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브랜드도 불황엔 속수무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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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21 오후 6:17:01


도도한 럭셔리 업계도 글로벌 불황의 파고를 피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국제적인 비즈니스 컨설팅 업체 베인앤컴퍼니는 美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빚어진 글로벌 경기 침체의 여파로 올 럭셔리 업계의 전체 매출이 10% 하락한 1540억 달러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또 불황의 여파가 적어도 3년 이상 갈 것으로 분석됨에 따라 럭셔리 업계는 소비자들이 소비 자신감을 되찾을 때까지, 즉 글로벌 경기가 다시 활력을 되찾을 때까지 좀 더 타이트한 경영 체제와 타깃 중심형 머천다이징 관리에 몰두해야 할 듯 하다.

고급 부동산, 요트, 자동차, 호텔, 럭셔리 의류 및 쥬얼리는 전통적으로 자금력이 풍부한 상류층이 주 타깃으로 일반 어패럴 시장 대비, 상대적으로 경기 침체에 내성이 높지만 지금의 글로벌 불황은 글로벌 금융계가 근원지로 럭셔리 시장의 타격이 상대적으로 클 수 밖에 없다.





럭셔리의 기본으로 회귀


그나마 다행인 것은 미국 증시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당초 예상보다 불황의 터널이 짧게 끝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기고 있다는 것. 이에 따라 올 중반기 매출은 다소 상승한 1560억 달러, 2011년에는 1620억 달러, 2012년에는 1740억 달러 등 매출 곡선이 점진적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럭셔리 업계는 글로벌 호황기에 실행해왔던 ‘젊고 트렌디한’ 브랜드 이미지에서 다시 ‘고품격, 오래 입어도 유행을 타지 않는 스타일’로 브랜드 전략을 전환하고 있다. 즉 지난 2000년대 럭셔리 업계에 ‘진리’처럼 강타했던 It Bag, It Style에서 벗어나 좀 더 호흡이 길고, 깊이 있는 매력을 가진 럭셔리 본연의 정신, 즉 시대를 이어가는 정통성을 중시하는 전략으로 재귀환하는 것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지난 1990년대 럭셔리 업계가 한참 ‘수익 중심의 비즈니스 마인드’에 심취, 패션에 민감한 소비자를 포섭할만한 감각적인 디자인 선보이기에 몰두하고, 유럽 디자이너들의 독점하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자리를 톰포드, 마크제이콥스 등 미국의 젊은 피로 수혈하면서 ‘트렌드를 이끌고 트렌드를 주도’하는 것에 집착했던 것을 생각하면 180도 방향이 선회한 셈이다.

하지만 속내를 살펴보면 당시 럭셔리 업계가 It Bag, It Style 신드롬 만들어내며 트렌드를 주도하는데 몰두했던 것도, 유럽 패션계가 내심 ‘경멸했던’ 미국 디자이너들에게 패션의 깃발을 내주었던 것도 사실 돈 많은 신규 고객층 확보-유럽 럭셔리 패션하우스에 대한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낮았던 미국 시장-를 위한 전략적 선택에 불과했다.

이를 감안하면 럭셔리 시장도 결국 시장의 논리에 움직이고 반항하는 시장의 산물로서, 어찌 보면 글로벌 불황이 럭셔리 업계를 감쌌던 거품을 들어내고 고정 고객층에 치중하는 전략으로 회귀를 촉진한 것이 불과하다.

그런 만큼 지난 10년간 지독한 셀러브리티 마케팅과 트렌드 만들기를 통해 나름 대중화되었던 럭셔리 업계는 이제 다시 고객을 골라내고, 꾸준한 매출을 유지시켜줄 수 있는 -즉, 럭셔리 브랜드 본연의 특성인 높은 품질과 세월을 넘는 멋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다.



샤넬·루이비통은 강했다

글로벌 불황이 가져온 또 다른 영향은 럭셔리 시장의 승자와 강자가 확연히 드러났다는 점이다. 샤넬과 아르마니, 에르메스는 경기 침체 속에서도 매출 탄력을 이어가며 브랜드 파워를 과시한 반면 프라다, 발렌티노, 베르사체 등은 매출 하락과 유동 자본 압박의 이중고에 시달렸고 불가리는 매출이 20% 하락하면서 럭셔리 업계 중 최악의 영업 실적을 기록, 이미지를 구겼다.

또한 미국과 유럽, 일본 소비자들이 모두 지갑 단속에 나선 반면 이제 막 럭셔리 브랜드와 사랑에 빠진 중국인들은 여전한 소비력을 과시, 중국 시장의 올 매출이 7%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브랜드 별, 시장별 럭셔리 시장의 명암이 확실해 지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또한 오뜨꾸튀르 디자이너 크리스챤라크로와는 지난 5월 파리법원에 파산 보호신청을 했고, 전설의 패션하우스 샤넬 또한 파리 본사 직원 200명을 해고했는가 하면, 루이비통의 상반기 순익은 23%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루이비통은 도쿄에 오픈할 예정이었던 메가스토어 계획을 철회하면서 유동자본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불안한 럭셔리 시장 환경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재고/주문 관리를 보다 치밀하게 진행하고 인적/마케팅 비용은 최소화 시키며 선택적 가격 상승을 통해 마진을 늘리는 것이 현명하다고 제안하고 있지만, 럭셔리 시장의 흐름을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는 글로벌 경제 호전이 결국 가장 큰 관건이다.



럭셔리 리테일러 매출 사상 최악

지난 한해 럭셔리 리테일러의 매출 상황을 보면 럭셔리 업계의 불안한 위치가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럭셔리 체인 나이만마커스 그룹의 경우, 지난 2/4분기 삭스의 동일 매장 매출이 23%, 노드스톰 9.8% 하락했고 럭셔리 쥬얼리 업체 티파니의 같은 기간 동일 매장 매출은 27%나 하락, 불황이 소비자들의 럭셔리 애정을 급속도로 냉각시키고 있음을 증명했다.

특히 비오템, 키엘, 바디솝 등을 보유하고 있는 로레알 그룹의 1/4분기 순익은 -76%라는 충격적인 수치를 기록. 글로벌 불황에 취약한 면모가 확연했다. 심지어 셀러브리티들이 몰려드는 미국의 하이엔드 쇼핑 천국, 멜로즈플레이스에 위치해있던 Mulberry, Sergio Rossi, Lambertson Truex 등은 매장을 철수하며 지구촌을 둘러싼 경제 위기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불황이 끝난 뒤에도 럭셔리 마켓이 활력을 되찾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소비자들이 ‘글로벌 경기 동반 침체’라는 유례없는 상황을 경험하면서 소비에 대한 기본 의식에 변화를 보이고 있다는 것- 이들은 더 이상 럭셔리로 자신의 부를 과시하거나 It Bag이나 It Style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며, 품질과 가치, 변동성보다는 지속성을 찾는 소비 마인드를 갖기 시작하고 있다고 있다.

이 같은 ‘건전한’ 소비 의식은 소비자의 ‘허영’을 자극하는 럭셔리 브랜드의 속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어 럭셔리 업계의 불안은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북미 시장 확대를 노력해온 럭셔리 업체의 입장에서 미국 소비자들의 ‘럭셔리 브랜드에 대한 의식변화’는 추후 이들의 시장 전략을 재조정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한다.



가치 소비 추구하는 소비자들

이런 와중에 오프 라인 럭셔리 리테일러의 매출 부진과 대조적으로 유명 디자이너와 럭셔리 브랜드들의 이월 상품을 할인 판매하는 온라인 리테일러들의 매출은 호조를 보이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는 곧 소비자들이 ‘럭셔리 브랜드’ 자체 보다는 그 브랜드가 갖고 있는 제품의 퀄리티와 가치, 그리고 절약적 구매를 결합시키는 보다 영악한 모습으로 진화되었다는 증거로 럭셔리 패션하우스들의 머리를 더욱 복잡하게 한다. 아무리 고고한 자태를 뽐내고 화려한 이미지를 들고 나와도 럭셔리 브랜드 역시 시장 앞에서는 약자다.



예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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