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미주의 혹은 가학성? 그 아이러니 뭔가 이슈를 만들기 위한 것인지, 디자이너들이 극단적인 슈즈 애호증에 전염된 탓인지 지난 몇 시즌 동안 패션가는 미친 듯한 높이, 미친 듯한 디자인의 슈즈를 약속이라도 한 듯 선보이고 있다. 과거 핸드백이 컬렉션 분위기 메이커로 활약했다면 지금은 아예 실험적 높이의 슈즈가 그 자리를 대체한 모습. 일각에서는 디자이너들의 슈즈 사랑이 실험적이다 못해 가학적인 양상을 띠고 있다면서 15cm는 기본, 심지어 20~30cm 이상의 높이의 플랫폼 슈즈나 힐을 신고 걸어야 하는 모델의 안전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빅터&롤프 런웨이 무대에서는 마치 형틀을 연상시키는 엄청난 높이의 목재 나막신이 등장, 가뜩이나 어깨선에 철심 봉을 넣은 의상을 입고 고문당하듯 걸어야 했던 모델들은 넘어져 다리가 부러지지나 않을까 새파랗게 질린 채 워킹을 해야 했다.
안 그래도 늘 다이어트로 비쩍 마른 모델들이 공중에 붕 뜬 듯한 엄청난 높이의 슈즈를 신고 걷는 모습은 불안하다 못해 안쓰러운 느낌을 자아낸다. 하지만 정작 런웨이에서 넘어지고 발이 삔 모델들은 다리의 아픔보다는 디자이너의 컬렉션을 망쳤다는 죄의식에 아픈 티도 내지 못하니 가학적 높이의 슈즈는 모델에 대한 디자이너의 지배력을 보여주는 하나의 요소인 듯 하다.
이처럼 사건이 이슈화되자 디자이너 무찌시아프라다는 플랫폼 샌달 안에 신은 양말 때문에 모델이 넘어진 것이지 플랫폼 샌들이 원인이 아니라며 극단적 높이의 플랫폼 슈즈에 대한 비평을 희석하고 있는데 극단적 높이의 슈즈에 대한 우려 바람을 몰고 온 프라다 샌들이 내년 굽만 조금 낮춘 스타일로 변경되어 일반 소비자들에게 판매되고, 리테일러들이 꼽은 내년 히트 아이템으로 주목 받고 있다니 참으로 아이러니 하다.
실제로 샌들에 양말을 곁들이는 프라다식 샌들 구성은 할리우드 스타나 패셔니스타들이 일찌감치 따라 하고 있는 스타일. 그렇다면 도무지 여성의 발, 나아가 여성의 안전에 대한 배려라고는 없는 높은 플랫폼이 여성들에게 통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플랫폼의 파워, 그 미학 플랫폼 슈즈가 주는 가장 큰 매력은 높이가 주는 파워다. 하이힐이 발꿈치 부분만을 들어올려 주는 반면 바닥 전체에 높이를 더한 플랫폼은 순식간에 높이를 더하며 착용자에게 당당한 자신감을 더한다. 즉 플랫폼 슈즈는 착용자에게 ‘힘과 위엄’을 제공, 고딕적인 품격과 카리스마를 덧칠하는 효과적인 장치인 셈이다. 한마디로 말해 권력에 대한 여성의 은밀한 욕망을 상징하는 것.
그런 만큼 플랫폼이 더하는 ‘높이’에 의지해 당당함을 맛본 여성이라면 좀더 멋진 플랫폼 슈즈를 찾는 끝없는 여정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미국에서 가장 플랫폼 슈즈를 즐겨 신는 집단은 심리적 혼동기를 겪는 17~25세 사이의 십대와 대학생들과 고딕적 위엄에 심취한 고스(Goth)족들이다. 플랫폼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매장 ‘마티니’에서 30cm에 달하는 높이의 플랫폼 슈즈를 찾는 것은 힘든 일도 아니다. 따라서 극단적 높이의 플랫폼 샌들 때문에 모델을 넘어지게 만들었다는 평에 대해 무찌시아프라다가 억울해하는 것도 나름대로 일리는 있는 듯.
아무튼 높이에 대한 여성들의 욕구는 스포츠 업계도 예외는 아니어서 아디다스는 일찌감치 플랫폼 스니커즈를 내놓고 꾸준한 매출을 올리고 있다. 도나카란처럼 ‘활동성’을 중시하는 디자이너들도 종종 컬렉션에 플래폼 스니커즈를 포함시켜, 플랫폼 슈즈 애호가들의 입맛을 맞추고 있다.
플랫폼 슈즈가 갖는 또 다른 매력은 다양한 패션 스타일과 접목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섹스 앤 더 시티’의 여주인공 캐리는 숏 팬츠나 드레스, 심지어 배기한 트레이닝 팬츠에까지 일편단심 스틸레토 힐을 신고 등장했지만 여성미와 파워, 쉬크함이 뒤섞인 개성을 추구하는 여성들은 플랫폼 슈즈와 매스큘린한 수트는 물론 섹시한 진과 페미닌한 의상을 뒤섞는데 전혀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다.
실제로 밀라노 패션 주간에 오른 구찌는 심플한 트라우저 수트
예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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