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 금융시장이 악화일로를 치닫는 가운데 중가 어패럴 제국 리즈클레이본이 패션라벨 「에니스(Enyce)」를 매각했다. 1996년 론칭된 에니스는 데님을 기반으로 한 스포츠웨어 라벨로 니트/우븐 의류/아웃터웨어/그래픽 티셔츠를 주로 선보였으며 남성과 소년, 빅사이즈 여성을 타깃으로 한 라인을 갖고 있다.
2003년 에니스를 인수한 리즈클레이본은 리테일러와 업자들, 직원들과 완만한 관계를 유지하며 브랜드를 운영해왔으나 중가 어패럴 보다 좀더 하이엔드, 프리미엄 어패럴 시장으로 사업방향을 전환하면서 일부 브랜드들의 가지치기 작업을 진행해 왔다.
P. 디디(션콤)… 성공한 래퍼에서 패션 마이더스로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에니스를 인수한 사람이 바로 하이엔드 테일러드 감성과 힙합적 정서를 절묘하게 가미, 도회적이고 세련된 남성복 라인 ‘션존(Sean John)’을 전개하고 있는 션콤(Sean comb)이라는 사실이다.
과거 P. 디디로 알려진 힙합 래퍼이자 제니퍼로페즈의 전 애인이기도 하였던 션콤은 힙합 패션 브랜드 로카웨어(Rocawear)의 창시자 데이몬데쉬+제이즈, 팻팜(Phat Farm) 제국을 건설한 러셀시몬즈와 함께 셀러브리티 어패럴 론칭 붐을 일으킨 흑인들의 우상이자, 연예계와 패션계에서 성공한 마이더스의 손으로 유명하다.
화려한 파티 라이프와 마약과 무기에 얽힌 어두운 과거가 뒤섞인 미스테리한 배경으로 더욱 호기심을 자아내는 그는 힙합에 기반을 둔 어패럴로 美 스트릿웨어 업계에 지각변동을 일으킨 로카웨어, 팻팜과는 달리 ’테일러드 정신‘을 기반으로 한 남성용 어번웨어를 선보여 흑인은 물론 백인까지 고객으로 포섭하고, CFDA(美패션디자이너협회)가 선정하는 남성복 디자이너로 뽑힐 정도로 뛰어난 디자인 감성을 갖고 있다.
다시 말해 션콤은 인기를 좀 얻었다 싶으면 의례 어패럴 론칭을 시도하는 일부 셀러브리티들과 달리 디자인부터 생산, 마케팅까지 직접 참가하며 진지하게 패션에 접근하는 진정성을 갖고 있다.
이처럼 패션에 대한 진지한 자세와 디자인 창의성은 션존(Sean John)을 셀러브리티 라벨이 아닌 전문적 패션 브랜드로 미 남성복 패션계에 확고한 자리를 차지하게 만들었다.
테일러드를 바탕으로 한 유러피언 정서와 스트릿 감성에 기반을 둔 미국적 정서를 섞은 션존 라인은 미국 남성복 시장에 신선한 혁신을 가져온 것으로 평가 받고 있고, 프로페셔널한 패션 사업가 혹은 디자이너로서의 션콤의 이미지를 구축하는데 큰 기여를 했다.
이후 그는 션존을 좀더 테일러드한 스포츠웨어/의류 컬렉션으로 확대하고 하이엔드 데님 라인 블루를 론칭하여 25~34세 남성들을 공략하는 한편 2005년에는 여성복 라인을 론칭, 여성복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스웨트숍 오명에 대한 적극적 대처
앞서 말했듯 1998년 론칭된 션존 라인은 2000년 CFDA가 선정한 ‘올해의 남성복 디자이너 상’에 후보로 지명된데 이어 2004년 당당히 ‘올해의 남성 디자이너 상’을 수상함으로써 패션 제국을 꿈꾸는 션콤의 야망에 날개를 달아주었다.
하지만 2003년 션존의 생산을 담당하던 온두라스의 의류 하청업체가 온두라스 노동법을 위반한 ‘스웨트숍(노동자를 착취하는 공장)’이었다는 점이 밝혀지면서 언론의 비난에 직면했고 션존을 취급하던 메이시 백화점과 인터넷 업체들은 션존 제품을 선반에서 밀어내며 션콤의 성공가도에 위기가 닥쳤다.
이런 와중에 인조 모피를 사용했다고 밝혔던 후드 제품이 실제 라쿤독(raccoon dog) 털로 밝혀지면서 동물 보호단체들의 비난이 몰리면서 션콤은 순식간에 노동력 착취와 동물보호의 공적으로 몰리는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
하지만 그는 즉시 한점 의혹 없는 조사를 받겠다고 밝히며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는 태도를 보였고, 2004년에는 생산공장에 에어콘과 정수시설까지 갖춰주는 등 스웨트숍 오명을 벗기 위한 적극적인 행동을 취했다. 최악의 상황을 적극적으로 현명하게 대처한 것.
‘잭포센’ 인수… 하이엔드 여성복 시장에도 눈독
스웨트숍 논란을 슬기롭게 극복한 션콤은 2004년 미 패션가에서 가장 주목받는 여성복 디자이너 중의 한 사람인 잭포센(Zac Posen)과 합자 벤처를 구성하고 하이엔드 여성복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할리우드 젊은 셀러브리티들을 팬으로 확보하고 있는 잭포센은 2001년 론칭된 이후 전 세계 60여 곳에 유통망을 구축하며 가장 유망한 미국 디자이너 중의 하나로 자리매김했지만 션콤과 제휴하기 전인 2003년에는 매출이 100만 달러에 불과, 재정적 압박을 받고 있던 상태였다.
하지만 션콤이 ‘잭포센’과
예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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