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깽이 모델은 영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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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25 오후 7:11:10


‘말라깽이 모델’에 대한 사회적 비난이 거세지면서 한 때 런웨이에 오르지 못할까 고민했던 말라깽이 모델들, 그리고 너무 어린 나이 때문에 패션계를 떠나야 할 위기에 몰렸던 모델들이 이제 두 다리 뻗고 잠을 자도 좋을 듯 하다.
모델의 건강 테스트를 실시, 통과하는 사람만 무대에 오르게 하겠다던 런던 패션주간에서 해당 계획을 전격 취소한 것이다. 딱히 놀랄 일도 아니다. ‘말라깽이 모델 퇴출’ 논란이 본격화되었을 때부터 이미 패션 전문가들은 말라깽이 모델이 런웨이에서 퇴출되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단언해왔고, 패션계와 사회학자 심지어 정치가까지 가세했던 ‘체중 논란’은 이미 방향을 잃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패션계는 다시 그들의 기준에 딱 들어맞는 절대적인 아름다움의 사이즈인 사이즈 혹은 그 미만의 모델에게 자신의 창조물을 입히며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절대자 특유의 거침없는 권력을 마음껏 누리는 모습.
이로써 2006년 브라질 모델이 거식증으로 사망하고, 지난해 우루과이 출신의 모델 자매가 연이어 사망하면서 시작된 말라깽이 모델 퇴출 논란은 여성에 대한 왜곡된 신체상을 고치겠다는 거창한 계획과는 달리 ‘없었던 일’이 되어가고 있다.



변죽만 요란했던 패션계
사실 말라깽이 모델 논란은 나름의 근거를 갖고 있다. 지금의 패션계는 제대로 발육하지 못한 남성도, 여성도 아닌 듯한 중성적 체형의 어린 모델들을 선호하는 편향적 모습을 보이고 있고, 가뜩이나 말랐던 모델들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더욱 말라야 한다는 강박증에 시달리고 있다. 여기에 그 어느 때보다 패션에 민감한 여성들, 심지어 10대 소녀들까지 이 비현실적은 모델의 깡마른 체형을 보면서 자신의 체형에 대해 왜곡된 견해를 갖고 극심한 다이어트로 몸을 혹사하는 일까지 만연하고 있는 것이다.
깡마른 모델 퇴출론이 나왔을 때 반겼던 사람들 중의 하나가 일반 여성이었다는 점도 이해가 갈 듯한 대목이다.
하지만 여기서 주목할 것은 일반 여성들이 아니다. 모델들의 깡마른 체형에 자극 받은 여성들이 다이어트에 매달리면서 사회 전체적으로 마른 것이 아름답다는 시각이 확대되었고, 깡마른 체중 논란의 피라미드 꼭대기에 놓인 모델들은 더욱 더 말라야 한다는 압박을 받게 된 것이다.
다시 말해 말라깽이가 아름답다는 사회적 인식의 가장 큰 피해자이자 동시에 가해자인 모델들은 생존과 체중이 직결되는 잔인한 현장인 패션계에 고스란히 노출될 수밖에 없었고 거식증은 일종의 직업병처럼 묵인되는 상황이었다. 아름다움을 추구한다는 패션계가 실은 굶주림과 편견을 바탕으로 한 잔인한 사회였던 셈이다.
그러다 연이은 모델의 사망이 이슈화 되면서 2006년 스페인 ‘파사렐라 시벨레스’ 패션 박람회를 지원하던 마드리드 정부가 BMI 체질량 지수 18에 미달되는 모델은 런웨이에 오르지 못하도록 하는 과감한 결정을 내리면서 폐쇄적이었던 패션계는 사회적 압력에 고스란히 노출되었다.
그 결과 밀라노 패션주간 조직위원회에서는 ‘인종적 특성을 반영한 체질량 지수 기준’을 내세우며, 너무 깡마른 모델을 런웨이에 오르지 못하게 하려고 시도했고 체중 논란은 다시 10대 초반의 어린 모델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으로 이어지면서 패션계는 말라깽이 모델 퇴출과 함께 말라깽이 모델 트렌드를 주도하는 16세 미만 모델들까지 런웨이에서 몰아내는 시도를 하게 되었다. 적어도 16세 이상 된 모델을 무대에 세워 비정상적인 마른 체형 논란을 잠재우려는 노력을 보인 것.
이 같은 움직임에 국제적 호응이 몰려들자 스페인은 아예, 다이어트 강박증을 촉발시키는 ‘깡마른 마네킹’까지 쇼윈도우에서 퇴출시켰다.
미국의 CFDA 또한 유럽의 패션계 인사 및 사회/영양학자들과 토론을 벌여 여성들의 신체상을 왜곡하는 ‘말라깽이 모델’ 퇴출을 시사하는 발언을 하는 등 패션계는 자신들이 이뤄놓은 아름다움에 대한 기준-비현실적으로 마른 체형-에 깊은 반성을 하는 듯한 몸짓을 보였다.
하지만 파리와 런던의 패션계는 번져가는 말라깽이 모델 퇴출 논란에 대해 ‘아름다움 수치(BMI)’로 제한하려는 비상식적인 행동이라 말하면 모델 선택권은 순순히 디자이너의 몫이라고 주장했고, 당사자인 모델들도 BMI 지수 측정은 일종의 인권 및 생존권 침해라고 반격에 나섰다.
디자이너 크리스챤라크로와는 아예 “예술을 모르는 사람들이 벌이는 일대 촌극”이라며 사회적 변혁으로 변해가는 말라깽이 논란에 불쾌감을 표시했다.

예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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