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 파워는 어디까지일까? 요즘 패션계의 움직임을 보면 어패럴 디자인은 그저 하나의 징검다리일 뿐, 진정한 패션의 목적은 라이프 스타일 전반을 지휘하는 정복자인 듯 하다. 작게는 화장품과 액세서리부터, 홈퍼니싱/테이블 웨어 크게는 호텔과 리조트/까페 사업까지 디자이너들의 파워는 그야말로 전지전능한 ‘크리에이터(Creator)' 수준이다. 성공한 디자이너라면 자신의 이름을 딴, 혹은 최소한 자신이 인테리어를 담당한 호텔 정도는 있어야 디자이너가 어깨 펴는 시대가 온 것이다. 그리고 전 세계 젯셋(Jet-set)족들의 마음을 들뜨게 하는 휴가 시즌이 다가오면서 항공사들 또한 디자이너들과 제휴를 통한 ’날아다니는 패션 현장‘을 연출하며 하늘을 치솟는 유가 인상에, 덩달아 올라대는 비행기 티겟 논쟁에서 슬며시 비켜나는 모습이다.
라크르와부터 케이트스페이드까지
가만있어도 남성들의 로망으로 자리한 여승무원을 더욱 패셔너블하게 만들어주는 일명 ‘디자이너 유니폼’은 감각적인 호텔 인테리어로도 유명한 크리스챤라크르와가 제작한 에어프랑스(Air France) 유니폼이 대표적이다. 3년 전 파리에서 전 세계 기자단을 모아놓고 패션쇼 하듯 유니폼 컬렉션을 펼친 에어프랑스는 갈수록 치열해지는 유럽의 항공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고자, 3만 6000 여명의 직원을 위한 유니폼 제작에 착수했는데 라크르와가 디자인한 유니폼 제작에만 2000만 달러 이상이 투자되었다. 여기에 1여년의 기간을 거쳐 300명의 기자단과 사진작가를 모아놓고 오뜨꾸튀르쇼에 버금가는 ‘유니폼 런웨이’를 펼쳤으니 그야말로 패션의 도시 다운 발상이다. 사실 일반 오뜨꾸뜨르 쇼도 아닌데 기자단이 모인 자체가 거의 유례없는 일이어서 라크르와가 디자인한 ‘유니폼’이라는 명제가 꽤나 큰 홍보 효과를 발휘했다.
사실 디자이너에게 유니폼을 의뢰한 항공사가 에어프랑스만은 아니다. 심플하며 모던한 핸드백 유명한 디자이너 케이트스페이드는 2004년 이미 ‘델타(Delta)’ 국내선 ‘송(Song)’ 라인 승무원을 위해 산뜻한 프레피(preppy)풍 유니폼을 디자인했고, 감각적인 디자이너 쥴리앙맥도널드는 ‘브리티시에어웨어스(British Airways)’의 유니폼을 제작했다. 물론 한국의 대표적 항공사인 대한항공(KAL)은 지앙프랑코페레에게 의뢰해 팬츠가 포함된 산뜻한 유니폼을 제작했고, 호주 항공사 콴타스(Quantas)는 호주 디자이너 피터모리세이에게 의뢰, 갈색프린트+타이+드레스가 독특한 유니폼을 제작한 바 있다. 여기서 눈에 띄는 점은 항공사의 유니폼이 우연찮게 민족적 자부심을 드러내듯, 자국의 유명 디자이너가 유니폼 제작을 진행했다는 점인데 국제 패션계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이는 젊은 디자이너들이 즐비함에도 여전히 ‘해외 디자이너’ 의존성을 보인 한국 항공사의 모습은 일말의 아쉬움을 남겨준다.
감각적인 유니폼, 리차드 타일러
하지만 디자이너 유니폼의 상업성을 대놓고 광고한 인물은 바로 리차드타일러다. 델타 항공사 유니폼 제작을 의뢰 받고 3년 계약에 성공한 그는 2005 뉴욕패션주간에 델타 항공사를 의식한 듯한 아이템으로 컬렉션 절반을 꾸몄는데 정형적인 기존의 유니폼 공식을 벗어나 붉은 타페타랩 드레스풍 유니폼을 제작, 델타 항공 승무원들은 물론 패션 에디터들에게도 찬사를 이끌어 냈다. 델타 항공사에 패션계의 시선이 몰린 것은 당연지사.
이처럼 항공사들이 앞 다퉈 디자이너 유니폼 작업에 뛰어드는 것은 승무원을 마케팅 도구로 사용, 일종의 브랜딩(branding) 효과를 얻기 위한 것이다. 항공사의 얼굴, 혹은 이미지로 작용하는 승무원들을 ‘패셔너블하고 돋보이게 만들어’ 다른 항공사와 차별되는 이미지를 구축, 항공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승부수가 작용한 것이다. 사실 항공사의 브랜딩 작업은 이미 1960년대 '내쇼널에얼라인(National Airlines)'의 광고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승무원들을 일종의 섹시한 액세서리처럼 등장시킨 “Fly me” 광고 캠페인을 펼친 내쇼널에어라인의 브랜딩 작업은 승무원에 대한 일종의 환상을 심어주는데 기여하면서 지금까지도 ‘승무원=매력적인 대상’‘이라는 고정관념을 심어 놓았다. 실제로 마케터들은 ‘항공사 승무원=매력적인 대상’이라는 인식이 살아있어 승무원을 내세운 마케팅 효과는 여전히 통한다고 분석한다. 즉 자사 항공사에 대한 매력과 호기심을 높이고, 매출을 증가시키기 위해 승무원 마케팅을 최대화시킬
예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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