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너무 피곤한 ‘친환경 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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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10 오전 10:29:38


지난 여름 따뜻한 휴식을 즐겼던 PETA(동물의 윤리적 처우를 위하는 사람들)가 본격적인 反모피 광고를 시작하는 것을 보니 드디어 ‘갈등의 계절’이 오나 보다.


언제나 고고한 패션 잡지들은 여성의 욕망을 자극하는 모피나 가죽 아이템을 머스트해브 아이템으로 지목하면서도 21세기를 살아가는 진정한 패셔니스타라면 환경과 동물을 보호하고, 노동자의 인권과 생산자의 윤리적 처우를 생각하고 자연과 후세를 생각하는 환경친화적인 소비를 해야 한다며 도덕적 압력을 가하는 통에 그저 패션을 즐기려던 죄 없는 소비자들은 동물을 학대하고, 노동자의 인권을 유린하고, 생산자의 권리를 짓밟고, 환경을 완전히 망가뜨리고 자연까지 파괴하는 무자비한 폭도가 된 것 같은 죄의식을 느끼게 했다.


소비자가 원하는 것은 마음 편히 트렌드에 젖어보며 스트레스를 날리자는 것인데 트렌드를 따르자니 윤리의식이 발목을 잡고, 의식 있는 친환경적 소비를 하자니 채워지지 못한 패션 욕구가 우울증을 자아낸다. 안 그래도 피로한 소비자의 소비 패턴까지 고민케 하는 편치 않은 주제인 ‘친환경 패션’ 그 정체는 무엇일까?



너무 많은 ‘친환경’ 용어의 홍수


소위 친환경(Eco-Friendly) 혹은 그린(Green) 패션은 크게 환경 피해를 줄이는 유기농 방식으로 생산된 패브릭을 사용하는 유기농 패션(Organic fashion)과 불필요한 자원 낭비를 막아 환경 피해를 줄이는 재활용 패션(Recycled fashion)으로 나눠진다.


그리고 유기농 패션은 단순히 천연 섬유를 사용하자는 것이 아니라 코튼 같은 섬유를 재배할 때 토양과 수질 오염을 줄이는 방법을 채택하고, 불필요한 염색이나 인공적 가공을 막아 2차적인 환경오염을 최소화 하자는 내용도 포함된다.


즉 환경오염이 적은 일부 합성 섬유도 유기농 패션에 속하는 셈. 반면 재활용 패션은 버려지는 옷들로 인한 자원낭비와 환경오염을 막자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버려진 옷이나 패브릭을 재활용해 패션 아이템으로 다시 제작해 불필요한 원료로 자원오염을 막자는 실천적 용어다.


이밖에 동물성 소재를 사용하지 않고 식물성 소재나 환경에 덜 해로운 합성섬유를 소재로 의상을 제작, 동물보호 운동가들과 채식주의자들을 포섭하고 있는 채식주의(Vegan) 패션 등은 모두 환경과 윤리를 생각한다는 친환경 패션에 등장하는 용어들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그린(Green) 패션, 오가닉(Organic) 패션, 친환경 패션(Eco-friendly) 등의 용어 외에도 ‘서스테이너블 패션(Sustainable Fashion)’이라는 표현이 등장, 단순히 유기농이나 재활용이라는 개념에서 벗어나 인간과 자연, 사회와 경제적 영향까지 모두 아우르는 포괄적 의미의 친환경 패션을 주창하고 있다.


말하자면 지구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는 원료를 사용하고 작업자의 인권과 건강을 해치지 않는 작업환경을 구축하며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 마인드를 구축,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해 사람과 환경 모두에게 최선을 다한다는 의미가 담긴 표현이 바로 ‘서스테이너블 패션’의 모토로 단순히 인간의 건강과 환경의 피해를 줄인다는 기존의 친환경 패션보다 사회적 의미가 강하다.


또한 오가닉 의류가 흔히 유기농 농법으로 재배된 코튼, 즉 원료에 초점을 맞춘 표현이라면 서스테이너블 의류는 원료 생산자에게 정당한 대가를 제공하는 이른바 공정무역(Fair Trade)을 통해 원료를 공급받고, 작업자의 건강과 환경을 생각하는 생산과정, 그리고 에너지 소비 절감과 재활용 등의 요건을 모두 갖춘 제품인 셈. 그런 만큼 서스테이너블 의류는 유기농법을 강조하는 오가닉 패션보다 합리적인 가격에 내구성과 기능성, 재활용 가능성을 갖춘 좀더 적극적인 개념의 친환경 패션이라 할 수 있다.



서스테이너블 패션 브랜드들


자연 재활용을 중시하는 서스테이너블 패션의 선구자는 영국 디자이너 캐더린햄넷으로 그녀는 친환경, 재활용 패션을 통해 패션인의 사회적 책임을 설파하고 있다. 또한 LA에는 오가닉, 혹은 재활용 빈티지 패브릭으로 감각적인 의상을 선보이는 많은 디자이너들이 활동하고 있어 서스테이너블 패션의 중심지라 할 만하다.


일례로 디자이너 브리짓카티스는 재활용한 빈티지 패브릭과 유기농 패브릭을 활용한 어패럴 라인 포포모모(Popomomo), 인증받는 오가닉 코튼만 사용한 벨벳리프(Velvet Leaf) 라인, 유기농으로 재배된 대나무와 코튼, 실크를 사용한 배탈리온(Battalion) 라인 등 다양한 라인으로 의식있는 소비자를 사로잡고 있다.


캐나다 또한 서스테이너블 선도적인 나라로 몬트리올에 위치한 디자인하우스 그레이스앤첼로(Grace & Cello)는 거의 모든 직원이 환경학 관련 자격증을 갖고 있으며 유기농 코튼과 울/대나무/린넨/실크 등을 소재로 제품을 생산한다.


또한 영국의 어패럴 브랜드 롬(Romp)은 인증을 거친 유기농 소재로 작업자 친화적인 환경에서 제품을 생산하며, 각 제품마다 생산연역을 추적할 수 있는 식별 코드를 달아 신뢰성을 높이고 있다.


이밖에 일본에서 디자인하고 공정무역을 통해 인도 공장에서 의류를 생산하는 굿소사이어티, 월마트나 루츠 등의 리테일러들도 서스테이너블 의류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어 서스테이너블 브랜드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공정무역의 파워


서스테이너블 패션의 요건으로 언급되면서 눈길을 끄는 공정무역이란 제품의 원료를 공급하는 공급자에게 정당한 가격을, 노동자에게는 합리적인 처우를 제공하고 원료공급부터 제품생산까지 환경에 끼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시키자는 일종의 조직화된 사회운동으로 원료와 값싼 노동력 제공을 제공하는 저개발 국가들이 국제무역시장에서 착취의 대상이 아닌 공정한 대우를 받도록 유도하는데 목적이 있다.


지난해 영국 정부가 공정무역에 대한 지원자금을 늘린다고 밝혀 더욱 주목 받은 ‘공정무역’은 옥스팜(Oxfam), ‘국제사면위원회(Amnesty International), 카리타스인터내셔널(Caritas International) 등 환경ㆍ정치ㆍ사회ㆍ종교 등 다양한 부문의 단체들과 지원 및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압력단체화 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2006년 기준 글로벌 마켓에서 공정무역 인증을 받은 제품의 판매량은 23억 달러로 전년 대비 41% 증가했고 소비자의 사회의식도 높아가고 있어 패션계에 미치는 공정무역의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실제로 영국의 경우 공정무역 인증을 거친 제품의 매출은 지난 5년간 25% 상승한 것으로 밝혀졌다.



친환경 패션, 실용성을 생각한다 - 디자이너 오카마사코


물론 그렇다고 오가닉 패션이 친환경 패션에서 밀려나는 것은 아니다. 대두(soybean), 대나무, 실크, 옥수수 등을 소재로 꽃과 나뭇잎 자수가 화려한 친환경 의상을 제작하는 일본 디자이너 오카마사코는 이미 13년 전부터 오가닉 텍스타일의 중요성을 깨닫고 이를 실용화한 인물로 일시적 이벤트나 상술로서가 아니라 친환경 자체를 하나의 패션 크리에이티비티로 활용하고 있다.


2003년 그녀가 론칭한 ECOMACO는 생분해가 가능한 콘 시럽을 소재로 활용한 친환경 컬렉션이다. 또한 그녀는 오가닉 텍스타일과 장식, 분해 가능한 섬유 개발뿐 아니라 기계 세탁도 가능한 ‘실용성’을 중시하며 유기농 패션의 범위를 넓히고 있다. 즉 친환경 의류라면 불편도 감수해야 한다는 오만한 자세 대신 소비자의 입장에서 오가닉 소재의 가용성을 더욱 높이려는 진지한 자세를 설파하고 있는 것.


실제로 그녀는 아무리 ‘친환경’ 의식이 강한 소비자라도 입기 불편하고 멋지지도 않고, 세탁마저 불편한 옷을 입을 수는 없다면서 친환경 패션의 실용성을 높이고 다양화하는 것이 환경에 대한 의식을 갖고 있는 소비자를 위하는 길이라고 믿는다.


또한 아직 많은 소비자들이 친환경 의류라는 이유만으로 더 높은 가격을 부르는데 불만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가격적 부담을 감수할 만큼 제품의 품질과 디자인, 실용성을 높여야 하는 것이 친환경 패션을 주창하는 디자이너 및 브랜드들의 책임이라고 자인한다.


따라서 단순히 오가닉 제품, 혹은 친환경 의류가 지구의 환경을 지켜주는 의식 있는 행동이라고 지켜 세우며 소비자의 동참을 명령하기보다는 소비자에게 더 많은 선택권을 제공해주는 패셔너블한 친환경 의류를 지속적으로 생산하는 것이 패션계의 올바른 자세일 듯 하다.



예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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