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패션 하우스 「지방시(Givenchy)」가 기존의 가격대보다 편한 가격대의 ‘리덕스(Redux) 캡슐’ 컬렉션을 론칭한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리카르도티씨가 디자인을 지휘, 디자인 크리에이티비티와 ‘가격의 즐거움’을 함께 누릴 수 있는 리덕스 라인은 지방시 프리 컬렉션과 함께 1년에 두 번 진행되며 올 가을 첫 선을 보인다.
클래식한 지방시의 정서가 담긴 레더 재킷과 화이트 블라우스 등이 포함되어 패셔니스타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리덕스 컬렉션에는 풋웨어도 포함되어 매력이 더한다. 가격대는 시장가 200 파운드 정도로 지방시 메인 컬렉션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착한 가격으로 올 10월 고객들에게 좋은 선물이 될 전망이다.
디퓨전 라인, 넌 누구냐?
초장기 패션가가 소수의 상류층을 상대로 한 오뜨꾸튀르를 고집하다 경제 1,2차 세계 대전 후 경제적 성공을 거둔 신 상류층을 포섭하기 위한 레디투웨어 컬렉션이 등장, 변화를 맞았다면 유명 패션 하우스나 디자이너들이 다수의 고객을 타깃으로, 훨씬 편한 가격대의 ‘디퓨전’ 라인을 론칭하고 있는 것은 패션이 더 이상 ‘소수만의 허영’이 아닌 ‘다수의 즐거움’으로 변모하는 시대적 요구를 받아들인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속내는 유명 디자이너, 혹은 전통의 패션 하우스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매출이 충족되어야 하고, 손쉽게 이름값을 활용할 수 있는 디퓨전 라인인 디자이너적 이상과 경제적 성취를 모두 만족시켜주는 참으로 매력적인 통로이기 때문이다. 많은 디자이너들이 그들의 예술가적 정서를 지키기 위해, 즉 고가의 시그너쳐 컬렉션을 유지하기 위해 매출 구축이 보다 쉬운 디퓨전 라인을 론칭, 자금 압박을 해소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즉 오뜨꾸튀르 시그너쳐 라인을 패션계에서 자신의 위상, 혹은 ‘명찰’로 활용하되 실제 매출은 디퓨전 라인을 통해 편안하게 얻고 있다는 분석인 셈. 하지만 전후 문맥이 어찌 되었건 도도했던 디자이너나 패션 하우스들의 디퓨전 라인 론칭은 그들에게는 신규 매출을, 소비자들에게는 더 많은 선택폭을 제공하는 윈-윈 정책임에 틀림없다.
실제로 뛰어난 꾸튀리에적 테일러링 솜씨와 디자인 크리에이티비티로 패션계의 ‘핫 스타’로 주목받았지만 매출 구축에 실패해 체면을 구겼던 알렉산더맥퀸이 론칭한 디퓨전 라인, ‘Mc Q’는 맥퀸의 정서와 트렌드를 절묘하게 조합, 성공적 매출 구축을 이뤄내 맥퀸의 어깨를 활짝 펴게 만들었을 뿐 아니라 시그너쳐 라인의 흑자 전환을 유도, 디자이너로서의 그의 입지를 확고히 만들어 주었다.
미국 디자이너로 루이비통에서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마크제이콥스의 디퓨전 라인, ‘마크바이마크제이콥스 또한 보다 편한 가격대이지만 특유의 디자인 정서가 살아있는 알찬 컬렉션으로 매출 성공은 물론 소비자들에게 그의 이름을 보다 친숙하게 만드는데 효과적 교두보로 자리했다.
섹시하고 감각적인 디자이너로 패셔니스타들의 옷장에 꼭 들어있는 디자이너 브랜드, 돌체&가바나 역시 보다 젊고 편한 가격으로 해석한 디퓨전 라인 D&G를 통해 시장을 넓혔을 뿐 아니라 타깃 연령층도 확대하는 멀티 효과를 얻어낸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그렇다면 도대체 디퓨전 라인이 무엇이길래 디자이너와 패션 하우스들이 그 매력에 빠져들고 있는 것일까?
디퓨전, 캡슐 컬렉션 혹은 콜래보레이션
디퓨전 라인이란 고가의 컬렉션을 운영하는 유명 디자이너들이 디자인한, 일반 대중들이 좀더 편히 접근할 수 있는 가격대의 레디투웨어 라인을 말하는 것으로 보다 합리적인 디자이너 브랜드 소비를 원하는 소비자이 타깃이다. 다시 말해 패션에 관심이 높지만 값비싼 오뜨꾸튀르를 구입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소비자를 위한 징검다리 격 라인인 셈.
사실 디자이너들의 디퓨전 라인 론칭은 어느 사이인가 ‘당연한 트렌드’로 우리 곁에 있다. 상류층을 위한 우아한 웨딩드레스에서 벗어나 다양한 디비젼으로 사업을 확대, 대중과 소통하기 시작한 베라왕은 매스리테일러 콜(Kohl)과 제휴한 심플리베라(Simply Vera)라인을 론칭하며 노골적인 매스 마켓 진군에 나섰고 뉴욕의 젊은 피 프로엔자슐러, 타쿤패니시걸, 로건, 리처드채, 에린페더스톤 등은 타겟과 컬레보레이션을 통해 매스마켓용 디퓨전 라인에 발을 디뎠는가 하면 CFDA 선정, 올해의 디자이너 상을 수상하며 패셔니스타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로다르테(Rodarte)의 디자이너 듀오 케이트/로라멀레비 또한 55개의 타깃과 손잡고 55개 아이템으로 구성된 디퓨전 라인을 선보일 예정이다.
패션 중심형 비즈니스를 표방하고 있는 매스리테일러 타겟은 ‘Go 인터내셔널’ 이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유망 디자이너의 감성을 편안한 가격을 통해 소비자에게 제공하고, 디자이너에게는 매스마켓을 접근할 기회와 매출 구축을 돕고 있다. 특히 로다르테+타깃 컬렉션은 과거 GO 인터내셔널 프로젝트에 참여한 디자이너들이 자신의 컬렉션 히트작을 값싸게 ‘재구성’ 해서 내놓는데 반해 추수감사절-크리스마스 시즌을 타깃으로 다양한 제품을 구성할 것으로 알려져 벌써부터 패셔니스타들의 마음을 들뜨게 하고 있다.
이밖에 현재 뉴욕에서 가장 핫한 디자이너로 꼽히고 있는 알렉산더왕 또한 특유의 도회적인 시크+스트리트 감성을 뒤섞인 활동적인 룩을 사랑하는 여성들을 위해 2009년 봄 보다 편한 가격대의 디퓨전 라인(어패럴/슈즈)을 론칭, 패셔니스타들의 행복한 비명을 지르게 만든 바 있다. 오픈토 힐 플랫폼과 힐, 프린지 장식이 화려한 부티 등으로 구성된 그의 디퓨전 슈즈 라인 가격은 125~250 달러 정도의 착한 가격으로 패셔니스타들의 머스트해브 목록을 일찌감치 정복했다.
이외에도 데님 시장의 파워를 매출로 옮기기 위해 데님 컬렉션을 추가하는 디퓨전 방식을 취하는 베르사체의 ‘베르사체진스’, 칼라거펠트의 ‘라커펠트갤러리’는 물론 스포츠웨어 업체 아디다스와 제휴, 디자이너 파워를 제대로 과시한 요지야마모트의 Y-3, 스텔라매카트니의 요가웨어 컬렉션, McQ 라인의 성공을 바탕으로 샘소나이트 블랙라벨 캡슐컬렉션을 디자인한 알렉산더맥퀸은 올 가을 퓨마(Puma)와 제휴, 스포츠에서 영감을 얻은 남녀 의류 및 액세서리를 통해 특유의 디자인 크리에이티비티를 선포할 예정이다.
샤넬의 디자이너 칼라거펠트를 끌여들여 하이엔드 디자이너와 매스마켓의 콜레보레이션 물꼬를 튼 H&M의 디자이너 캡슐 컬렉션 시리즈(칼라거펠트-스텔라매카트니-빅터&롤프 -꼼므드가르송-로베르토까발리-매슈윌리엄슨-지미 추 )는 도도한 디자이너들이 매출 구축이 용이한 매스마켓에 가장 안전하고-소비자들은 안달나게 만드는-효과적인 통로로 자리 잡았다.
이름 팔기 혹은 소비자를 위한 배려?
그렇다면 디퓨전 라인이 과연 소비자들의 위한 디자이너의 ‘따뜻한 배려’일까? H&M의 디자이너 컬렉션이 선보이는 날이면 혈투가 벌어지는 매장 풍경을 보면 적어도 디자이너의 디퓨전 라인(혹은 세컨드 라인, 콜래보레이션 라인)이 하이엔드 디자이너의 크리에이티비티(혹은 브랜드 네임)에 굶주린 소비자들의 열망에 출구를 제공해주는 것은 확실한 듯하다.
하지만 팬들이 스타를 쫒듯 디자이너들의 ‘옅은 향취나마’ 느끼기 위해 몰려든 관객(!)들 앞에서 전투에서 승리한 기사처럼 으쓱대던 까발리처럼 디퓨전 라인은 디자이너들의 자신의 가치와 위치를 인정받는 승리의 월계관이라는 면이 더 강한 것도 사실이다.
물론 마크제이콥스의 세컨드 라인, ‘마크바이마크제이콥스’나 알렉산더맥퀸의 ‘McQ' 라인처럼 디자인크리에이티비티나 고객의 욕구 충족 모두를 잡아낸 알뜰하고 고마운 디퓨전 라인도 존재하긴 하지만 자신의 디자인을 보다 저렴하게 카피해 굶주린 매스마켓 소비자들을 대충 어르고 손쉬운 ’돈 벌이 통로‘로 디퓨전 라인이 활용되는 것도 부인하긴 힘든 사실이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하이엔드 디자이너들이 더 이상 ’그들만의 마켓‘에서 머물기 힘든 환경이 되었고 소비자에 대한 배려든 돈 벌이 통로든 혹은 좀 더 고상하게 시장 확대를 노린 것이든, 디퓨전 라인 론칭은 이제 확실한 비즈니스 공식이 되었다는 점이다.
예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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