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들, 뿔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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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21 오전 11:49:07

디자이너들이 뿔났다. 런웨이 앞줄에서 디자이너의 유명세를 채워주던 셀러브리티들이 줄줄이 패션 사업에 진출하면서 그들의 영토를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위협’이라는 단어가 엄살처럼 들릴 지도 모르지만 한때 디자이너를 동경하는 스타들의 ‘깜짝 외출’ 정도였던 패션 사업이 이제는 성공한 셀러브리티들의 필수적인 코스로, 나아가 대대적인 사업현장으로 진화해가고 있다. 가뜩이나 경쟁이 심한 패션계에서 고군분투하던 디자이너들은 너무나 쉽게 ‘스포트 라이트’를 받는 셀러브리티 디자이너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심지어 일부 디자이너들은 ‘디자이너인 체 하는’ 셀러브리티들에 대한 반감으로 이들과 같은 무대에 서는 것을 꺼리는 현상까지 생겼다. 이번 L.A 패션주간은 이 같은 신경전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 현장이었다. 실제로 이번 LA 패션주간에서는 수왕(Sue Wong) 케빈할(Kevn Hall) 에드하디(Ed Hardy) 등 LA 패션주간의 단골 디자이너들은 사라지고 니키힐튼, 로렌콘라드 푸시캣돌즈 등 패션사업에 욕심 많은 셀러브리티들이 스포트 라이트를 독차지 했다. 물론 일각에서는 패션은 모두에게 개방된 것이라며 셀러브리티 디자이너 트렌드를 긍정적으로 해석하기도 하지만 주객이 전도되는 듯한 이 같은 현상은 ‘가짜가 진짜행세’를 한다는 수왕의 시니컬한 말을 떠오르게도 한다. 1968년부터 디자이너로 활약해온 수왕은 단순히 셀러브리티 뿐 아니라 그들의 형제 자매까지 패션사업에 뛰어드는 현실은 디자이너의 ‘전문성’ 보다는 ‘유명세’만을 노린 상술이라며 일부 셀러브리티들의 패션사업 욕심을 질타했다. 하지만 도회적이고 세련된 디자인 감성을 보이는 션디디콤스의 “션존(Sean John)” 이나 활동성과 섹시함을 겸비한 제니퍼로페즈의 “J.L0”. 실험성이 엿보이는 그웬스페파니의 “L.A.M.B” 같은 경우는 디자이너들을 자극하는 긍정적 셀러브리티 라인임을 인정, 자격을 갖춘 진지한 셀러브리티들의 패션 사업 진출에는 허용적인 태도를 보였다. 문제는 급작스런 인기를 바탕으로 무작정 패션에 뛰어들어 돈을 벌겠다는 일부 셀러브티리들의 행태다. 일례로 논란 많은 리얼리티쇼 “라구나비치(Laguna Beach) 힐스(Hills) 등에 출현한 금발 미녀 로렌콘라드는 이름이 조금 알려지자마자 캐쥬얼 라인 ‘로렌콘란드(Lauren Conrad)’ 컬렉션을 런칭, 온라인 사업에 뛰어들었고 각종 잡지들은 그녀의 어패럴 사업 소식을 경쟁적으로 실어주며 ‘고객 몰이’에 동조하고 있다. 이 같은 매스컴의 자발적인 협조는 진정 도움이 필요한 신진 디자이너들에게는 ‘하늘에서 별 따기’나 마찬가지여서 유명세를 이용해 너무나 쉽게 마케팅 효과를 얻는 셀러브리티에 대해 반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 반면 패션사업을 시작하는 셀러브리티들은 쉽게 사라지는 인기의 속성을 감안해 마케팅에 발쁘르게 움직이는 것이 뭐가 문제냐는 입장이어서 디이너들과 셀러브리티들의 껄끄러운 관계는 쉽게 가라앉을 것 같지 않다. 한편 스캔들 많은 언니와 달리 조용하게 패션사업을 펼치고 있는 니키힐튼은 LA 패션주간에 하이엔드 라인 ‘니콜라이(Nicholai)’를 무대에 올릴 예정이며, n속옷을 겉옷처럼 입는 일이 일상화된 푸시캣돌즈의 란제리 라인이 대미를 장식하기로 예정돼 있어 이래저래 디자이너들의 속은 편치 않을 듯 하다.

예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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