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라서 너무 행복해요?
가+
가-

2008-12-15 오전 9:01:22



금년 한 해를 화려하게 장식한 남성 밴드 빅뱅, 이름부터 강렬한 폭발력을 과시하는 이 다섯 남자는 음악뿐 아니라 변화무쌍하고 대담한 패션 감각으로도 그들의 존재감을 확실히 전달한다.

전통적인 남성 밴드들이 힙합 스타일이면 힙합 스타일, 댄디한 수트면 수트를 유니폼처럼 차려 입고 무대에 오르던 것과 달리 이들은 자신의 개성을 살린 자유분방한 차림으로 등장, '빅뱅(대폭발)‘이라는 빅 타이틀에 어느 한 명도 짓눌리는 느낌이 없다.

특히 감각적이고 도발적인 차림이 너무나 잘 어울리는 G-드래곤은 작고 연약한 체형을 느낄 수 없을 만큼 파괴적인 패션 감각을 자랑하며 ‘패션은 변화와 자신감’이라고 외쳐대는 듯하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자신을 꾸미고 표현하는데 망설임이 없는 그의 모습은 남자들의 로망인 신장 182cm가 되지 않아도 얼마든지 패션을 즐길 수 있다는 메시지가 충만하다.

실제로 물 흐르듯 자연스런 하이 톤 랩만큼이나 거침없는 G-드래곤의 스타일 감각은 빅뱅의 무대를 기다리게 하는 중요한 요소의 하나로 자리했다.

또한 깊은 저음만큼이나 강렬한 눈매를 자랑하는 탑은 짙은 언더라인을 너무나 완벽하게 소화하며 섹시한 남성이 되려면 당장 콜 펜슬과 스모키한 아이섀도우로 언더 아이 라인을 그려야 할 것 같은 충동을 자아낸다.

사실 그는 스모키한 눈 화장이 ’중성적‘ 아니라 오히려 ’강인한 남성미‘를 전달하는 수단이 될 수 있음을 보여 준다는 점에서 남성의 눈 화장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린다.


메트로 섹슈얼? 아니 위버 섹슈얼!

사실 21세기는 남성들에게 ‘패션을 즐길 자유'를 본격적으로 제공했다는 점에서 변화를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2000년대 초반 마치 해리포터의 주문처럼 패션계를 장악했던 메트로 섹슈얼이란 용어는 ‘자신을 가꾸는 남성이 아름답다’는 의식을 본격적으로 알린 신호탄으로 패션계는 물론 각종 마케팅의 방향을 설정하는 의미 있는 단어로 자리했다.

여성만큼이나 자신의 몸을 가꾸고 패션에 민감한 남성에 대해 긍정적 인식 전환을 자극하며 옷 잘 입는 남자에 대한 사회적 포용의 물꼬를 튼 메트로 섹슈얼은 세월이 흐르면서 위버 섹슈얼이라는 성숙한 개념으로 발전되며 패션계에 확고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메트로 섹슈얼과 위버 섹슈얼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간단히 표현하자면 메트로 섹슈얼은 트렌드에 민감하고 자신을 가꾸는데 아낌없는 급진적인 남성 패셔니스타, 위버 섹슈얼은 패션을 즐기지만 자신의 남성성과 사회적 위치를 고려한 좀더 절충적인 스타일을 추구하는 남성들의 패션이라 할 수 있다.

메트로 섹슈얼이 스타일을 위해서 남녀의 경계도 거침없이 넘나드는 도전성을 보인다면, 위버 섹슈얼은 자신의 사회적 입지를 강화시키고 긍정적 이미지를 전달하는데 패션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좀더 ‘대중적이고 사회적인 배려가 가미된 스타일’인 셈.

하지만 메트로 섹슈얼과 위버 섹슈얼은 결코 상대적인 개념이 아니라 급진적 면모가 강했던 메트로 섹슈얼이 사회적 시각과 반응을 겪으면서 남성미를 희생하지 않고도 스타일을 즐길 수 있는 모양새로 발전된 것이 위버 섹슈얼이라고 보면 될 듯하다.

실제로 여성적인 슬림한 선과 컬러를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키 크고 마른 체형을 갖지 않은 대다수의 남성들의 동참을 유도하고, 또 어딘지 모르게 게이커뮤니티의 향기를 담고 있는 메트로 섹슈얼에 대해 태생적으로 거부감을 갖고 있는 깐깐한 남성들을 포섭하기 위해 남성 특유의 남성미를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마초적인 느낌 없이 패셔너블한 스타일을 표현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 바로 위버 섹슈얼인 셈.

그런 만큼 위버 섹슈얼은 20대 초반의 덜 자란(?) 남성들이나 감당할 수 있었던 메트로 섹슈얼 보다 훨씬 다양한 연령층의 남성들을 흡수할 수 있어 좀 더 남성 배려적이고 대중적인 개념이라 볼 수 있다. 그런 만큼 매출과 시장성을 노리는 패션계로서는 메트로 섹슈얼보다 위버 섹슈얼 개념이 훨씬 더 반갑지 않을 수 없다.

또한 메트로 섹슈얼이 스타일 지향적인 용어라면 위버 섹슈얼은 긍정적인 남성성인 자신감과 리더쉽, 열정, 사회적 의식 등을 스타일과 행동에서 표출하는 좀더 행동 지향적인 개념이기도 하다. 실제로 세계적인 광고 에이전시 JWT(J.월터 톰슨)은 지난 10월 ‘위버 섹슈얼한 남성 Top 10'을 선정했는데 1위는 제3세계 인권 및 환경보호 운동에 열심인 U2의 프론트맨 보노가, 2위는 클래식한 매력남 조지클루니, 3위는 빌클린턴, 4위는 부동산 재벌 도널드트럼프, 5위는 아놀드슈왈제네거, 6위는 바락오바마, 7위는 이완맥그리거, 8위는 피어스브로스난, 9위는 거이리치, 10위는 시사 풍자적 토크를 즐기는 코미디언 존스튜어트가 선정되었다.

위버 섹슈얼을 단순히 패션 트렌드 정도로 인식하는 일반인들이 받아들이기에는 동의하기 힘든 T0P 10 목록이지만 스타일보다는 행동적인 면을 중시하는 기준으로 선정했다는 점을 참조하면 좋을 듯. 하지만 위버 섹슈얼을 긍정적 남성성+트렌드에 지배당하지 않고 트렌드를 자기에 맞게 해석해 소화하는 패션 감각으로 해석한다면 당당한 남성성을 더 섹시하게 업그레이드 시키는 장치로 패션을 활용하는 많은 남성들이 떠오른다.

먼저 클래식한 남성미와 센시티브한 감성을 함께 표출하는 다니엘헤니나 드라마 커피프린스의 공유, 짙은 눈 화장에도 억눌리지 않는 감각적인 남성미를 전달하는 탑, 전통적인 수트보다 슬림한 수트로 멋진 체형적 장점을 강조하는 버락오바마, 물 속에서는 강인한 남성미를 물 밖에서는 당당하고 멋진 수트 차림을 소화해내는 수영선수 박태환 등을 꼽을 수 있다.


화장하는 남자들

이처럼 패션을 즐기기 시작한 남자들, 이제 화장을 즐길 때다? 적어도 마켓의 흐름을 보면 대답은 긍정 쪽에 가깝다. 메트로 섹슈얼과 위버 섹슈얼의 시대를 살아가는 남성들은 이제 그들의 몸매를 가꾸고 패션 감각을 실험하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피부 화장에도 흥미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마켓 리서치 NPDGroup의 조사에 의하면 이미 2002년 미 남성들의 화장품 매출이 10억 달러에 달하고 이중 4700만 달러가 스킨케어 용품 구입에 쓰인 것으로 나타났고, 현재 남성 화장품은 스킨로션과 쉐이빙 크림에서 벗어나 파운데이션/컨실러/스킨토너/브론저/아이라이너/마스카라 등 전방위적으로 확대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또 다른 마켓 조사기관 민텔(Mintel)의 보고서에 의하면 2004년 영국 남성들의 화장용품 마켓은 6억8500만 파운드 규모였고 2009년에는 8억2100만 파운드로 시장이 대폭 확대가 전망된다고.

실제로 하이스트릿 리테일러 H&M은 남성용 마스카라를 포함한 남성용 화장품 라인을 론칭했고 클리니크 또한 남성용 컨실러가 포함된 M Cover 라인을 통해 매끄러운 피부를 원하는 남성들을 사로잡고 있다. 그렇다면 남성들이 왜 본격적인 ‘화장’을 마다하지 않게 된 것일까?


남자의 외모도 이제 경쟁력!

흥미롭게도 화장하는 남자들이 늘고 있는 것은 경쟁을 자극하는 ‘사회적 압력’ 때문이라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일부 젊은 남성들은 고스(Goth) 스타일이나 펑크락의 영향으로 짙은 눈 화장을 하지만, 많은 남성들은 갈수록 치열해지는 사회적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즉, 아직 좀더 젊고 당당해 보이기 위해- 피부 화장을 시도하고 있다는 것.

실제로 많은 남성들은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 가속되면서, 남성과의 경쟁뿐 아니라 아름다움과 능력을 겸비한 여성들과 경쟁 압력에 시달리게 된다고.

따라서 이들은 자신의 외양을 가꿔 경쟁력 있는 외모를 갖춰야 한다는 강박증에 시달릴 수 밖에 없고, 실제로 컨실러나 파운데이션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젊은층보다는 어느 정도 사회적 기반을 갖춘 ‘중년’층으로 이들은 인위적으로라도 젊은 느낌을 주는 것이 자신의 사회적 위치를 지키는데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점점 더 ‘젊음’을 중시하는 사회적 풍토와 ‘외모와 스타일=그 사람의 경쟁력’으로 연결하는 시각이 강화되면서 남자들은 패션에 민감하고 화장에 신경을 써야 할 상황에 몰리고 있는 것. 결국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간택되고 살아남기 위한 ‘진화를 위한 몸부림’이다.



예정현 기자

- Copyrights ⓒ 메이비원(주) 패션인사이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관련기사
• 루엘라바틀리, 올해의 디자이너
• H&M, 이번엔 매튜윌리엄슨
• 우울했던 '갭' 따뜻한 겨울
• 아디다스, 디자인 ‘대공격’
• '구찌' 스텔라매카트니
• 루이비통 새 얼굴 ‘마돈나’
메이비원(주) | 대표:황상윤 | 개인정보보호책임자:신경식
사업자등록번호:206-81-18067  | 통신판매업신고:제2016-서울강서-0922호
TEL 02)3446-7188  |  Email : info@fi.co.kr
주소 : 서울특별시 강서구 마곡중앙8로 1길 6 (마곡동 790-8) 메이비원빌딩
Copyright 2001 FashionInsight co,.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