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출신의 리카르도 티시가 「지방시」 여성 컬렉션 신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되었다. 오드리헵번 룩으로 유명한 디자이너 위베르 드 지방시가 현역에서 물러난 후 4번째 후임자로 들어선 리카르도 티시는 올해 30세가 된 젊은 디자이너로 7월 에 있을 2005 가을·겨울 파리컬렉션에 자신이 지휘한 첫 번째 「지방시」 컬렉션을 선보일 예정이다.
다소 의외의 발탁이라는 평과 함께 패션계의 주목을 끈 리카르도는 ‘지방시’ 여성 레디투웨어 뿐 아니라 액세서리 컬렉션까지 함께 이끌어나갈 것으로 알려져 젊어지는 트렌드에 대한 기대를 높인다. 리카르도는 품격 있고 감성적인 「지방시」의 크리에이티비티가 늘 그에게 영감의 원천으로 작용했다고 밝히면서 「지방시」의 전통을 바탕으로 자신의 디자인 크리에이티비티를 반영한다는 소박한(?) 꿈을 밝혔다.
「지방시」의 영 제너레이션 계보
「지방시」를 거쳐간 디자이너 계보를 살펴본다면 문자 그대로 성공한 젊은 디자이너 계보를 확인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브랜드 창설자인 디자이너 지방시의 뒤를 이은 첫 번째 디자이너는 현재 「크리스찬 디올」을 활기차게 이끌고 있는 존 갈리아노였고 매스컴을 다루는 솜씨가 뛰어난 갈리아노가 떠난 뒤 그의 후임자로 또 다른 악동 알렉산더 맥퀸이 취임해 화제만발의 컬렉션을 운영했다. 과격하고 돌발적인 성격과 치밀한 테일러드 정신이 절묘하게 배합된 알렉산더 맥퀸은 수익 중심의 경영 시스템을 운영하는 LVMH와 노골적인 알력을 빚으면서 패션지를 장식한 끝에 라이벌 그룹 구찌로 자리를 옮겨 칼날을 다듬고 있고, 아름다운 선에 대한 감각이 뛰어난 줄리앙 맥도널드는 「지방시」을 좀더 안정적인 모습으로 변형시키며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어 비교적 호의적인 반응을 끌어냈다.
하지만 결국 LVMH 경영진과 내부적 알력을 겪은 끝에 자의반 타의반 「지방시」를 물러나게 되었고 이제 이탈리아 출신 디자이너의 손에 「지방시」의 지휘봉이 옮겨진 것이다.
이탈리아-프랑스 디자이너 판도 부활?
이 같은 움직임은 한동안 패션계를 영국-스코틀랜드 디자이너 파워가 럭셔리 정통파로 일컬어지는 이탈리아-프랑스 디자이너 판도로 재편성되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사실 럭셔리업계는 지난 몇 년 동안 마크 제이콥스, 줄리앙 맥도날드, 알렉산더 맥퀸, 스텔라 맥카트니, 마이클 코어스 등 미국과 영국의 신진 디자이너들이 유입되면서 젊고 이국적인(?) 감성을 실험하는 오픈 마당을 진행했다. 이러한 시도는 정체되고 노쇠한 듯한 럭셔리 브랜들의 이미지를 끌어올려 소비자의 마음을 오픈하기 위한 전략이었는데 결과적으로 ‘셀린’을 운영했던 마이클 코어스는 절반의 성공을 이어받으며 미국으로 돌아갔고, 마크 제이콥스는 기대만큼의 수익보장을 받지 못한다는 풍문이 떠돌고, 줄리앙 맥도날드는 「지방시」에서 깔끔하지 못하게 물러났고, 알렉산더 맥퀸은 구찌 그룹 아래에서도 기대만큼 수익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스텔라 맥카트니는 이름값 못하는 매출 실력으로 거품이라는 비아냥까지 듣는 등 영미 디자이너에 대한 평가는 썩 좋지 못하다.
여기에 럭셔리 전통의 품격을 선호하는 고정 고객들이 ‘가벼운’ 혹은 ‘스트리트 풍’ 감각이 가미되는 데 은근히 불만을 표시하고, 세계 경기가 되살아나면서 소위 패션의 본고장 출신 디자이너들이 재주목되는 흐름이 감지된다. 사실이야 어떻듯 현재 자신의 시그너처 컬렉션을 운영하고 있는 리카르도 티시는 당분간 「지방시」 디자인에 전념할 것으로 알려져 개념적이고 도상적인 그의 컬렉션은 잠시 중단될 확률이 있다.
「지방시」와 런던세인트마틴은 운명?
최근 밀라노패션위크에 선보인 그의 컬렉션은 커다란 나무 십자가, 블론드 장례식 분위기의 무대 연출 등 지극히 드라마틱하고 심오한 이미지를 보여주었는데, 이 같은 그만의 표현적인 성향이 「지방시」의 전통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한편 리카르도 티시는 17세에 런던으로 이주, 센트럴세인트마틴 대학을 나온 인물로 존 갈리아노부터 시작된 「지방시」와 센트럴세인트마틴 대학의 인연을 이어나갔다. 한편 「지방시」 남성 컬렉션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나이지리아 출신 디자이너 오즈왈드 보탱은 성공적인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예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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