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혁명은 젊은 피를 달뜨게 하고 혁신은 성장을 향한 차가운 혁명이다. 그리고 패션은 스타일로 혁명을 추구하는 뜨거운 심장”이라고 주장한다면 지나친 허세일까?
뛰어난 패션 감각을 갖춘 배우 某 군이 빗줄기와 쉬폰 케익을 연결 짓는 섬세한 정서를 드러내다 ‘과도한 정서의 비약’이라는 허세론에 시달린 바 있지만, 진정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일이 현실화된 역사의 현장 속에서 잠시 감정적 비약을 즐긴다고 크게 비난할 일은 아닌 것 같다.
젊고 매력적인 용모의 흑인 정치가 버락 오바마가 차기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지금, 패션계는 세기의 It Bag을 발견한 것처럼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아직까지도 ‘가장 매력적인 대통령’으로 평가받는 존 F. 케네디와 뛰어난 패션 감각을 즐겼던 재클린 케네디 여사의 21세기 버전이라 불릴 만큼 세계적 관심의 대상으로 떠오른 오바마 부부는 정계는 물론 할리우드와 패션계 모두를 빨아들이는 블랙홀 같은 매력을 자랑한다.
그리고 젊고 매력적인 용모를 과장하지 않은 버락 오바마의 ‘시의 적절한 패션 감각’은 스타일에 민감한 젊은 층과 여성들에게 정치를 즐거운 이벤트로 느끼게 만들 만큼 경쾌한 혁신이었다.
따라서 흑인 대통령 탄생에 일조한 ‘오바마 식’ 패션 세계를 살펴보는 것은 혁명과도 같았던 역사를 함께 꾸린 패션계가 누려도 좋은 감정의 사치라 하겠다.
패션계의 뜨거운 오바마 중독
실제로 버락 오바마의 스타 탄생은 정계와 패션계, 그리고 할리우드의 합작품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간 지나치게 패셔너블한 후보자들이 역효과를 낳는 것을 지켜본 탓일까? 오바마는 너무 ‘엘리트적이지도 또 너무 서민적이지도 않은’ 적절한 품격과 적절한 ‘감각’을 통해 당당한 젊은 정치가의 이미지를 심어주었다. 그만큼 패션계의 지지도 열렬했다.
먼저 보그(Vogue)의 종신 에디터이자 셀러브리티들이 숭앙하는 앤드레레온탤리는 일찌감치 버락 오바마에 대한 지지를 선포한 후 작고 사랑스런 오바마 옷핀을 제작, 옷에 꼽고 다니며 패션계에 오바마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설파했다.
디자이너 마크제이콥스, 베라왕, 랙&본 등의 디자이너는 오바마의 선거를 위한 공식 머천다이징을 제작했고 도나텔라는 오마바에게 영감을 받은 디자인으로 ‘2009 남성 컬렉션’을 구성, 그의 매력에 흠뻑 빠진 모습이었다.(도나텔라는 메케인 지지자들의 항의가 있자 ‘오바마의 젊은 정치가적 면모’에 영감을 얻은 컬렉션이라고 표현을 정정했다.)
말하자면 패션계는 케냐계 흑인과 미국 백인 여성의 자녀로 어린 시절 동남아시아에서 자란 그의 코스모폴리탄적인 매력과 전통적인 수트보다 슬림한, 그렇지만 에디슬레이만처럼 과도하게 슬림하지 않은 수트를 통해 젊음과 자신감을 드러낸 그의 모습에서 오바마식 패션 감각을 읽어냈다.
존 F. 케네디가 전통적인 미국 상류층 스타일과 아이비리그 스타일을 접목한 클래식 아메리칸 스타일을 추구했다면 오바마는 클래식한 미국 정서와 쉬크한 유럽 패션계의 트렌드를 교묘히 결합시킨 세련된 멋으로 패션계를 매혹시킨 것.
실제로 버락 오바마의 수트를 제작한 하트새프너막스(Hart Schaffner Marx)는 할리우드 정·재계 인사들의 맞춤 수트 주문이 몰려들고 있고 적절히 슬림한 수트는 미 선거전을 지켜본 남성들에게 머스트해브 아이템으로 자리했다.
사실 이 같은 반응은 패셔너블한 후보자는 흔히 ‘왠지 가벼워 보이고 신뢰가 가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기존의 표심과 상당히 다른 것으로 당초 셀러브리티적인 오바마의 면모가 마이너스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했던 메케인 후보 진영에 큰 상처를 주었다.
일각에서는 오바마의 대통령 당선은 할리우드와 패션, 그리고 정치가 본격적인 연대관계를 구축하고 성과를 얻은 시발점으로 자리했다면서 그가 집권하는 동안 패션계가 주장해온 ‘이미지 구축이 성공의 관건’이라는 모토가 더욱 힘을 얻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실제로 오바마는 흑백 혼혈이라는 독특한 배경과 하버드 출신의 엘리트적 면모, 그리고 멋진 체형과 스타일 감각을 긍정적으로 활용, 할리우드 영화 같은 해피엔딩으로 이끌어내면서 패션이 매우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정치적 도구’가 될 수 있음을 잘 보여주었다.
위대한 개츠비, 혹은 오션스일레븐
사실 각종 매체 속에 정치가의 모습이 빈번히 드러나면서, 정치가는 더 이상 정치적 틀 안에만 머물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시청자, 곧 투표자들에게 좀더 어필할 수 있는 이미지 메이킹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것.
그런 만큼 패션은 정치가의 시각적 이미지를 구축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마련이고 버락 오바마는 패션을 통해 자신의 ‘엘리트 정치가와 셀러브리티적 매력’을 동시에 보여주는 영리한 면모를 보였다.
실제로 오바마식 수트 스타일-슬림하게 몸에 맞는 짙은 컬러의 투 버튼 수트-은 ‘젊고 신사적인 미국’에 대한 기대감을 심어주는데 큰 역할을 했다. 일각에서는 영화 오션스일레븐(Ocean's Eleven)의 주인공 중 한 명이라 할 정도로 슬림하고 깔끔한 그의 수트 소화력은 A+급이라고 평가할 정도.
또한 강인하고 매력적인 그의 수트 차림에서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었던 열정적인 남자, 제이개츠비(소설 ‘위대한 개츠비’의 주인공)의 흔적을 찾는 사람도 있다.
그만큼 버락 오바마는 다크하고 슬림한 동시에 클래식한 분위기를 접목시킨 투버튼 수트를 통해 미국인들이 꿈꾸는 ‘젊고 야망에 찬 미국’의 모습을 잘 표출했다. 특히 넥타이를 매지 않는 수트 차림은 월가에서도 화제가 될 정도로 ‘따라하고 싶은 스타일’로 꼽히기도 했다.
그렇다면 오바마가 좋아하는 패션 라벨은 어떤 것일까? 자신의 수트 스타일이 패션가를 달구고 있는 것과 달리 정작 5벌의 수트만 갖고 있다고 밝힌 오바마는 하트샤프너막스와 버버리 같은 전통적인 라벨을 좋아한다고.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스포트 라이트를 받았던 하트샤프너막스 투버튼 수트는 재킷 길이가 다소 짧고 어깨와 라펠 폭이 좁은 컨템퍼러리 수트의 전형으로 슬림하지만 강인한 오바마의 체형적 강점을 잘 드러내 보였다. 이는 배기하고 클래식한 전형적 ‘정치가형 수트’와 차별적인 모습을 띄며 자신감 있고 당당한 그의 모습을 강화시켰다는 평.
실제로 그의 스타일리쉬한 모습은 보그, 바자 등 여성 잡지는 물론 GQ, 맨스보그, 맨스헬스 등 남성 잡지에 화보로 실리면서 오바마에 대한 젊은 지지층 확보에 일조했다. 특히 지난해 9월 GQ 미국판에 실린 그의 화보는 디자인 전문가가 아닌 오바마 자신의 의상으로 꾸며져 그의 남다른 패션 감각을 엿볼 수 있다.
‘오바마 웨어’를 아시나요?
오바마와 정치, 그리고 패션의 연계성을 엿볼 수 있는 또 다른 사례는 바로 ‘오바마 웨어(Obamawear)’다. 일찌감치 오바마의 얼굴을 넣은 핀을 달고 다닌 안드레레온탤리는 물론 오바마를 지지하는, 혹은 오바마의 이미지를 담은 다양한 어패럴이 시장에 넘쳐난 것.
어반아웃피터즈는 ‘Obama for Your Mama’ 등의 문구가 새겨진 그래픽 티셔츠를 선보였고 섹시한 스윔웨어·언더웨어 제조업자 앤드류크리스챤은 오바마의 얼굴을 스텐실로 처리한 화려한 컬러의 언더웨어와 브리프를 선보였다.
젊은 남성이 주로 찾는 브랜드 ‘Obey and Sons of Liberty’는 ‘Barak to the Future’같은 오바마 지지문구가 쓰여진 다양한 종류의 티셔츠를 선보였고, 코스텀아티스트 반테일러몬로는 오바마의 이미지를 넣은 나이키 스니커즈를 디자인해 션콤, 샤론스톤 등 할리우드 스타들의 주문이 쇄도하고 있다고.
이처럼 오바마가 패션계의 이슈 메이커로 자리하자, 오바마 선거 본부는 마크제이콥스, 베라왕, 토리버치, 나넷르포어 러셀시몬즈, 파렐윌리엄스, 랙&본 등 유명 디자이너와 팝스타들과 제휴, 오바마를 등장시킨 티셔츠와 모자, 스카프, 백 등을 제작, 판매하는 "Runway for Change" 캠페인을 펼쳤다. 패션 디자이너가 대통령 선거전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역사적인 사례로서 오바마는 패션 마케팅을 정치 캠페인화한 최초의 美 대통령인 셈.
패션을 통해 팝문화와 정치 홍보를 교묘히 접목시킨 오바마의 선거전은 젊은 층을 포섭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패션과 정치의 밀월관계를 촉진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다음호에 계속
예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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