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자이너 로베르토까발리가 애견을 위한 럭셔리 펫웨어 라인을 론칭한다는 소식에 실소를 날렸던 당신, 하지만 「구찌」 개목걸이가 신분의 상징이라면 어찌하겠는가?
적어도 인도에서 좀 산다는 사람들이라면 구찌 로고가 선명한 개목걸이를 구비해야 할 듯하다. 지난 몇 년간 원유 수출과 글로벌 증시 활황으로 경제적 여유가 생긴 인도의 중산층들이 애견 치장에 아낌없이 돈을 투자, 럭셔리 애견 시장의 태동이 멀지 않은 듯 하다.
실제로 애견 제품을 수입하는 인도 업체 VS Associates 관계자는 인도 애견 시장이 초장기지만 매년 1-15% 성장을 이루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구찌」 개목걸이는 물론 하나에 8000 루피에 달하는 스와롭스키의 크리스탈 장식 가죽끈 수요도 꾸준히 늘고 있다는 전언이다.
너무나 매력적인 인도, 그러나…
사실 인도는 신규 시장 개척에 목마른 서구 패션 업계에게 매혹적인 땅이 아닐 수 없다. 글로벌 유통망 확대전을 펼치고 있는 패션 브랜드에게 있어서는 경제적 여유를 바탕으로 이제 막 패션의 즐거움을 느끼기 시작한 인도 시장에 진출, 확고한 브랜드 이미지와 지속적 매출을 구축할 수 있다면 갈수록 치열한 경쟁 전선에서 우선권을 선점하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
특히 최근에는 일찌감치 인도 시장 선점에 나선 럭셔리 브랜드 외에도 패스트 패션의 대명사, 「자라」가 인도 업체 타타와 제휴, 합자 벤처를 구성, 인도 시장 공략에 나서면서 인도 어패럴 시장의 가능성에 대해 높은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로 서구 럭셔리 브랜드에 관심이 높았던 인도의 중산층들이 글로벌 불황 앞에 소비를 줄이면서, 자라를 비롯한 하이스트리트 업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
하지만 지난 3년간 인도 시장에 진출한 37개 글로벌 브랜드들의 부진한 매출실적을 볼 때 인도 시장이 반드시 서구 패션의 달콤한 매출처가 되어준다고 믿기에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실제로 활발한 글로벌 마켓 확장 전략을 펼쳐온 아르마니가 인도 시장 숨고르기에 나섰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중국과 인도, 동남아 시장 유통망 구축에 부산했던 그가 인도 시장 전진 프로젝트의 속도를 늦추기로 한 것이다.
조르지오아르마니 관계자는 글로벌 불황의 여파로 아르마니의 인도 사업 파트너가 럭셔리 쇼핑 몰을 짓는 시간이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함에 따라 인도 시장 유통망 구축이 당초 예상보다 늦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아르마니의 인도 공략전은 단기전에서 장기전으로 전열을 재정비하고 있다.
(아르마니는 지난해 인도 현지 부동산 업체 DLF와 51:49 비율로 합자 벤처를 구성해 인도 시장 진출 채비를 마쳤으며, 조르지오아르마니인디아(Girogio Armani India)는 2008년 4사분기에 인도 시장 독점 매장을 구축할 권리를 확보하고 인도 시장에 진출, 인도 현지 리테일러에게 아르마니 브랜드 제품을 유통시키는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글로벌 주식 시장 및 금융시장 불안정으로 유동자본 압박의 부담을 느낀 아르마니가 인도 유통망 구축에 탄력을 빼는 것으로 진단하고 있지만 아르마니측은 그룹의 재정 상황은 ‘탄탄’하며 효과적인 투자는 늘 대기 상태이지만 인도 시장의 활력이 떨어진 만큼 장기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전략적 판단을 내렸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아르마니는 인도 시장에 본격 진출하기 이전에 인도의 어패럴 시장, 나아가 인도 경제의 흐름을 좀더 면밀히 분석하고 효과적인 전략 창출을 진행한다고 밝혀 일단은 DLF과 제휴, 델리에 문을 연 두 곳의 매장 운영에 집중할 방침이다.
한편 아르마니는 얼마 전 인도 시장에 아르마니진스(Armani Jeans)와 아르마니꼴레지오니(Armani Collezioni) 유통을 시작하며 인도 시장 워밍업에 나섰다. 방갈로어에 위치한 럭셔리 남성복 매장 The Collective를 통해 인도 소비자를 만나는 아르마니꼴레지오니, 아르마니진스는 조만간 뭄바이에도 유통망이 구축될 예정이라고.
아르마니는 일단 독립매장을 구축, 소비자의 반응을 면밀히 확인한 후 인도의 스페셜티 매장과 제휴해 유통망을 구축하는 혼합적인 방식으로 인도 시장에 접근한다.
부동산 침체, 쇼핑 인프라 부족으로 이어져
한편 럭셔리 그룹 구찌도 위축된 인도 어패럴 시장의 분위기와 인프라스트럭쳐 구축의 미비로 인도 시장 확대전의 속도 조정에 나서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들의 신천지로 사랑받던 인도 시장에 대한 조심스런 재평가가 이뤄지는 분위기다.
실제로 「구찌」 「칼빈클라인」 「프렌치커넥션」 「지미추」 「보테가베네타」 「라뻬를라」 등의 라이선스를 확보하고 있는 현지업체 BMIL(Brand marketing)이 「지미추」와 「보테가베네타」의 라이선스 권리를 포기하고 600만 달러 이상을 투자했던 인도 내 구찌 유통망 구축사업을 포기한 것은 인도 어패럴 시장이 당분간 활기를 찾기 힘들 것이라는 명백한 증거가 된다.
문제는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로 글로벌 부동산 시장이 불황의 파고에 휘말려들면서 인도의 부동산 개발업자들이 유동 자금 확보를 위해 대규모 쇼핑몰 개발에 난색을 표명하고 있어 서구 럭셔리 브랜드들이 진입할 수 있는 인도의 고급 유통망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즉 인도의 부동산 시장의 침체된 상황으로 시장 접근에 필수적인 유통망 구축은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다가 해외 법인이 인도에서 자체 유통망을 통해 브랜드 사업을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는 통상법 때문에 인도 시장에 진출하는 외국기업들은 반드시 현지법인과 ‘합자 벤처’를 구축, 시장에 접근할 수밖에 없는 인도 통상법에 따라 인도 현지 업체들이 몸 사리기에 돌입하면 서구 브랜드도 달리 뾰족한 수가 없다.
「도나카란」도 인도 시장 진출
이런 와중에 도나카란뉴욕(DKNY)이 DLF Brands(DLF의 지부)와 손잡고 인도 시장 진입에 나서 움직임이 주목된다. LVMH 제국에 인수된 후 글로벌 브랜드로 몸단장을 해온 도나카란은 최근 한국과 중국에 진출한데 이어 인도 시장 진출의 진입로를 닦으면서 글로벌 팽창전에 탄력을 더하는 분위기. 양측의 단독 프랜차이즈 계약이 성사되면서 DLF Brands는 인도 시장에 DKNY의 어패럴/액세서리 유통에 나서게 된다.
DLF Brands 관계자는 추후 5개월 동안 5개 매장을 인도에 오픈하고 5년 중에 28개 매장으로 확대할 방침이라 밝히면서 인도 럭셔리 시장이 매년 6-10% 정도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DKNY의 인도 시장 진입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DLF Brands는 앞서 언급한 아르마니, 페라가모 등 럭셔리 라벨과 각 합자 벤처를 구성, 인도 시장 진출을 돕고 프리미엄 브랜드 Alcott과 Sia Home Fashion 프랜차이즈 계약도 성사시키며 서구 하이엔드 업체들과 인도 시장을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한편 DKNY는 글로벌 경기 침체의 여파로 당초 세워놓았던 신규 매장 오픈 계획을 25% 수정, 7월까지 13개 매장을 오픈하고 연말까지 40-45개 매장을 오픈할 예정이다. 현재 인도 리테일 마켓 전체 규모는 3500억 달러에 달하며 럭셔리 마켓은 이중 1%를 차지, 아직은 시장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다. 하지만 럭셔리 시장이 매년 10% 이상 강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 글로벌 불황을 감안하더라도 인도 내 럭셔리 시장의 성장세는 여전히 기대할만하다는 평.
실제로 불안한 미국 시장과 더 불안한 유럽 시장의 움직임을 생각하면 이제 막 개척기에 돌입한 인도의 패션 시장은 노다지를 찾는 패션가에 그나마 달콤한 위안을 제공하는 ‘꿈의 시장’인 것만은 틀림없다.
예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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