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계 ‘청춘 예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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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14 오전 10:09:48



오스카와일드의 소설 ‘도리언그레이의 초상’에는 아름다움과 젊음에 대한 병적인 집착이 보는 이의 마음을 쓸쓸하게 만들 정도로 절박하다. 반면 민태원 작가의 글 ‘청춘-이는 듣기만 해도 가슴 설레는 말이다’에는 젊음이 상징하는 희망과 열정, 그리고 긍정적 향기가 당장 마라톤을 해야 할 듯 열띤 에너지를 발산해 준다.

“유혹을 제외한 모든 것에 저항 할 수 있다”는 오스카와일드의 재치 어린 표현처럼 젊음은 그 아름다움으로 보는 이의 눈을 멀게 하는 달콤한 유혹이고 절대적 군주다. 그리고 사실, 패션계만큼 영원한 젊음과 젊음에 대한 광적인 집착이 잘 드러나 있는 곳이 또 있을까?



젊음, 패션계의 영원한 화두

매 시즌 디자이너들의 런웨이 무대는 발육이 덜 된 미소년 같은 체형의 모델들이 완벽한 아름다움의 공식으로 제시되고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럭셔리 패션 하우스들조차 매 시즌 좀 더 젊고 아름다운 여성을 그들의 광고 캠페인에 등장시킨다. 그로 인해 패션은 늘 젊음을 소모하고, 새로운 젊음으로 대체되며 영원한 젊음을 유지하는 순환을 이룬다. 그리고 패션계의 젊음 숭배의 한 가운데 할리우드 영 스타들이 자리하고 있다.

버버리 광고 캠페인에 매력적인 모습으로 등장한 데 이어 샤넬의 광고 제안을 받고 있는 ‘해리포터’의 엠마왓슨, 베르사체와 아르마니 모두 탐을 내고 있는 ‘트랜스포머’의 메간폭스, 차갑고 병적인 미모로 패션 하우스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는 트왈라잇의 크리스틴스튜워트, 로버트패티슨, 젊은 여성들의 패션 교과서로 자리한 드라마 ‘가십걸‘의 레이철테일러, 블레이크라이블리, 리히튼미스터, 헤이든페네티어, 소년 티를 벗어나 단단한 남성의 향기를 풍기는 ’트랜스포머‘의 샤이아라보트는 디자이너들이 가장 옷을 입히고 싶어 하는 스타이자 그들의 입고 등장한 옷이 매장의 핫 셀러로 떠오르는 놀라운 파괴력을 갖고 있다.



할리우드 영 스타의 매출 파워

어찌 보면 지금의 패션 트렌드는 디자이너가 주도하던 과거의 관행에서 벗어나 각종 매체를 통해 끝없이 전달되는 할리우드 스타들-젊고 매력적인 배우들-이 주도하고 이끌어내는 것과 마찬가지. 한바탕 소동처럼 시들해진 패션 잡지의 It Bag 트렌드, 프리미엄 데님 붐을 이끈 것은 사실상 영화 안, 영화 밖에서 잡힌 젊은 스타들의 패션이었고 린제이로한, 메간폭스, 레이첼빌슨 등 영 할리우드 스타들의 일상 패션 스타일은 수많은 여성들의 눈을 끌어 모으는 ’광고판‘이자 디자이너의 영감을 제공하는 원천이기도 하다.

디자이너 안나수이는 Target과 제휴, 가십걸의 여주인공 세레나와 블레어의 패션 스타일에서 영감을 얻은 컬렉션을 선보이고 레이크라이블리는 패션지 보그 미국판 2월호 커버에, 리히튼미스터는 '하퍼스바자’ 9월호 커버에 등장해 패션 모델들을 위축시켰다.

영화가 줄이어 실패하고 사생활이 엉망이어도 린제이로한의 패션 스타일은 여전히 여성들의 지갑을 열게 만들고, 드라마 OC 이후 내리막길을 걷고 있어도 미샤바튼의 패션은 여전히 여성들의 궁금증을 자아낸다.(미샤바튼은 자신의 이름을 딴 핸드백 라인을 운영하고 있다).

과거 영화의 성공이 머그잔이나 액션 피겨, 혹은 티셔츠 판매를 조장했다면 최근의 할리우드 영 스타들은 패션을 통해 그들의 상품 가치를 더욱 인정받고 있는 것. 특히 젊은 Y 세대들은 불황과 상관없이 패션에 대한 소비를 줄이지 않고 있어 열정적인 소비층 확보에 늘 골몰인 패션계로선 영 스타들의 패션 구축력을 활용하지 않을 수 없다.

버버리가 엠마왓슨과 손잡고, 베르사체와 아르마니가 메간폭스를 캠페인에 등장시키려 다툼을 벌이고, 디자이너들로 젊은 핫 스타들에게 의상과 액세서리를 찬조하면서 트렌드를 만들려 애쓰는 것은 젊은 소비층의 소비 경로를 여는데 젊은 배우들의 파워가 결정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엠마왓슨이 버버리의 광고 캠페인에 등장하면서 해리포터 시리즈를 보며 자라난 Y세대들은 ‘버버리’라는 브랜드에 대한 친밀감을 형성하고 구매 유혹을 느끼고 있어 버버리는 젊은 브랜드 이미지를 덧칠함과 동시에 젊은 소비층을 유도하는 전략적 효과를 얻어냈다. 아르마니가 비욘세를 밀어내고 메간폭스와 손잡으려 하는 것 또한 기존의 고객층 외에 더 젊고 쇼핑에 열심인 신규 고객 확보에 메간폭스의 이미지가 효과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또한 영화 ‘트왈라잇’의 여주인공, 크리스틴스튜워트가 파리 시사회에 호주 브랜드 Camilla & Marc 드레스를 입고 등장하자 Camilla & Marc 매장에는 그녀가 입었던 블루 & 화이트 스트라입트 마샤 프락에 대한 문의가 빗발치며 세계적 광고 효과를 얻었고, 미국의 서프웨어 업체 빌라봉(Billabon)은 트왈라잇 시퀄 ‘New Moon’에서 크리스틴이 입고 등장한 하나 재킷의 주문이 몰려 품절 사태를 빚었을 정도.

트왈라잇의 패션 광풍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미국의 업마켓 백화점 체인 노드스톰은 트왈라잇에서 영감을 얻은 의류 라인 판매 호조에 힘입어 뷰티 프랜차이즈를 진행하고 있고 스튜워트는 Teen Vogue 미국판, Nylon, Dazed & Confused 등의 커버에 등장, 패션 파워를 톡톡히 과시하고 있다.

포토그래퍼 마리아테스니토와 버버리 광고 작업을 한 엠마왓슨 역시 엘르(Elle) 영국판, Teen Vogue 미국판의 커버로 등장하며 럭셔리 브랜드의 광고 사절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버버리 광고의 엠마왓슨이 너무 노숙해 보인다고 지적했지만 그녀의 광고가 나간 이후 버버리 매출이 12%나 증가, 영 스타의 매출 유인력을 여실히 입증했다.

자존심 강한 샤넬도 영 스타 마케팅에 부산하긴 마찬가지다. 샤넬의 패션쇼 앞자리에 늘 할리우드 영 스타들이 ‘초대 손님’으로 자리를 차지, 그들에 대한 젊은 팬들의 관심을 샤넬 브랜드로 유도하는 전략이 진행되어 왔다.

한동안 할리우드 트렌드 세터로 꼽히는 올슨 자매에 심취해있던 샤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칼라거펠트는 최근, 트랜스포머의 스타, 이자벨루카스와 포토그라퍼 마리오테스티노, 칼라거펠트가 함께 찍은 사진이 각종 패션지에 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패션 하우스 샤넬의 젊고 트렌디한 면모를 강조하고 있고, 곧 선보일 샤넬 핸드백 광고에는 영국의 팝스타이자 깜찍한 용모로 인기 높은 릴리알렌을 모델로 내세워 노골적인 영 스타 마케팅을 펼치 계획이다.

실제로 릴리알렌이 등장한 광고 캠페인의 일부가 담긴 비디오가 인터넷을 통해 돌고 있어 젊은 글로벌 패셔니스타들의 샤넬의 뉴 핸드백에 대한 높은 관심을 조장하는데 성공한 분위기.



‘젊음’ 내세운 마케팅 뜬다

전문가들은 고고한 럭셔리 브랜드들이 젊은층 포섭을 위해 영 스타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것에 대해, Y세대 고객들은 다른 세대보다 더 패션에 민감하고 브랜드에 대한 인식과 소비력이 높아 지속적인 소비층으로 자라날 뿐 아니라, 인터넷과 친숙해 인터넷을 통한 다양한 마케팅에 노출 빈도가 높아 마케팅 효과도 뛰어나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이들은 패션계를 본격 성장시킨 X세대의 자녀로 럭셔리 브랜드에 대한 관심이 어느 세대보다 높고, 트렌드에도 민감해 패션계의 마르지 않는 ‘소비의 샘’ 역할을 해주기에 충분하다. 다시 말해 젊고, 열정적이고, 소비력이 있는데 어찌 패션계가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때론 디자이너의 크리에이티비티 보다 젊고 아름다운, 가슴 설레는 그들의 모습이 소비자들의 지갑을 여는데 더 효과적인데 말이다.



예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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