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섹슈얼(metrosexual) 붐이 남성의 패션 반경을 넓혀준 후 남성들의 스타일 욕구는 여성들의 욕구만큼이나 당연시 되어버렸다. ‘멋 내는 남성’이 실없는 사람이 아닌 ‘감각적인 남성’, 심지어 ‘성공적인 남자의 필수요건’처럼 인식되기 시작한 것은 남성 패션의 활동범위를 한층 업그레이드 시키는 일종의 ‘혁명’과 다름없는 사건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남성들은 스타일에 대한 관심이 ‘불편한 그 어떤 것’으로 여기거나, 수학 문제를 풀 듯 특정 공식에 집착하는 성향을 버리지 못하고 있으니, 패션과 남성의 거리는 지구와 달만큼이나 넘나들기 힘든 거리가 있는 듯 하다. 이처럼 패션이 남성들에게 ‘다루기 힘든 어떤 굴레’이며 ‘패션을 추구’한다는 것은 특정 공식에 맞춰 옷을 입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게 한 것은 곧 ‘남성성’에 대한 사회적·개인적 편견의 틀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진정으로 용기 있는 남자라면 이제 보편적인 ‘남성성’의 틀을 깨고 진정한 혁명, 즉 컬러와 패턴의 믹스 앤 매치를 시도해 볼 시점에 이르렀다.
보편적인 스타일 공식(컬러나 패턴에 대한 강박관념)을 벗어난 옷차림에 대해서 거부감을 느끼거나 두려워하는 연약한 마인드를 떨칠 때가 된 것이다.
집단 심리의 폐해
여성들과 달리 사회 모든 부문에서 ‘도전과 혁명’을 주도하고 즐겨온 남성들이 왜 패션에서만은 소심하고 심지어 비굴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일까?
일부에서는 이 같은 ‘소심함’의 원인을 남성 특유의 집단심리가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어린시절부터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이 허용되고, ‘옷차림’에 대해 서로 논의하고 실험할 수 있었던 여성들과 달리 남성들은 또래 집단과의 ‘신체적 공동 활동’에 집중하며 패션은 여자들의 소꿉놀이처럼 간주하는 환경 속에 자랐다는 것이다.
그 결과 자연스레 패션은 ‘남성의 영역’이 아니고 ‘대충 맞춰 입는 것이 미덕’ 이라는 사고를 갖게 되었고 스타일에 관심 있는 도전적인(!) 남자는 ‘계집애 같은 애’ 심지어 ‘게이’라는 의심을 받으며 또래집단에서 따돌림을 당하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남성들은 또래집단에서 따돌림을 당할 것을 각오하지 않고서는 스타일에 대한 욕심을 내기가 힘들었을 것이라는 결론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집단에 의존했던 어린 시절을 벗어나 충분히 패션을 즐길만한 경제적·사회적 여유가 생겼을 때에도 남성들은 보편적인 시각에서 가장 ‘안전한 옷차림’을 선호하게 되었고, 기껏 패션에 대한 감각을 표출할 때조차도 객관적으로 이미 ‘안전하다고 인정된’ 스타일 공식에 맞출 수밖에 없게 되었다는 설명이다.
믹스 & 매치 매력에 빠지다
이제 남성들이 과감한 컬러나 패턴의 믹스 & 매치의 즐거움을 깨닫기 시작하며 남성 패션이 흥미로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재미있는 점은 남성의 패션 실험을 제약했던 ‘집단 의식’이 오히려 ‘패션에 대한’ 도전을 허용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즉 패턴과 컬러에 대한 강박관념을 깨뜨리는데 있어 남성들이 활동하는 ‘단체’ 혹은 ‘집단 의식’이 긍정적 요소로 작용한 것으로 원색 컬러 티셔츠나 플레이드 팬츠를 제멋대로 믹스 & 매치해 입는 스케티트보더들의 옷차림이나 힙합 댄서들의 옷차림, 혹은 폭 좁은 트라우즈와 좁은 타이, 그리고 화이트 셔츠로 슬림함을 강조하는 모던한 영국적 모드 스타일, 그래픽 프린트와 컬러풀한 스트라이프를 두려워하지 않는 이탈리아풍 댄디 스타일 등 패션을 즐기는 남성들이 선택할 수 있는 스타일 표본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대담한 컬러와 패턴을 즐겨 차용하지만 남성적 패션의 틀을 깨뜨리지 않는 폴스미스(Paul Smith)가 스타일을 즐기는 남성들에게 머스트 해브 브랜드가 된 것도, 패션에 대해 가장 도전적이고 과감한 일본 남성들이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가 ‘폴스미스’로 꼽힌 것도 같은 이유다.
다시 말해서 패턴과 컬러의 믹스 앤 매치, 혹은 정형적인 남성 테일러드의 공식을 비틀은 스타일이 ‘집단적’으로 허용되면서 남성들은 집단에서 소외감을 느끼지 않고도 스타일을 즐길 수 있는 선택권을 부여받게 되었고, 패턴과 컬러에 대한 강박관념은 ‘패턴과 컬러에 대한 실험 정신으로 대체되고 있다.
프레드애스테어·폴 스미스 스타일
흥미로운 점은 1
예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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