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라다와 주식 시장의 악연이 쉽게 풀리지 않는 듯하다. 올해 말 주식 상장(IPO)을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던 프라다가 급속한 글로벌 증시 침체로 인해 상장 계획을 미뤘다는 소문이 돌고 있는 것.
지난 1999년 질샌더, 헬무트랑, 펜디 등을 인수하며 럭셔리 제국을 꿈꿨던 프라다는 럭셔리 시장의 소중한 매출처였던 일본이 극심한 불경기를 맞고 아시아 시장이 위축되면서 매출 부진에 빠졌고 브랜드 인수전에 투자된 돈이 부채로 남아 유동자본 확대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를 위해 질샌더, 헬무트랑을 매각 시장에 내놓고 주식 상장을 통해 현금을 확보할 계획을 세웠지만 미-이라크 전쟁의 원인이 된 9.11 사태가 터지면서 주식 상장 계획을 미룰 수밖에 없었다.
이후 2002년 다시 프라다의 주식상장 계획이 패션계에 흘러나왔지만 영국의 럭셔리 브랜드 버버리가 IPO를 단행하면서 증시의 핫 이슈로 떠오르자 프라다는 김빠진 상장 계획을 다시 연기했다.
이후 글로벌 증시가 유례없는 활황을 이뤘던 지난해 또다시 프라다의 IPO 계획이 흘러나왔지만 뜬소문으로 끝난 후 올 연말쯤 ‘진짜’ 주식 상장을 한다는 소문이 신빙성 있게 돌고 있었다.
그런데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로 촉발된 증시 침체가 메릴린치, 리먼 브라더즈 등 유수의 인베스트먼 뱅크를 도산 혹은 합병시킬 정도로 심각해지고 전 세계 금융계가 혼란기에 접어들며 최악의 투자 상황에 빠지면서 프라다의 IPO 계획은 어쩔 수 없이 연기되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프라다가 주식 상장 계획만 밝히면 글로벌 증시 상황이 악화된다는 씁쓸한 표현을 할 정도.
문제는 유동자본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프라다의 상황을 해소할 방안으로 주식 상장 이외의 대안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글로벌 금융 시장이 암흑기에 접어들면서 ‘있는 소비자들’도 럭셔리 구매를 자제하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는 지금 프라다는 치열한 럭셔리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탄탄한 자본을 확보하고 있어야 하는데 프라다 라벨의 매출은 여전히 살아있지만 경쟁 브랜드들에 비해 수익은 여전히 뒤쳐지고 있다.
수익 대비 프라다의 현금비율은 19% 정도로 돌체&가바나에 비해 9%나 떨어지고, 루이비통과 구찌가 신흥 자본가들의 신천지 인도 시장에 매장을 연이어 오픈하며 적극적인 시장 공략에 나선 반면 프라다는 이제 겨우 발을 디디는 모습이다. 또한 구찌와 루이비통, 아르마니가 일찌감치 중국 시장을 다져놓은 것과 달리 프라다는 중국 시장에도 가장 늦게 진출했고 그 결과 현지에서의 인지도도 구찌와 루이비통에 밀리는 상황.
그런 만큼 프라다는 글로벌 유통망 시장 확충과 신규 시장 프로모션을 위해서도, 동시에 부채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주식 상장이 절실한 시점일 수밖에 없다. 현재 프라다의 지분 95%는 프라다 일가와 CEO 베르톨리가 갖고 있으며 나머지 5%만 이탈리아 은행 ‘인테사상파올로(Intesa Sanpaolo)’의 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