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모펀드 에이팍스파트너즈(Apax Partners)에 인수된 후 브랜드 리포지셔닝 작업을 하고 있는 토미힐피거가 올 11월 뉴욕 피브스에비뉴에 2044㎡ 규모의 새로운 플래그십숍을 오픈한다. 4층 규모의 이번 매장은 이제까지 문을 연 세계 545개 매장 중 최대 규모의 플래그십 매장이라는 점 외에도 유명 패션 브랜드가 몰려있는 그야말로 ‘패션 일번지’에 전진기지를 마련한 것으로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매출 부진으로 인해 북미 유통망을 정리해야 했던 토미힐피거가 그의 디자인 토양이자 전성기를 가져온 미국에서 다시 승리의 깃발을 꽂기 위한 행군에 돌입했음을 알 수 있다.
노골적이다 싶을 정도로 ‘미국적 이미지’를 차용하며 랄프로렌과 함께 미국을 대표하는 디자이너로 자처했던 만큼 ‘소비자의 마인드를 읽지 못하는 안일한 제품구성’으로 매출 부진에 몰렸다는 세간의 비평은 그의 오기를 더욱 건드린 듯하다. 최근 미국에 문을 여는 매장에서 알 수 있듯이 위치나 규모, 내부 디자인 면에서 기존의 토미힐피거와 달리 업(up)한 이미지가 담겨있다. 에이팍스의 든든한 재정지원을 바탕으로 좀더 강화된 브랜드 이미지와 마켓을 노리고 있는 토미힐피거, 그가 어떻게 화려한 재기를 준비하고 있는지 알아보자.
미국 유통망 확대전
미국적 프레피 스타일로 1990년 초·중반 인기를 누리던 토미힐피거는 변화없는 아이템 구성과 힙합을 기조로 한 어번웨어가 타깃층을 잠식하면서 시장을 잃어갔다. 이런 그에게 손을 내민 것은 패션 사업 시장성에 눈독을 들였던 사모펀드 ‘에이팍스파트너즈(Apax Partners)’였다. 에이팍스파트너즈는 토미힐피거의 크리에이티비티는 보장하되 글로벌 브랜드로 재탄생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해줬고, 토미힐피거는 그의 장점이자 성장의 굴레였던 ‘미국적 프레피즘’의 한계를 벗어난 영역을 개척하고자 칼라거펠트(Karl Lagerfeld) 시그너쳐 라벨을 인수, 하이엔드 시장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샤넬가 펜디의 장기 집권 디자이너 칼라거펠트는 H&M과 한정본 라벨을 론칭, 디자이너와 별리되었던 미국의 일반 소비자들에게 폭발적인 반응을 끌어내며 그 이름을 각인시켰다. 그 후 칼라거펠트 라벨이 미국 시장에도 ‘통할 수 있다’는 확신을 주었는데, 바로 그 점이 토미힐피거가 브랜드 인수를 결심한 원인이 되었다.
그런만큼 이탈리아 제조업체 배프리오스틸레(Vaprio Stile)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 2008년 F/W 시즌부터 소비자와 만날 칼라거펠트 컬렉션이 기대만큼의 반응을 얻어낼 수 있을지 관심을 자아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한편 여전히 네임 밸류를 갖고 있는 토미힐피거 브랜드의 경우, 힙합풍 어번스트릿웨어나 셀러브리티 라벨과는 다른 ‘클래식하면서 모던’한 좀더 고급스런 이미지로 리포지셔닝하고 먼저 미국 시장의 유통망을 집중 정비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맨하턴 블리커스트리트에 문을 연 토미힐피거 여성 매장, 힐피거 데님(Hilifger Denim) 콘셉트 매장을 선두로 2008년 5월에는 플로리다 마이애미에, 11월에는 앞서 언급한 피브스애버뉴에 매장을 오픈할 계획이다. 특히 피브스애버뉴 매장은 토미힐피거 런어웨이 컬렉션, 힐피거데님 컬렉션을 비롯한 토미힐퍼거의 모든 라인이 판매되는 ‘라이프스타일’ 콘셉트 매장으로 미국 소비자들에게 토미힐피거 이미지를 강화시키고, 유통망에 새 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전략적 제휴, 혹은 전략적 결별
유통망 정비와 함께 토미힐피거가 내민 카드는 전략적 제휴와 전략적 결별이다.
즉 브랜드 이미지 업그레이드와 소비자의 매출 유도에 유리한 유통업체와는 전략적 제휴를 맺는다는 것이다. 제품의 품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라이선스로 생산하던 방식을 ‘인하우스(in-house)’ 시스템으로, 또 글로벌 마켓의 유통망을 직영체제로 바꾸는 작업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먼저 미국의 토미힐피거는 ‘메이시(Macy's) 백화점과 남녀 스포츠웨어의 미국 내 단독 리테일러 계약을 맺은 것이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이번 계약에 따라 미국 내 메이시 백화점에서 판매되는 토미힐피거의 머천다이징은 더욱 확대되고, 매장은 리뉴얼하고, 매장 위치도 소비자 접근성이 높은 좋은 위치로 배치되는 효과를 얻어냈다.
이 같은 합의는 ‘토미힐피거 효과’가 여전히 통한다는 증거나 다름없다.
한편 3월 초 토미힐피거제팬(Tommy Hifliger Japand)의 지분을 모두 인수하려던 계획은 글로벌 증시 악화로 미뤄졌다. 대신 시장의 환경에 따라 조금씩 지분을 인수
예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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