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 정말 신기루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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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02 오전 10:45:50





두바이 국영 투자사 ‘이쉬티트마르(Istithmar World)’가 직원 10%를 감축했다. 글로벌 불황의 파고가 지난 몇 년간 달아올랐던 ‘황금의 땅, 두바이’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있는 가운데 발표된 이쉬티트마르의 구조조정은 일단 위축된 글로벌 투자 시장의 변화된 환경에 맞춰 진행되는 ‘단기적’인 전략으로 알려져 있다.

두바이에 있는 본점을 위시해 상하이, 뉴욕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이쉬티트마르는 지난 6년간 중동 지역은 물론 북미와 유럽 지역의 소비자금융/산업 및 재정 서비스/부동산업 등을 펼치고 있는 투자사로 두바이 최대의 부동산 개발업체 이마르(Emaar), 럭셔리 패션 아일랜드 이슬라모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투자/개발사 인피니티홀딩(Dubai Infinity Holding)과 함께 중동의 오일머니 파워를 상징해 온 업체 중의 하나다.

그런 만큼 최근 매스컴을 통해 전달되는 두바이 경제 ‘위기론’과 맞물려 글로벌 건설 및 패션/여행계의 새로운 탈출구로 주목 받아온 두바이 최대 투자사 구조조정 바람은 두바이 시장에 대한 업계의 불안을 더욱 가속시킬 수 밖에 없다.


두바이도 구조조정

사실 2007년 말부터 이미 잠복해있던 미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가 미국 자본 시장의 위기를 불러왔을 때만해도 두바이는 오히려 경제적 호기를 맞은 듯했다.

미국 금융의 자존심, 시티은행이 위기에 처하자 아부다비(아랍에미리트의 임시수도, 두바이는 아랍에미리트 최대의 도시) 정부가 운영하는 아부다비 투자청은 시티 그룹의 지분 4.9%를 인수, 최대 주주로 등극했고 이쉬티트마르는 일본의 패스트 패션 체인 유니클로의 소유주 패스트 리테일Fastl社를 제치고 고급 백화점 체인 바니스 뉴욕을 인수해 미 어패럴 가에 중동 자본 파워를 과시했다(시티 그룹의 경우 알왈리드빈탈랄 사우디 왕자가 보유한 지분까지 합하면 중동 자본이 전체 10%에 근접한다).

또한 이마르 그룹은 아르마니 호텔과 비즈니스 허브 및 호텔로 구성된 세계 최고층 빌딩 버즈두바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글로벌 상류층과 젯셋족의 관광/쇼핑 중심지로 성장하려는 두바이의 상징적 이미지로 자리했고, 인피니티 홀딩스는 야심찬 럭셔리 패션 군도, 이슬라모다 프로젝트에 디자이너 칼라거펠트를 끌어들여 빌라 80채 디자인 계약을 맺는 등 럭셔리 /디자이너 패션계의 군침을 돌게 만들었다.

한마디로 요약해서 자본과 야심이 결집된 두바이의 자신에 찬 행보는 글로벌 어패럴 업계가 찾고 있는 노다지-풍부한 자본을 갖춘 신규 마켓이자 글로벌 상류층이 모이는 쇼핑의 중심지-의 요건을 갖춘 반짝반짝 빛나는 신세계와 거의 일치했다.

그런데 미국 발 금융 위기가 글로벌 금융위기로 확대되면서 글로벌 금융 및 부동산 업계가 철퇴를 맞고 버즈 두바이 건설에 참여한 글로벌 시공 업체들은 건설 대금을 받지 못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더니 바니즈뉴욕을 인수했던 이쉬티트마르가 유통계 불황을 우려, 바니스뉴욕을 다시 매각 시장에 내놓으려는 소문이 돌고 ‘럭셔리 패션 군도’ 이슬라모다 프로젝트가 그 속도에 방향이 위축되고 있다고 하니 기대 높았던 두바이 시장에 대한 업계의 불안이 표면화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이런 와중에도 디자이너 칼라거펠트와 존갈리아노가 Dubai Fashion 2009에 참석, 중동 시장에 대한 여전한 관심을 드러내 눈길을 끌고 있다. 국제 원유가 하락으로 중동 파워의 몰락설까지 등장하고 있지만 뿌리 깊은 중동의 부자들과 중동 시장의 잠재적 성장성은 여전히 디자이너들에게 매력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는 것.

실제로 2월 9일부터 11일까지 진행된 Dubai Fashion 2009에는 두 사람 외에도 발렌티노, 웅가로, 삭스피브비스스 애버뉴 관계자 등이 참석, 두바이 시장에 대한 패션계의 여전한 관심을 입증 한 바 있다.

그렇다면 각종 매체에서 두바이가 금방이라도 공중 분해될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 이유는 무엇일까? 두바이 경제 붐은 정말 하나의 신기루에 불과했을까?


두바이 현지와 외부의 미묘한 시각차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두바이 건설 붐에 한 몫 끼려던 외부인들에게 두바이는 그리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고, 두바이 경기 위축에 가장 큰 직격탄을 맞은 것도 바로 두바이에서 노다지를 노렸던 외부인 및 업체였다.

도날드트럼프가 건설하려던 럭셔리 빌딩은 물론 해안가의 럭셔리 리조트 콤플렉스와 테마 파트, 인공 섬 계획 등 아랍에미레이트에서 진행되고 있는 건설 프로젝트의 절반 이상이 중지되거나 취소되면서 외부 건설업체, 근로자들은 높은 임대비와 주거비/생활비를 감당하지 못해 본국으로 서둘러 귀국할 수 없었고 많은 노동자를 파견했던 인도나 동남아시아 국적 항공사들은 오히려 승객이 넘쳐나 수익이 짭짤하다고.

한편 1월 중순부터 한달 간 지속된 Dubai Shopping Festival의 분위기는 고급 의류와 향수/화장품 판매가 활기를 뛰었던 지난해와 달리 구경은 하되, 지갑은 쉽게 열지 않는 분위기다. 두바이 쇼핑 페스티벌은 리테일러들의 연간 매출 25%를 차지할 정도로 의미 있는 행사였지만 외부 노동자들과 관광객이 줄면서 올해는 20% 정도 매출이 감소하는 추세.

하지만 두바이 인구의 80%가 현지인이 아닌 외지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건설 붐 위축과 주식 시장 하락으로 재정적 손실이 큰 이들이 소비를 줄이는 것은 이미 예측된 결과다.

그렇지만 이슬람 원칙에 근거한 샤리아법 체제(Sharia legal System)로 똘똘 뭉친 두바이 은행 및 중동계 은행들은 여전히 자본력이 풍부할 뿐 아니라 금융 위기에 상호공조하는 일종의 혈맹 관계를 구축하고 있어 서구 은행처럼 도산이나 파산될 위험성이 낮고, 중단되었다고 하지만 투자와 고용이 약속되는 건설 프로젝트는 경제 재건을 내건 오바마의 ‘경기 부양책’처럼 장기적 관점에서 경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어 두바이가 당장 무너지거나 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물론 흥청대던 두바이 주식 시장이 70% 급락하고 은행이 대출을 중단하고, 럭셔리 호텔들의 3/4에 달하는 객실이 비었지만 러시아 갑부들을 위시한 글로벌 억만장자들과 헤지펀드 매니저들은 여전히 두바이에서 럭셔리한 생활과 투자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

일각에서 현 두바이 상황을 외부에서 부풀려 놓은 거품이 사라지고 이슬람 자본과 글로벌 알짜 부자들로 판이 재편성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다시 말해 두바이는 현장을 제공했을 뿐 흥청대고, 실패를 맛보고 괴로워하는 것은 정작 두바이 노다지를 노렸던 외부 업체들이라는 것.

이를 입증하듯 두바이 정부는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가 위축되자 공공 투자금을 42% 증액, 인프라 프로젝트 계획을 뒷받침하고 나섰고 아랍에미리티의 유전 95%를 갖고 있고 높은 재정적 안정도를 자랑하는 아부두하비(아랍에미리트의 수도)가 중동 시장을 노리는 서구인들의 또 다른 ‘노다지’로 주목받고 있어 중동 시장의 잠재성은 여전하다.

게다가 두바이와 아부드하비의 지도자들은 정기적으로 회동하며 위축된 두바이 경제 재건 해법을 함께 풀어나가 있어 글로벌 투자자를 설레게 했던 두바이 프로젝트를 한낱 ‘신기루’로 단정하는 것은 지나치게 성급한 판단인 듯 하다.


올 2.4% 경제 성장 예상… 그 의미는?

사실 전 세계가 제로 성장, 혹은 마이너스 성장을 점치고 있는 이 시점에 아랍에미레이트는 2009년 2.4% 경제 성장이 전망되고 있어 서구와 비교할 때 여전한 성장 동력을 보여준다.

물론 이 같은 수치는 7.5% 성장을 이뤄냈던 작년의 1/3에 불과하지만 외부의 투자 및 노동인력 탈출로 두바이 인구가 8%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을 감안하면 실질 두바이 현지 경기는 글로벌 불황 타격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셈이다.

따라서 두바이가 금방 몰락이라도 하듯 호들갑을 떠는 외부 언론과 달리 두바이 현지와 아랍에미리트는 침착하고 조심스럽게 일보 전진 계획을 진행하고 있어 오일머니와 생활/경제 전반을 지배하는 이슬람 원리로 무장한 만만찮은 중동 파워의 내공을 다시금 느끼게 한다.

근거 없는 낙관론은 위험하지만 근거 없는 위기론이 가져오는 상처는 더 깊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지금 보는 것이 ‘달’인지 달을 가르키는 ‘손가락’인지를 면밀하게 살펴봐야 할 점이라는 것-물론 그 차이를 구분하기 힘든 것이 두바이를 바라보는 패션계의 딜레마이기도 하다.



예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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