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여자에게 남자의 향기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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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22 오전 11:33:34

패션계가 매니쉬(mannish) 매력에 흠뻑 빠져있다. 지난해 가을 뉴욕 패션주간에 선보인 랄프로렌 2008 봄 컬렉션이 남성적인 셔츠와 베스트, 넥타이, 트라우저, 웨이스트코트, 중절모 등 남성복 런웨이에 오를만한 아이템으로 채워진 것에서 볼 수 있듯, 올 시즌 디자이너들은 여성에게 남성의 향기를, 아니 남성의 향기를 여성적으로 재해석하는데 열중하는 모습이다. 1977년 영화 ‘애니홀(Annie Hall)’에서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여주인공 다이앤키튼이 헐렁한 남성용 셔츠와 타이, 블레이저와 베스트 배기 팬츠, 중절모를 캐주얼하게 걸치고 등장하며 힘을 얻었던 매니쉬 스타일은 활동적이고 당당한 여성미를 표현하려는 여성들에게 호응을 얻었지만 노출과 스키니 트렌드에 밀려 한동안 잊혀져 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30년이 지난 지금, 영화 속 다이앤키튼의 매니쉬한 스타일을 만들어냈던 랄프로렌이 다시금 매니쉬한 감성을 들추고 나오면서 여성들은 또한번 마음과 몸의 여유를 되찾아주는 매니쉬룩의 쉬크한 매력에 흠뻑 빠질 기회를 맞았다. 지배하는 자의 욕망, 매니쉬룩 사실 여성들에게 편협하고 이상적인 여성미, 즉 순결하거나 혹은 섹시함를 강조했던 20세기 초만 해도 매스큘린한 남성용 수트는 힘과 도전 정신의 상징이었다. 1966년 디자이너 입셍로랑이 남성용 턱시도를 재해석한 ‘르스모킹(Le Smoking) 수트’를 내놓으며 ‘매니쉬한 수트는 관능적이고 파워풀한 여성’이라는 이미지를 선포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보다 훨씬 전에 이미 전설적인 여배우 마를렌느디트리히, 그레타가르보, 캐더린헵번은 남성용 셔츠와 배기한 팬츠를 입고 영화에 등장, 도전적이고 팜므파탈적 매력을 드러낸 바 있다. 특히 아직도 가장 ‘매혹적인 다리’를 가진 여배우로 기억되는 마들렌느디트히리는 날씬한 긴 다리를 더욱 강조하는 피시넷 스타킹과 스틸레토 힐에 남성용 재킷 하나만 걸치고 등장, 남성을 파멸로 몰고 가는 팜프파탈적 이미지를 창출했다. 헐리우드 역사상 ‘가장 아름답고 신비한 여배우’로 남아있는 그레타가르보는 헐렁한 남성용 수트 속에 여신 같은 모습을 가둠으로써 다가가기 힘든 욕망의 대상, 그래서 더욱 갖고 싶은 여성의 이미지를 끌어냈다. 이처럼 매스큘린한 수트와 부드러운 여성의 골격이 충돌해 만들어내는 묘한 관능미는 단순히 ‘중성적 아름다움’이라는 용어로 표현하기 힘든 파워를 내뿜으며 여성의 남성화에 강한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남성들조차 무장해제 시키는 능력을 발휘한다. 말하자면 매스큘린한 수트 속에 강조되는 가늘고 유연한 여성미는 은밀히 숨겨온 남성의 본능 (지배받고 싶다:dominated)을 자극하는 성(性)적인 장치이자, 여성들에게는 지배와 권력을 표출하는 효과적인 통로인 셈이다. 따라서 올 시즌 디자이너들이 다시 매니쉬룩, 혹은 앤드로지녀스(androgynous) 스타일을 전진배치시키고 있는 것은 ‘여성미를 던지고 남성미를 입히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욱 파워풀한 여성미를 표현하기 위해 남성복이라는 틀을 차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매스큘린한 수트에 화려한 프린트가 돋보이는 쉬폰·실크 탑·원피스를 매치하거나 남성용 수트 디자인이지만 소재는 실크나 저지처럼 여성 특유의 곡선을 살려주는 소재를 택해, 여성미를 대비시키는 것이 올 시즌 매니쉬룩의 트렌드이다. 마를렌느디트리히 스타일 매니쉬룩의 또 다른 매력은 어떻게 ‘믹스·매치’ 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짙은 컬러의 팬트 수트가 프로페셔널하고 파워풀한 이미지를 만들어준다면 남자 친구의 팬츠를 빌려 입은 듯 배기 팬츠에 로고·프린트 티셔츠, 그리고 깜찍한 풋웨어와 액세서리를 곁들이면 발랄하고 생동감 넘치는 이미지를 준다. 또 슬림한 팬트 수트와 옥스퍼드 슈즈만 있으면 꾸미지 않은 듯한 쉬크한 멋을, 우아한 블라우스·셔츠에 배기한 팬츠를 매치하면 굳이 프릴과 플로럴 프린트로 휘감지 않아도 충분히 여성스럽다. 패셔니스타를 자처하는 빅토리아베컴이나 자연스런 멋이 아름다운 케이트허드슨의 파파라치 사진에는 서스팬더가 달린 배기한 팬츠가 종종 등장하는 것을 볼 수 있듯 매니쉬한 스타일은 감각적 스타일의 지름길일 수 있다. 그렇다면 올 시즌 매니쉬룩은 어떤 이미지를 추종하고 있을까? 간단히 말하면 캐쥬얼하고 중성적인 ‘애니홀’ 스타일보다는 섹시하고 관능적인 ‘마를렌느디트히리’ 스타일이라 하겠다. 즉 어깨와 허리를 강조, 파워풀한 여성미를 드러낸 1940년대 풍 매니쉬룩이 2008 패션계의 핫 트렌드로 떠오른 것. 실제로 마를렌느디트히리는 활동의 편이성이나 성적취향 때문이 아니라 당당하고 섹시한 여성미를 강조하는 장치로 랩코트·플리티드 팬츠·베레모 등을 선택해 여성미를 강조한 매니

예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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