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더러, 패션제국 꿈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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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12 오전 10:28:31





테니스 황제, 페더러의 브랜딩 전략


실제로 올 윔블던 테니스 경기에서 가장 주목 받았던 것은 더 이상 늘씬한 마리아샤라포바가 아니었다. 2006년 윔블던 대회 트로피를 수상할 때 가슴 포켓에 골드 컬러로 자신의 이니셜이 박힌 화이트 블래이저를 입고 등장, 예사롭지 않은 패션 스테이트먼트를 전달한 이후 로저페더러는 나이키의 전폭적인 지휘아래 매 대회마다 다양한 패션 감각으로 그의 팬들을 즐겁게 만들고 있다.

로저페더러는 타이거우즈 이래 유일하게 나이키로부터 이니셜을 새긴 전용 컬렉션을 제공받아왔는데 2007년 그의 이니셜은 좀 더 스타일리쉬한 대문자로 모양을 바뀌어 재킷 포켓 뿐 아니라 슈즈까지 그의 이름을 각인시켰고, 2008년 윔블던에는 아이보리 마치 스위스 군인의 클래식 코트를 연상시키듯, 금색의 자수로 놓은 그의 모노그램 이니셜은 공식 브랜드 이름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또한 올 여름에는 멀리서 사진을 찍어도 선명히 들어날 정도로 확연히 드러나 이제 그의 모노그램 이니셜은 슈즈와 벨트 탭, 더팰, 재킷, 심지어 라켓 백에도 등장하는 토털 룩으로 진화했다.

이처럼 테니스 코트의 품격은 유지하되 가문의 문장처럼 자신의 이름을 시그너처로 곳곳에 박아놓은 그의 스타일은 자신을 ‘브랜딩’하는데도 일급인 그의 모습이 담겨 있다. 실제로 그는 앤디로딕과 대결했던 윔블던 경기에 승자가 되자 기골드 모노그램으로 이니셜을 새긴 웜업 재킷을 입고 등장, 경기장에서나 패션에서나 ‘준비된 강자’의 모습을 보인 바 있다.

물론 이처럼 머리부터 발끝까지 ‘테니스 황제’의 면모로 치장하고 패배자의 아픔을 배려하지 않고 자신의 승리를 ‘경축’하는 그의 태도에 대해 ‘테니스 코트 예의에 어긋난’ 행동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화려한 옷차림과 노출로 여자 테니스의 ‘상업적 성공’을 이룬 여자 선수만큼이나 페데러가 남자 테니스에 새로운 물결-패션과 브랜딩 마케팅-을 가져온 것만은 확실하다.



나이키의 마케팅 혹은 페더러의 사업 포석

어떤 면에서 이 같은 페데레의 ‘브랜딩’ 작전이 스포츠 웨어를 넘어서 어번 스트리트 웨어로 진화를 꾀하는 나이키의 마케팅 전략으로 보이기도 한다. 즉 페데러를 단순한 ‘광고 모델’이 아니라 어패럴 브랜드로서의 나이키의 입지를 좀 더 확장하는 장치로 활용하려 하는 것. 즉 아디다스가 데이빗베컴과 컬레보레이션을 하듯 페데러를 일종의 ‘콜래보레이션 브랜드’로 개발하려는 느낌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갈수록 세련되어가는 페데러의 골드 모노그램 시그너처나 수트부터 카디건, 각종 테니스 장비와 슈즈, 그리고 잘 계산된 모던한 그의 테니스 룩을 볼 때 이 같은 설명은 꽤나 설득력을 가진다. 하지만 페더러는 나이키가 자신의 패션을 ‘주도’한다는 시선에 대해 ‘코트 위에서의 패션은 모두 그의 선택’이라며 일단 부인하며, 그의 옷과 장비에 새겨진 모노그램 이니셜도 그의 아내가 낸 아이디어라고 설명하고 있다.

사실이 이렇다면 페데러는 선수로서의 전성기 시절부터 일찌감치 패션사업을 노리고 있다는 것인데 실제로 페데러의 아내와 장인은 이미 2003년 그의 이름을 딴 향수, ‘RF-Roger Federer’를 론칭한 바 있다.



개인 스포츠의 상업적 한계를 시험하다

어떤 면에서 이 같은 접근은 일찌감치 팬을 위한 관련 용품을 판매해온 축구나 미식축구, 야구를 생각할 때 당연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미국 메이저리그나 영국, 스페인 축구 클럽의 경우 선수들의 이름과 등번호가 새겨진 티셔츠부터 트랙 수트, 점퍼, 셔츠 등 다양한 어패럴 용품이 판매되어 왔고 이는 일종의 팬 서비스로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테니스의 경우 팀이 아닌 ‘개인 스포츠’로 특정 선수를 좋아하는 팬이 구입할 수 있는 관련 용품이 상대적으로 미약할 수밖에 없는데 페데러는 자신을 브랜딩 함으로써 일종의 ‘팬’ 서비스를 시작한 셈이다.  따라서 페데러의 골드모노그램 이니셜이 든 상품은 축구 구단이 파는 저지와 같은 개념으로 선수와 그의 팬을 이끌어주는 제품인 셈이다.

처음에는 랄프로렌 풍 문장으로 시작되었던 모노그램 -RF 로고는 좀 더 기능적인 제품의 이미지를 살리고자 심플하고 슬림한 스타일을 위해 전통적 자수 로고 대신 레이저 컷을 도입, 보다 심플하고 경쾌한 느낌을 살린 것이 특징이다. 즉 무게감이 드는 수직형 붓 터치 대신 두 개의 문자-RF-를 수평적으로 조합시켜 페데러의 스피디한 속도감과 안정감을 배가한 것으로, 모던함과 정통성이 적절히 배합되어 다른 로고와 차별적이다.

어찌 보면 페데러의 RF 모노그램은 직선적이고 강한 스포츠 브랜드의 로고라고 하기 보다는 보다 다양한 머천다이징과 디자인을 감안한 패션 브랜드적 면모가 강해 그가 테니스 황제로서의 자신의 입지를 패션 사업으로 확대하려는 상업적 움직임을 꾀하고 있음을 짐작케 한다.

실제로 그의 RF 로고의 글자체가 조르지오아르마니, 루이비통 등의 로고와 비슷한 글자체로서 페데러가 하이엔드 디자인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로 페데러의 패션은 ‘단순한 코트 패션’의 영역을 벗어난 것이 사실.



비판과 호평 사이

로저페더러 이전에 어떤 남자 테니스 선수도 코트 내 외의 패션에 그처럼 집착하는 모습을 보인 적이 없어 대회 때마다 패션이 크게 주복되는 그의 행보가 눈길을 끌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올 윔블던 결승전을 펼치기 전 마치 영국령 시대의 인도에서 입었던 영국 육군 장교풍 화이트 수트를 입고 등장한 그의 모습은 선수라고 하기 보다는 보다 공격적인 패션 진군을 선포하는 분위기였다.

그런 만큼 카메라 플래쉬가 몰리는 중요한 순간에 상대선수에게 돌아 갈 카메라 세례까지 독차지 하는 그의 패션 디스플레이가 논란의 대상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또한 마치 마이클잭슨이 그러했듯, 혹은 힙합 래퍼들이 그러하듯 블링블링한 골드 컬러로 자신의 이니셜을 새긴 옷을 입고 등장하는 것은 단순한 팬 서비스를 넘어서 지나치게 ‘과시적’고 ‘현학적’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어 현직 테니스 황제로서 페데러의 이미지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나이키와 10년 장기 계약 및 각종 광고 수입으로 이미 천문학적인 수입을 거두고 있는 그가 다시 돈과 연계되는 ‘골드’ 컬러를 내세운 모노그램 행진을 벌이는 것이 페어플레이를 주창하는 전통의 스포츠, 테니스와 불협화음을 이룬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유명세 좀 얻은 할리우드 스타들이 재빨리 패션사업에 뛰어들고, 럭셔리 디자이너들이 하이스트리트 라벨들과 콜래보레이션을 펼쳐 부가 수익을 이루는 것이 당연시 되는 지금, 유독 운동선수의 패션사업 진출에만 삐딱한 시선을 들어대는 것은 불공평한 것도 사실.

그렇다면 혹시 페더러가 깨려고 하는 것이 어쩌면 ‘운동선수는 스포츠 영역에서만 놀아야 한다’는 암묵적인 사회적 편견은 아닐까? 물론 그의 코트 패션이 본격적인 패션 런웨이로 이어진다는 가정 하에서 말이다.



예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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