동시에 게시판을 통해 특정 디자인에 대한 좋은점과 개선점, 혹은 마음에 들지 않는 점등을 전달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 패션계가 소비자와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인터넷에서 일종의 자발적 마케터 역할을 해주는 이들 파워 패션 블로거들은 인터넷 세상에서 일종의 ‘패션 추종자들의 만남의 장’을 만들어주면서, 충실한 고객 혹은 잠재적 고객을 안겨다 주는 소중한 존재이기도 하다. 이런 이유 때문에 최근 패션계는 파워 블로거들을 런웨이 쇼에 직접 초대, 네티즌들에게 런웨이 쇼에 오른 컬렉션에 대한 생생한 전달을 유도하고 런웨이 쇼 필름이나 인터넷 광고 스틸, 혹은 광고 필름을 제공, 네티즌들이 해당 브랜드의 동향을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도록, 일종의 ‘공생’ 관계를 형성하는 추세이다.(일례로 10대 파워 패션 블로거 태비게빈슨, 브라이언보이 등은 디자이너 런웨이 프론트로에 당당히 자리를 하고 있다.)
실제로 고객과 소통할 기회가 적은 젊은 디자이너들은 그들의 컬렉션, 혹은 런웨이 쇼 필름을 블로거에 제공, 소비자들의 반응과 의견을 수렴할 기회를 얻고 인지도를 확대하기도 한다. 이처럼 패션 블로거들이 패션계에 중요한 ‘마케터’ 역할을 해주자 런던 패션 주간 조직위는 런웨이 무대를 라이브 온라인 스트림으로 제공, 네티즌들에게 런던 패션 주간에 대한 관심을 유발시키는 등 블로거들을 통로로 네티즌-소비자-들을 그들의 세계로 유인하는 분위기.
런웨이 쇼에 직접 참관하지 않아도 3-D 입체영상으로 캣워크 쇼를 생생하게 지켜볼 기회를 제공한 버버리나 런던 패션주간의 무대와 백스테이지 영상을 라이브 스트림으로 제공한 런던 패션 주간 조직위의 노력은 국경에 상관없이 전 세계 소비자들을 흡수하려는 노력이자 영리한 마케팅 전략의 일환이다.
즉 네티즌들에게 ‘이야기 거리’를 던져주고, 자발적으로 관심을 갖게 유도하는 것.
구매자에서 참여자로… 소비자가 변화한다
무엇보다 온라인을 통해 실시간에 런웨이쇼를 본다는 것은 늘 한발 늦게 패션 현장의 소식을 접하고 평면적 사진에 만족해야 했던 소비자들에게 즉각적으로 ‘패션 현장의 일부’가 될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구매자의 입장에서 만족해야 했던 소비자를 ‘참여자’로 바꾸는 일종의 변혁이라 할 수 있다.
즉 대중들이 사이버 스페이스를 통해 캣워크 쇼를 지켜봄으로써 패션의 흐름을 미리 보고, 디자이너들의 컬렉션을 비교하고 자신의 선호도를 파악하는 ‘정보를 갖고 공부하는’ 의식을 형성시키면서 스스로 판단하는 비판적 소비자로 업그레이드 될 기회를 갖게 된 것.
따라서 온라인을 통해 런웨이 무대가 ‘공개’ 된다는 것은 패션하우스들에게 마케팅 기회가 되는 동시에 더욱 까다로운 소비자들을 상대해야 하는 비판의 현장이 될 수도 있어 컬렉션을 구성하는 디자이너들이 더욱 ‘소비자’를 의식하게 만드는 흥미로운 작용을 하기도 한다.
이처럼 런웨이 무대와 온라인 공간이 통합되는 현상이 벌어지자 일부 디자이너들은 디지털 테크놀로지를 아예 런웨이 무대에 직접 접목시키기도 한다.
아깝게 세상을 떠난 알렉산더맥퀸이 대표적 경우. 알렉산더맥퀸은 지난해 10월 SHOWstudio.com과 제휴, 파리 패션 주간에 펼쳐진 2010 봄/여름 컬렉션 “Plato's Atlantis" 런웨이 무대를 글로벌 소비자들-네티즌에게 실시간 공개했는데 남/여 모델의 6대의 비디오 카메라와 모션 컨트롤 테크놀로지에 따라 작동되는 두 대의 디지털 로봇을 통해 무대의 At 모델들의 움직임을 하나도 빠짐없이 실시간 공간에 제공하는 선도적 실험을 했다.
일종의 홀로그램 캣워크와 할 수 있는 그의 런웨이 무대는 패션과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접목을 통해 궁극적 타깃(소비자)과 보다 직접적이고 긴밀하게 작용하는 실험을 시작했다는 점에서 시간과 공간을 넘어선 소통의 가능성을 열었다.
어찌 보면 최근 소비자를 즐겁게 했던 버버리의 3D(입체) 런웨이 프리젠테이션은 알렉산더맥퀸의 디지털 실험에 보다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를 가미한’ 프로젝트인 셈이라고 할 수 있다.
소통과 마케팅의 신개념 공간
소비자들과 떨어질 수 없는 인터넷 공간을 적극적 소통과 마케팅의 현장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은 패션계 모두 공감하는 사실이다. 특히 네티즌들이 파워 패션 블로그 뿐 아니라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통해 자발적으로 패션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고, 의견을 전달하며 패션계의 긍정적 소식통이자 날카로운 비판자 역할을 하고 있는 지금 국경 없이 다양한 소비자들이 모여드는 인터넷은 패션계에 시장의 흐름을 가늠하게 해주는 고마운 공간.
그런 만큼 최근 페이스북 사용자를 상대로 가장 인기 있는 패션 브랜드를 묻는 설문조사 결과 아디다스 1위를 시작으로 스포츠웨어 브랜드가 상위권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H&M이 중위권을 차지했다는 점은 각종 패션 잡지들이 ‘럭셔리 브랜드’가 소비자들의 최대 관심사인양 보도 하는 것과 달리 실제 소비자들은 그들의 생활과 직접적 연관된 스포츠웨어 브랜드와 하이스트리트 패션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점을 일깨워준 흥미로운 기회였다.
예정현 기자
- Copyrights ⓒ 메이비원(주) 패션인사이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