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한 상류층 스포츠의 대명사 테니스, 그리고 시대가 바뀌어도 화이트 복장 코드를 고집하는 124년 전통의 윔블던 2008년도 대회가 개막된 후 패션계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테니스 팬들은 저마다 나달, 페데러, 샤라포바, 앤디로딕 등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가 우승 고지에 도달할 지가 궁금하겠지만, 대다수 갤러리들은 군살 없이 탄탄한 체격의 선남선녀들이 어떤 ‘패션적 도발’로 코트를 빛내줄 지에 더 관심을 갖는 것이 사실이다. 솔직히 말해서 US 오픈, 프랑스 오픈, 호주 오픈, 윔블던 대회를 통틀어 단 한 번도 우승을 하지 못한 안나쿠르니코바와 지난해 윔블던 여자 단식 우승자, 아멜리모레스모 중 어떤 이름이 당신에게 친숙하게 느껴지는가?
때론 경망스러울 정도로 경기보다는 늘씬하고 매력적인 선수들의 패션에 스포트라이트가 맞춰지는 테니스, 올해는 어떤 패션이 코트를 지배하고 코트를 놀라게 하였는지 천천히 즐겨보자.
카디건부터 트렌치 코트까지
지난해부터 남녀 단식 우승선수들에게 동일한 상금을 주기로 결정하며, 상금의 ‘남녀차별’을 깨뜨린 덕분인지 2008 윔블던 대회의 패션 풍경은 클래식한 전통을 강조하되 은근한 모더니즘을 가미하는 얌전한 분위기가 대세다.
따라서 지난 몇 년간 U.S 오픈 무대를 패션의 실험장으로 만들었던 윌리엄스 자매의 블랙 가죽 수트나 공주풍 핑크색 미니드레스, 가죽 부츠 등은 태생적으로 등장하기 힘들었고 과도한 노출을 조장한 여성 선수도 눈에 띄지 않았다. 그 대신 턱시도를 연상시키는 반바지 수트나 트렌치 코트, 혹은 프레피풍 카디건 등 정장의 형태를 띤 은근한 파격이 보는 이의 눈을 즐겁게 했다.
먼저 나이키와 10년 계약 연장에 성공, 연간 123억 달러를 지원받는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는 크림 컬러에 골드로 액센트를 준 스웨터를 입고 등장, 점잖은 프레피풍 혹은 ‘아버님’ 분위기를 연출했는데 230벌 한정본으로 생산된 이 카디건은 여자 선수들에게 비교적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반면 뛰어난 용모와 실력을 자랑하는 테니스스타 앤디로딕은 페더러가 입은 카디건을 ‘Mr. Rogers Sweater(아동 프로그램 진행자 로저스의 이름을 슬쩍 빗대 ‘노티난다’라는 해석이 숨어 있다)’라고 지칭하며 손사래를 쳤다는 후문이다. 아무튼 그간 노출을 무기로 다양한 패션을 선보여 온 여성들과 달리 노출과 의상 스타일에 더 많은 제약을 받아온 남자 선수들에게 카디건은 몸은 가리고, 품격은 올려주는 꽤 괜찮은 아이템이었다는 평이다.
또한 도발적 옷차림을 즐겨 테니스 코트의 패션화 내지 클럽화를 조장했던 세레나 윌리엄스는 마치 60년대 스파이 영화에서 본 듯한 화이트 미니트렌츠 코트를 입고 등장, 화제에 올랐다. 짙은 피부를 돋보이게 하는 화이트 트렌치코트+화이트 밴드+화이트 귀걸이에 마치 핸드백인양 라켓을 매칭한 그녀의 모습은 테니스 코트가 아니라 ‘패션쇼’ 무대에 올라도 될 만큼 도전적이었다는 평. 실제로 그녀는 자신의 패션라벨 ‘Aneres’(세레나위 철자를 거꾸로 쓴 것)을 론칭, 패션 사업을 시작하며 언니 비너스가 론칭한 ‘일레븐(EleVen)’과 은밀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하얀 테니스 원피스 위에 하얀 트렌치 코트를 걸친 세레나의 모습이 마치 외유 나가는 간호사를 연상시킨다는 평가도 있어 그녀의 패션은 여전히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같은 비평에 대해 세레나윌리엄스는 트렌치코트가 코트에서 불편한 옷인 것이 사실이지만 뭔가 ‘레이디라이크(ladylike)'한 의상을 통해 클래식한 멋을 표현하고 싶었다는 ‘디자이너’ 다운 소감을 밝혔다.
한편 자매간의 패션 대결은 트렌치 코트로 주목받은 세레나윌리엄스가 승리했지만 2008 윔블던 여성 단식 우승자는 비너스윌리엄스가 차지, 자매간의 대결은 무승부로 끝났다.
민망해진 샤라포바
한편 안나쿠르니코바 이후 최대의 패셔니스타 마리아 샤라포바의 중성적인 턱시도 스타일은 이번 윔블던 대회에서 가장 큰 핫 이슈가 된 옷차림이다. 그간 몸매를 노출시키는 여성스런 스타일을 즐겨했던 그녀는 이미지 혁신을 꾀하듯 테일러드 숏팬츠+ 앞/옆이 비치는 홀터넥 플리티드 베스트+장식 벨트가 달린 화이트 크롭드 자켓(모두 나이키 제공)을 입어 상류층 자제가 여행이라도 가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특히 백화점 쇼핑갈 때 입어도 될 듯한 화이트 크롭드 재킷은 테일러드 숏팬츠 외에도 날씨가 선선할 때 코디가 가능한 와이드렉 팬츠가 함께 구비되었다니 올 윔블던 대회의 패션은 그야말로 ‘가리기’가 대세인 듯하다. 이밖에 그녀는 5000 달러 상당의 티파니 다이아몬드+플래니텀 귀걸이를 착용해 몸값 높은 광고 모델답게 코트의 패션화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었다. 실제로 폭넓은 허리밴드, 핀스트라이프 질감과 골드 스티치가 돋보이는 버튼
예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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