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울트라 럭셔리’ 고객을 타깃으로 남성 콜렉션을 론칭하며 화려하게 패션계에 복귀한 톰포드. 그의 선글라스 광고가 지난 봄 ‘이탈리아 광고 기구(IAA:Italian Advertising Institute)’에 의해 광고 금지를 당하며 구찌 시절부터 계속 되어온 섹슈얼한 크리에이티비티가 다시 논란의 도마에 올랐다.
남성이 생각하는 이상적(?) 여성상인 귀부인과 거리의 여성을 교묘히 뒤섞은 디자인 크리에이티비티를 무기로 럭셔리 업계에 도발적 관능미를 설파했던 그는 구찌의 광고 캠페인을 지휘하며 늘 여성을 성적 대상-나아가 성적 착취의 이미지-으로 표현하는 광고를 진행, 논란의 중심에 서 있었다. 여성의 가장 은밀한 부분인 체모를, 구찌를 상징하는 ‘G’자로 트리밍하고 클로즈업해 미국광고협회와 학부모협회의 격렬한 항의에 몰렸던 것처럼, 그의 광고는 시종일관 여성을 오직 성적(sexual)인 도구로 탐닉하고 소비해왔다.
性적 코드에 대한 편집증적인 집착
지난 4월 이탈리아 IAA가 광고 금지 결정을 내린 톰포드 아이웨어 광고는 아예 노골적인 스토리로 상상을 자극한다는데 문제가 있었다. 광고 금지가 된 화보는 짙은 컬러의 빅 선글라스를 쓴 여성의 붉은 립스틱 사이로 남성의 손가락을 물고 있는 장면이었는데, 시리즈로 구성된 다른 광고 화보-여성의 손이 남성의 중심부를 잡고 있다거나 옷을 걸치지 않은 여성이 다림질을 하고 남자는 담배를 피며 샴페인을 마시는 장면-와 어울려 노골적인 성행위를 연상시킨다. 굳이 IAA의 설명을 듣지 않아도 붉은 입술과 짙은 선글라스, 묘한 여성의 표정은 적나라하게 상황을 드러내고 있는데 일부러 컬러 대비를 강조, 천박함(!)을 노골화시킨 이 광고는 패션 화보라고 하기보단 사춘기 소년들이 몰래 다운받을 법한 야동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사실 일각에서는 손가락을 물고 있는 야한 표정을 짓고 있는 광고만 금지시킨 IAA의 처사가 공평치 못하다며 톰포드 아이웨어 광고 전부가 금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반면 패션 화보를 즐기는(!) 남성들은 빅토리아베컴이 마크제이콥스 광고에서 손가락을 물고 있는 장면과 뭐가 다르냐고 항변하기도 했다고. 하지만 늘 여성을 말초적 성적 대상 혹은 도구로 표현하는 톰포드의 포르노그라피적 광고 상상력은 그냥 웃고 넘기기엔 씁쓸한 점이 많다.
문제는 성적 상상에 집착하는 패션 광고의 성향이 이젠 거의 편집증 수준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지난해 패션계를 달구었던 돌체&가바나의 광고는 강제로 바닥에 눕혀진 한 여성과 그들 둘러싼 노동자 분위기의 남성들을 묘사, 여성에 대한 집단 성폭행 장면을 미화시켰다는 논란을 일으키며 이탈리아에서 광고가 금지 당했다.
이 광고는 칼로 살해당한 듯한 남성과 그 옆에서 성폭행에 노출된 여성을 표현한 또 다른 광고로 영국에서 광고 금지 위기에 몰리고 스페인 여성 단체의 분노를 샀던 돌체&가바나가 더 이상 단순히 단순한 성적 코드에 만족하지 않고 극단적 성적 코드-폭력적인 섹스를 미화시키는 상태까지 이르렀음을 알 수 있다.
여성에 대한 학대와 폭력까지 ‘창의적인 상상력, 예술적 자유’로 용납하는 듯한 이 같은 태도는 패션계의 ‘섹스 코드’ 집착이 거의 광적인 수준으로 이르렀다는 비평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돌체&가바나는 늘 성적 이미지를 광고 마케팅의 신주단지로 모셔왔고 이제 그 상상력이 바닥을 치자 가학적 포르노 그라피 쪽으로 논란 마케팅을 펼치는 분위기. 실제로 돌체&가바나는 최근 여성의 성적 학대뿐 아니라 ‘아름답고 약한 남성에 대한 성적 학대’를 연상시키는 광고 화보로 논란 마케팅에 완전 심취한 모습이다. 남성잡지 GQ에 4 페이지 분량으로 실린 광고를 보면 수트를 입은 남성들이 알몸으로 거실에 누워있는 연약한 남성을 내려다보고 있고 한 남성이 바지 지퍼를 내리는 장면이 담겨있다.
도대체 여기서 우리는 어떤 ‘예술적 창의성’을 읽어낼 수 있는가? 너무나 노골적인 가학적 성적 상황 속 어디에서 패션계가 주장하는 예술적 창의성이 숨겨져 있는 것일까?
일반 대중들을 상대로 한 광고 캠페인이 일반인의 시각에서 가학적이고 불쾌하게 느껴진다면 그 광고의 호용성은 정작 무엇인지 브랜드 이미지를 중시한다는 패션계는 한번쯤 생각해봐야 한다. 비뚤어진 성적 상상력에 집착하는 광고는 결코 새롭지도 유쾌하지도, 창의적이지도 않다는 점을 패션계만 모르
예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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