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클로, '질샌더' 날개 달고 훨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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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30 오전 10:30:56




디자이너 질샌더가 유니클로의 디자인을 지휘한다? 일본 업체 온워드홀딩스(On ward holidngs)에 「질샌더」 라벨이 매각되면서 일본 패션 유통가와 깊은 인연을 맺은 디자이너 질샌더가 글로벌 브랜드로 확장을 꾀하고 있는 유니클로와 디자인 컨설팅 작업에 돌입한다.

심플함 속에 품격있는 모더니티를 담아 패션가에 한 획을 그은 질샌더 여사는 유니클로의 남녀 의류 전반을 지휘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하이스트릿 유니클로의 디자인 성장을 지휘할 뿐 아니라 특유의 미니멀한 감성을 담은 캡슐 컬렉션을 제작할 예정이어서 그녀의 감성을 그리워했던 소비자들에게 큰 기쁨을 줄 전망이다.

심플한 디자인과 달리 1990년대 말부터 2000년 초 럭셔리 업계에 불어 닥쳤던 ‘럭셔리 그룹’ 바람에 휘말려 프라다 그룹과 질긴 인연을 시작한 질샌더는 경영진과의 의견 차로 질샌더를 떠났다 재결합 후 다시 이별하는 복잡한 변천사를 겪은 바 있다.

하지만 모던하고 심플한 감성에 페미니즘을 덧칠하여 업그레이드된 스타일로 다시금 질샌더를 부활시키던 그녀가 프라다와 재결별한 후 2004년부터 패션계와 거리를 두어왔던 만큼 패션가에 환멸을 느껴 은퇴에 가까운 생활을 해왔던 그녀가 글로벌 유통망 확대에 나선 유니클로를 통해 패션가와 적극적 교류를 시작했다는데 높은 기대감을 갖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은둔에 가깝게 모습을 감춰왔던 그녀가 패션계의 경계를 넘나드는 하이엔드 디자이너 +하이스트릿 브랜드의 컬레보레이션 붐에 동참, 더 많은 소비자를 타깃으로 본격적 디자인 크리에이티비티를 펼친다는 것은 질샌더가 소비자와 소통을 그리워해왔다는 증거가 된다.


심플함은 통한다

어찌 보면 질샌더와 유니클로의 만남이 전혀 낯선 것이 아닐 수도 있다. 1973년 질샌더를 론칭한 이후 불필요한 장식과 디테일을 배제한 심플한 모더니티를 추구해온 그녀와 감성과 심플한 베이직 스타일을 다양하게 구비, 베이직 아이템을 통한 트렌디한 믹스 & 매치 룩을 추구해온 유니클로의 콘셉은 요란함을 피하고 실용성을 바탕에 깔고 있다는 점에서 소통의 통로가 이미 열려있던 것.

실제로 하이엔드 패션하우스들이 특유의 ‘꾸튀르’ 정신을 과시하듯 일반인들의 생활과 다소 거리가 있는 디자인에 몰두하던 시절, 질샌더는  절제된 미적 정서를 바탕으로 고급 소재를 사용한 심플하고 품위있는 디자인을 선택해 입는 사람의 신체의 편이와 통합적 코디네이션을 추구했다는 점에서 하이엔드 업계의 ‘베이직’ 트렌드를 추구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런 만큼 베이지와 크림 컬러/네이비와 블랙을 주조로 화려한 프린트와 디테일에 심취했던 여타 패션하우스들과 확연히 다른 방향을 걸었던 그녀의 절제되며 실용적인 미학이 생활 속의 소비자- 일반 대중-를 이끄는 대중적인 라벨, 유니클로의 베이직 정신에 ‘품격 있는 모더니티’의 날개를 달아줄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질샌더와 프라다가 지리한 갈등을 벌였던 근본 원인이 가격과 패브릭을 포함, 디자인 방향까지 좀더 메인스트림한 방향으로 질샌더 라벨을 이끌려던 프라다 CEO 베르톨리의 갈등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질샌더 여사가 지극히 대중적인 라벨, 유니클로와 손을 잡는다는 소식이 다소 의외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한편 유럽과 미국 시장에 대한 본격적 침공을 시작한 유니클로의 입장에서는 절제된 미학과 고급 소재에 대한 해박한 지식, 그리고 패브릭 테크놀로지에 관심이 높은 질샌더와 제휴를 통해 유니클로의 디자인을 한층 끌어올릴 수 있을 뿐 아니라 리테일러들에게 긍정적인 이미지를 구축, 글로벌 유통망 확충에 긍정적 파워를 덧칠했다.


질샌더, 디자이너와 라벨 모두 활기

디자이너 질샌더가 유니클로를 통해 다시 패션계에 전진 채비를 갖추고 있는 모습은 오랜 마음고생에 시달리다 새 주인을 맞아 유통망을 정리하고 있는 질샌더 라벨의 편안한 모습과 엇갈리며 묘한 감상을 자극한다. 1999년 브랜드 성장을 꾀하며 프라다 그룹에 인수되었던 질샌더 라벨은 브랜드 방향에 대한 알력으로 디자이너 질샌더가 떠나고 프라다 그룹의 인하우스 디자이너의 손에 심각한 브랜드 정체성 훼손을 입으며 적자 브랜드의 꼬리표를 떼지 못하다 2006년 영국계 사모펀드 체인지 캐피탈 파트너즈에 매각되었다.

이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라프시몬즈가 미니멀한 질샌더의 정서를 성공적으로 재해석하고 체인지 캐피털즈가 적극적인 유통 지원을 나서면서 질샌더는 흑자로 전환되는 쾌거를 올렸지만 이익의 극대화를 노린 체인지 캐피탈 파트너즈가 다시 매각 시장에 내놓으면서 다시 2008년 일본의 패션 유통업체, 온워드 홀딩스에 인수되는 파란만장 변천사를 겪은 바 있다.

질샌더의 현재 소유주인 온워드홀딩스(Onward Holdings)는 아시아 시장에서 어패럴 제조 및 유통사업을 펼치는 한편 유럽 패션 체인 조셉(Joseph)을 인수, 유럽 유통망 실험을 진행하고 있는 일본의 패션그룹으로 직장 여성들의 필수품인 블랙 트라우저로 유명한 조셉은 브랙/그레이/아이보리 등 단색조의 숍 인테리어와 심플한 디자인 콘셉으로 유럽 여성들에게 친숙한 리테일러다.

불필요한 장식을 배제한 심플한 모더니티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질샌샌더 라벨과 공통점을 갖고 있으며 온워드홀딩이 아시아 및 유럽의 패션 유통 시장에 노하우를 갖고 있는 만큼 아시아 및 글로벌 시장에서 질샌더 라벨의 성장이 촉진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유니클로, 글로벌 전략 탄력 더할 듯

디자이너 질샌더와 제휴에 성공한 유니클로는 글로벌 유통망 확장에 든든한 지원군을 얻은 모양새다.
일본의 중저가 캐쥬얼 웨어 유니클로는 ‘누구나, 언제나 입을 수 있는 옷, 트렌드에 지배되지 않고 자신의 스타일을 추구하는’ 콘셉을 내세워 트렌드에 쓸려가기 바쁜 서구 패스트 라벨과 차별성을 두고 있는데, 자신의 개성에 따라 믹스&매치할 수 있는 베이직 아이템에 주력하면서 옷 입기를 즐기는 젊은층의 호평을 받아왔다.

1984년 처음 문을 연 유니클로는 2005년부터 도쿄, 뉴욕, 파리, 밀라노 등에 연구 센터를 두고 글로벌 소비자들의 라이프 스타일과 욕구, 소재 등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고 마켓의 특성에 따라 시즌별로 디자인과 상품을 구성하며 글로벌 시장을 염두로 움직여왔다.

동시에 최고의 소재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구입, 하이스트릿 업계의 약점이라 할 ‘소재와 품질’ 문제를 일찌감치 차단하고 생산과 유통, 판매를 일관 진행하는 SPA 모형을 통해 고품질의 제품을 저가에 제공하는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안착시켜왔다.(유니클로의 모기업 ‘패스트 패션 리테일링’은 갭(GAP), The Limited, 인디텍스, H&M, NEXT, 리즈클레이본과 함께 글로벌 유통 시장의 거두로 바니스뉴욕이 매각 시장에 나왔을 때 인수 시도를 했을 정도로 막강한 자금력을 갖고 있다)

특히 유니클로는 지난 몇 년간 영국과 미국에 대형 매장을 연이어 오픈하며 본격적인 글로벌 시장 진출을 진행하고 있는데 영국 옥스퍼드가에 위치한 3층 규모의 플래그십 매장이나 프랑스 라데팡스 플래그십 매장, 늘어가는 중국과 러시아 시장의 유통망에 이어 미국 유통망 구축에 나선 유니클로의 모습은 글로벌 패션하우스들의 자금줄이 아니라, 글로벌 패션 시장의 맹주를 꿈꾸는 일본 패션계의 야심을 대변하고 있다. 그런 만큼 높은 인지도와 뛰어난 디자인 감성을 갖춘 질샌더와 디자인 컨설팅 계약을 맺은 유니클로는 그야말로 성장세에 날개를 단 것과 같은 효과를 얻고 있다.

물론 자의반 타의반으로 패션계와 거리를 둘 수밖에 없었던 질샌더 여사 또한 유니클로를 통해 ‘생활속의 패션’을 꿈꾸는 많은 소비자들과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고객과의 소통에 대한 갈증을 채울 수 있음은 물론이다. 우울한 소식들이 가득한 현 상황 속에서 소비자들에게 좋은 선물이 될 듯한 질샌더 여사의 복귀 뉴스가 반가운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예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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