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님 시장의 대결 양상이 점점 더 흥미롭게 진화되고 있다. 몸매를 살려주는 디테일과 고급 데님, 트렌디한 감성으로 정통성과 역사에 만족했던 전통적인 데님 강호, 리바이스를 매출 부진으로 내몰았던 프리미엄 데님 라벨이 이제 값싸고 트렌디한 감성으로 데님 시장을 파고들고 있는 하이스트리트 자체 데님 라벨에 대항한 신제품 론칭 및 전략 구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
톱숍, H&M, 자라 등 패스트 패션 라벨은 물론 타겟, 월마트, 테스코, 아스다 등 매스리테일러는 편한 가격과 높은 접근성을 무기로 자체 데님 라인을 내놓으며 데님 시장을 야금야금 잠식해왔다.
얼핏 생각하면 높은 가격과 유명세를 자랑하는 프리미엄 라벨과 서민들이 즐겨 찾는 하이스트리트/매스리테일러들이 노는 물이 달라, 양측의 데님 마켓이 서로 부딪히는 일이 없을 것 같지만 브랜드에 집착하는 소비자들도 많은 반면 편한 가격과 ‘입을 만한’ 디자인의 데님을 여러 벌 구매하는 융통성 있는 소비자들도 갈수록 늘고 있기 때문에 프리미엄 라벨도 편한 가격대의 데님 시장에 불안과 매력을 동시에 느끼는 모습이다.
즉 고품질 소재와 감각적인 디자인, 몸매를 살려주는 디테일과 셀러브리티 마케팅으로 지난 몇 년간 선풍적 인기를 끌어온 프리미엄 데님 시장이 슬슬 ‘포화 상태’를 보이는데다 트렌드에 민감한 소비자들로 인해 수익을 얻었던 이들이 과도한 노출로 오히려 ‘대중화’되는 현상이 드러나면서 뭔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할 위기감에 봉착한 것이다.
데님 시장의 진화 혹은 혼란
패션을 떠나 ‘생활 속의 머스트해브 아이템’인 데님은 미 개척시절 광부나 노동자들의 작업복으로 시작했지만 가장 보편적이면서도 가장 트렌디한 아이템으로 변신을 거듭해 왔다. 특히 지난 몇 년간 데님 시장은 베이직과 트렌디라는 기본 틀을 벗어나 디자인(스타일)별로, 가격 별은 물론 다양한 디스트로이드 가공과 스티칭, 리벳과 라인스톤 등 장식의 경쟁, 심지어 포켓 사이즈의 위치 다툼과 끝없는 밑 위의 길이 조정 등 단순히 통 넓이와 염색 정도에 주력하고 나태했던 고정 관념을 깨고 점점 더 세분화되는 세포 분열 양상을 보인다.
심지어 패션 잡지들은 매 시즌 어떤 장소에서는 어떤 데님과 슈즈, 액세서리와 탑을 매칭해야 될지를 호들갑스럽게 강조하는 통에 여성들은 매 시즌 트렌드를 걱정하는 것은 물론, 매 시즌 어떤 진을 입어야 ‘트렌드 좀 아는’ 사람 소리를 들을지 눈치 봐야 하는 상황이다.
그리고 이 같은 ‘데님의 계급화’를 촉진시킨 것은 물론 디자인과 품격을 편치 않은 가격으로 장식한 프리미엄 라벨의 공헌이다. 말 그대로 프리미엄 라벨은 리바이스나 리가 지배하던 단순한 정통 진을 밀어내고 진, 패션 진 시대를 본격화했으며 디자이너들의 데님 바람을 촉진한 데님 역사의 혁명가인 셈이다.
대중적인 베이직 진과 고가의 디자이너 진 사이에 위치한 150 달러 이상의 가격대의 데님을 일컫는 프리미엄 데님은 베이직 데님 라벨과 디자이너 라벨의 틈새를 파고든 일종의 틈새 데님 브랜드로 패션에 대한 욕심이 많은 소비자가 주 타깃이다.
세븐포올맨카인드(Seven for All Mankind), 블루컬트(Blue Cult), 트루릴리전(True Religion), 칩앤페퍼(Chip & Pepper), 어니스트손(Earnest Sewn), 시티즌오브휴머니티(Citizen of Humanity), 록앤리퍼블릭(Rock and Republic), 스티치스(Stich's), 야눅(Yanuk) 등이 현재 가장 인기를 끄는 프리미엄 데님의 선두 주자들.
또한 과거에는 레디투웨어 컬렉션의 끼워 넣기 장치 정도로 활용되었던 데님이 패션 아이템으로 부각되면서 베르사체(Versace), 아르마니(Armani), 발렌티노(Valentino) 등은 디자이너 데님 라벨을 본격 론칭했고 매 시즌 럭셔리 데님을 선보여온 돌체&가바나는 물론 럭셔리 하우스 루이비통(Louis Vuitton)과 에르메스(Hermes) 무대에도 데님 진은 당당히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프리미엄 라벨보다 한층 더 ‘럭셔리’한 면모를 자랑하는 디자이너 데님은 디테일과 레이스, 각종 장식을 더욱 고급화 시키고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소재와 서비스를 좀더 고급화시킨다는 점에서 프리미엄 데님 라벨과 차별성을 갖는다. 게다가 패션을 잠식하고 있는 유명 연예인들까지 데님 라벨을 론칭하면서 패션 시장의 세포 분열은 더욱 심화되는 모습이다.
하이엔드 시장까지 발을 디딘 제니퍼로페즈는 다이아몬드 버튼이 달린 진을 선보인 바 있고 래퍼 넬리는 볼륨있는 힙을 강조하는 ‘애플바텀(Apple Bottom)’을 론칭하며 소비자를 유인하고 있다.
가격과 접근성을 내세운 하이스트릿 데님 힘 얻어
문제는 브랜드 및 스타일이 다변화되었음에도 소비자들은 여전히 자신의 체형에 맞는 데님 찾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인데, 그 결과 부담스런 가격의 프리미엄 데님보다 여러 벌 구해도 마음이 편한 하이스트리트/매스리테일러 데님이 파고들 여지가 높아진다.
실제로 많은 소비자들은 ‘디자인과 장식, 밑 위와 통, 가격 경쟁’ 보다는 자신의 체형에 맞는 진을 더욱 중시하고 있어 프리미엄 라벨의 목숨 같은 ‘디자인과 디테일’보다는 베이직 하면서도 몸매를 살려주는 디자인을 중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프리미엄 데님을 구입하는 소비층도 베이직 진은 여전히 ‘필수 아이템’으로 여기고 있어 편안한 가격에 다양한 스타일을 제공하는 하이스트리트/매스리테일러 데님 시장의 수요는 증가하는 추세다.
동시에 끝없이 돌고 도는 패션의 흐름을 감안하면 감각적인 컷과 디테일, 와싱/스티칭을 강조하는 ‘프리미엄 데님’의 시그너쳐 스타일에 슬슬 물리기 시작한 소비자들이 값비싼 데님에 투자하기 보다는 편하고 트렌디한 하이스트리트 데님을 매 시즌 혹은 여러 벌 구입하는 편이 덜 질리고, 덜 촌스러운 소비 행태로 생각하는 경향이 늘고 있다.
실제로 영국의 경우 올 들어 브랜드 데님의 매출이 남성복과 여성복 부문에 각 -30%, -29%로 나타난 반면 하이스트리트 라벨의 남성 데님 매출은 1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프리미엄 데님 브랜드를 긴장시키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같은 기간 여성들의 브랜드 데님 구입이 19%나 감소했다는 것인데 이는 보편적 생각과 달리 여성들이 자신의 몸매에 맞는 데님을 찾으면 ‘더 오래’ 입고, 신제품 구매를 꺼린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물론 이 같은 데님 소비 저하가 글로벌 불황의 산물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프리미엄 데님이 주창한 ‘데님=놀라운 패션 스테이트먼트’라는 공식이 약화되고 톱숍이나 유니클로, 뉴룩 등 하이스트리트 리테일러들의 값싸고 트렌디한 데님의 매력이 강화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TNS Worldpanel Fashion 자료 참고).
이에 따라 디젤(Diesel)은 디자이너 소피아코코살라스키에게 탑 엔드 Black Gold 컬렉션의 지휘를 맡겨 2010년 재 론칭을 통한 시선 끌기 전략을 세워놓았고, 일본 브랜드 에비수(Evisu)는 Paper Denim & Cloth, Eanest Sewn의 창업자 스콧 모리슨을 영입, 소비자 유인 및 전투적 데님 시장 확대전을 준비하고 있다.
또 하이스트리트 데님 라벨 에드윈(Edwin)은 Denim us Everything 브랜드를 진행했던 레이코띠에르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영입, 데님 라인에 힘을 보탰고 3월 1일 기준 순익 50% 하락을 기록한 리바이스는 신규 프리미엄 컬렉션을 개발/디자인하는 중책을 맡은 Levi's XX 글로벌 디비젼을 창설했다.
폴로랄프렌에서 활약했던 모리찌오도날디가 지휘하게 될 Levi's XX는 리바이스 501 진 보다 이전의 리바이스 스타일을 의미하는 것으로 리바스의 디자인 창고에서 찾은 Levi's Vintage Clothing이 포함되어 진의 정통성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의 흥미를 자아내고 있다. 리바이스가 브랜드의 명성을 되찾고 매출을 되찾기 위한 무기로 들고 나온 Levi's XX의 구체적 디테일이나 타깃 층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은 상태.
영원한 승자는 없다
현란한 셀러브리티 ‘파파라치 마케팅’과 ‘나만의 차별화’를 원하는 소비자의 욕망이 부합, 도도한 흐름을 만들어냈던 프리미엄 라벨이 시장의 포화와 브랜드 노출로 인한 식상함, 그리고 글로벌 경제 불황에 만든 ‘융통적 소비 성향’ 앞에 초창기 위세가 조금씩 흔들리는 지금의 모습은 영원한 승자도, 영원한 진화도 없다는 경쟁의 진리를 다시금 깨닫게 한다.
예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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