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깽이, 당신은 위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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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트모스 마른 몸 예찬론에 비난 여론 비등

2009-11-30 오후 6:37:52

케이트모스가 또 사고를 쳤다. 2005년 코카인 흡입 사진이 타블로이드지에 실리면서 버버리의 광고 지면을 빼앗기고 런웨이 무대도 취소당하는 등 한동안 수모를 겪었던 그녀는 톱숍(Topshop)과의 콜레보레이션 라인을 론칭하고, 입셍로랑, 미소니, 데이빗여먼 등 유명 패션/주얼리 하우스의 광고에 등장하며 전성기 못지않은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 왔다.


그런데 최근 그녀가 WWD와의 인터뷰에서 “어떤 즐거움도 마른 몸을 갖는 것과 비교할 수 없다(nothing tastes as good as skinny feels” 는 말라깽이 예찬론을 펼치면서 또다시 사회적 비난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게다가 이 같은 대답이 모델 생활의 모토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대한 것이어서 그간 체질적으로 살이 찌지 않는 마른 몸이라는 것을 강조했던 그녀의 몸매가 강박적 다이어트, 혹은 거식증의 결과물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까지 생겨나고 있다.


케이트모스 “마른 몸이 아름답다” 코카인쉬크라는 말을 탄생시켰을 만큼 마르고 창백한, 퇴폐적 이미지의 케이트모스는 다소 볼륨있는 모델이 주도하던 20세기 모델 트렌드를 말라깽이 모델로 전환시킨 주역이자 일반 여성들의 다이어트 강박증을 유발시킨 주범으로 지목되어 왔다. 그런만큼 케이트모스가 드러내놓고 깡마른 몸매에 대한 즐거움과 ‘이점’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은 마른 것이 아름답다는 사회적 인식을 더욱 강조하는 모양새가 되는 셈. 이에 따라 여성들에게 거식증을 유발하고 마른 것이 아름답다는 왜곡된 신체상을 조장하는 패션계를 비난해 오던 단체들은 즉각적으로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한동안 글로벌 패션계를 뒤흔들었던 ‘말라깽이 모델 논란’이 슬그머니 수면 아래로 잠기고 퇴출 논란까지 있던 깡마른 모델이 다시 런웨이를 점령하는 이 시점에 케이트모스의 발언은 ‘말라깽이 논란’을 재점화 시키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실제로 그녀의 발언이 나가자 깡마른 몸매를 추구하는 거식증 옹호 단체들은 케이트모스의 말로 ‘마른 것은 완벽한 아름다움이다’는 그들의 신념을 대변했고, 깡마른 몸매 반대 단체들은 거식증을 조장하는 무책임한 케이트모스의 발언을 비난했다. 언론인들 또한 케이트모스가 말라깽이 사이즈 제로 논란에 다시 불을 붙였다며 젊은 여성들에게 잘못된 미적 관점을 심어주는 그녀의 태도는 적절치 못하다고 지적했다. 그도 그럴 것이 많은 여성들이 살을 빼야 아름답다는 사회적 압력 때문에 섭식장애를 겪고, 성장기에 있는 10대 소녀들까지 먹는 것을 두려워하고 조금 더 마르기 위해 스스로를 학대하는 여성들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시점에, 영향력이 큰 그녀가 말라깽이가 좋다는 입장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은 공인으로서 올바른 태도가 아니라는 것.


패션계는 2006년 브라질 모델이 거식증으로 사망하고, 2007년 우루과이 모델 자매가 연속 사망하면서 깡마른 모델을 퇴출시켜야 한다는 사회적 압력에 홍역을 치른바 있다. 사회학자들과 정치가들까지 가세한 말라깽이 모델 논란은 거식증에 노출된 모델들은 물론 16세 미만의 어린 모델을 런웨이에서 몰아내 여성들의 신체상을 왜곡해온 패션계의 관행을 철폐하자는 사회적 움직임으로 변질되는 모양새를 띠었다. 실제로 당시 말라깽이 철폐운동을 주도한 스페인은 마드리드 패션주간에 일정 기준의 BMI(체질량지수) 18에 미달하는 모델은 무대에 못 오르게 했고, 매장 쇼윈도우에서는 깡마른 몸매의 마네킹을 철수시키는 소동을 피웠다.


또한 밀라노 패션주간 조직위원회에서는 ‘인종적 특성을 반영한 체질량 지수 기준’을 내세우며 말라깽이 모델의 입지를 좁혔고 비정상적으로 마른 몸매를 선호하게 한 주범이 10대 초반의 덜 자란 어린 모델의 몸매가 이상화 되면서라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모델의 연령까지 도마에 올랐다. 美 CFDA 역시 패션계 인사와 사회/영양학자들을 모아놓고 토론을 진행하며 여성들의 다이어트 강박증을 유발하고, 신체상을 왜곡하는 ‘말라깽이 모델’ 퇴출을 고려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패션계는 그들이 숭배해온 비현실적인 말라깽이 논란에 깊이 반성하는 듯 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하지만 글로벌 패션계로 확대되는 듯했던 ‘말라깽이 모델 퇴출’ 논란은 파리와 런던 패션계가 ‘아름다움은 숫자로 제한할 수 없다며 BMI 수치로 모델의 런웨이 출연 여부를 결정하는데 반대하고, 모델들 또한 BMI 측정이 인권 및 생존권 침해라고 반박하면서 말라깽이 논란의 방향은 분열되기 시작했다. 즉 제대로 발육하지 못한 남성도, 여성도 아닌 듯한 마른 모델들이 선호되는 것은 일종의 ’직업적 자격 요건‘이며 문제는 체질적으로 가는 뼈대를 가진(!) 모델들이 사회적 범죄자처럼 취급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 이처럼 말라깽이가 아름답다는 왜곡된 인식의 가장 큰 피해자일 법한 모델이 “생존권”을 들고 나오고 체중에 대한 제한은 곧 창의성과 자유에 대한 침해라는 디자이너들의 반발이 겹치면서 말라깽이 논란의 요점은 흐려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 결과 모처럼 공론화되었던 말라깽이 모델 퇴출 논란은 슬며시 언론의 관심에서 사라졌고 패션계는 또다시 마르고, 창백한 모델들로 런웨이를 채우고 있다. 끝없이 진화되는 사이즈의 변장술 이런 와중에 말라깽이 모델 논란 속에 힘을 얻었던 플러스 사이즈 시장은 글로벌 불황과 브랜드 이미지에 집착하는 패션계의 욕심이 뒤엉키면서 위축되는 모습을 보여 묘한 대비를 이룬다. 플러스 사이즈 시장에 진출했지만 포기하는 업체, 혹은 진출을 꺼리는 업체들은 플러스 사이즈 시장이 기대만큼의 구매 효과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소비층이 한정된 플러스 사이즈 시장 투자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다. 즉 타이트한 재정을 운영하는 어패럴 업체의 입장에서는 추가적 비용이 투자되는 반면 소비층은 제한적인 플러스 시장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


그 대신 이들은 제품에 표시된 사이즈는 기존대로 유지하지만 실측 지수는 이전보다 큰, 쉽게 말해서 살은 쪘지만 사이즈를 크게 입는 것에 큰 상처를 받는 소비자를 위한 사이즈의 변장술, 즉 눈속임 사이즈를 제공해 체구가 커진 소비자를 포섭하는 방법을 선호한다.


 ‘말라깽이 강박증’을 일으키는 사회적 압력 속에서 결코 말라깽이가 되지 못하는 대다수의 소비자들의 구매를 촉진하기 위해 가능한 사이즈 숫자 표시는 작게, 실제 치수는 크게 제공해 소비자의 치수 불안증을 해소시키는 이 같은 방식은 비만하지만 플러스 사이즈 매장은 찾고 싶지 않은 소비자들과 사이즈 강박증에 시달리는 소비자를 모두 알면서 속이고 알아서 속아주는 기묘한 상황을 만들었다. 실제로 여성들을 타깃으로 시작된 눈속임 사이즈는 남성복과 아동복까지 파급되는 추세이다. 소비자들 또한 체중이 늘었다는 것을 공공연히 확인하기 보다는 눈속임 사이즈로 마음을 안도하는 편을 선택하기 때문에 말라깽이가 환영받는 지금, 플러스 사이즈 시장이 위축되는 당연한 결과다.


최근 온라인을 달궜던 남성의 키에 대한 비하 소동이 만약 여성의 체형에 대한 비하였다면 어땠을까? 유감스럽지만 지금처럼 큰 이슈는 못되었을 것 같다. 키는 후천적으로 늘리지 못하지만 체중은 후천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너무 많기 때문이다.





예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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