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몇 년간 패션계를 사로잡았던 이슈 중 한 가지는 그린 패션(Green Fashion), 일명 친환경 패션이었다. 테크놀로지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 패션의 속성을 생각할 때 일견 테크놀로지에 역행(?)하는 듯한 그린패션은 문자 그대로 환경에 피해를 덜 주는 환경친화 패션이다. 친환경 소재나 재활용을 소재로 활용하고 노동자의 인권을 보호하는 작업환경에서 제품을 생산한다는 점에서 오르가닉(organic) 패션+리사이클드패션(Recycled)+윤리적(ethical) 패션이 더해진 복합적 의미를 갖는다. 하지만 그린이라는 이름에서 느껴지듯 대다수의 소비자들은 유기농법으로 재배된 코튼 같은 자연섬유를 소재로 한 제품이 그린패션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종종 그린패션과 오가닉 이라는 단어가 혼동되어 사용된것이 사실이다.
사회적 이슈에 눈감을 수 있나
문제는 용어의 정의가 옳고 그름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소비자들이 더 이상 패션을 어패럴 영역에 한정시키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회적 문제와 뒤섞여 판단하기 시작했고 패션계도 이를 반영해 사회의 긍정적 발전에 기여해야 할 압력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좀더 직접적으로 말하자면 ‘사회적 이슈를 활용한 아이템은 팔린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제 패션계는 ‘페어트레이드(FairTrade)라는 또 다른 사회적 압력에 반응해야 할 시점에 처해있다.
최근 영국 정부가 페어트레이드 캠페인을 펼치는 “Fair Trade Foudation"과 협의, 자국내 페어트레이드 지원금으로 2010년까지 10억 파운드, 2012년까지 20억 파운드를 제공하고 페어트레이드 인증마크 사업을 펼치는 ‘FairTrade Labelling Organizations’ 측에 120만 파운드를 지원한다고 밝히면서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페어트레이드는 이제까지의 환경운동과 달리 원료 공급자에게는 정당한 가격을, 노동자에게는 합리적 처우를 제공하는 등 원료 공급부터 제품생산까지 환경에 끼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시키자는 조직화된 사회운동이다. 즉 이윤이 가장 중시되는 국제 무역시장에서 상대적인 약자(원료와 값싼 노동력을 주로 제공하는 저개발 국가)들이 공정한 대우를 받도록 유도하는 것이 페어트레이드의 목적인 것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지난해 말 WWF-UK(국제야생기금 영국지부)가 LVMH, 에르메스, 토즈 등 10개 럭셔리 업체를 대상으로 채점한 ‘Deep Luxury’를 발간하면서부터 점차 눈에 띄고 있다. 럭셔리업계의 윤리 사회적 인식과 활동의 미약성을 지적한 것과 맞물려 영국이 점점 커지는 페어트레이드 마켓을 선점하려는 의지가 엿보인다(Deeper Luxury 보고서에서는 로레알 그룹이 C+를 받아 1위, 토즈와 불가리가 최악의 평가를 받았다). 또한 페어트레이드 운동이 더 이상 의식있는 사람들의 사회적 운동이 아니라 국가적 이슈로 등장했다는 점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기업에 윤리성을 묻다
소비자들의 사회의식이 높아지면서 기업의 사업적 책임, 즉 윤리성은 소비자의 선택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로 등장했다. 친환경 패션이 패션계에 자원낭비와 환경오염의 문제를 던지고, 동물보호 운동가들이 ‘생명의 존중’ 메시지를 설파했다면, 페어트레이드 운동은 보다 당혹스럽게 기업의 양심을 묻는다는 점에서 그 파급력이 더 정치적일 수 있다는 견해다.
실제로 값싸고 트렌디한 의류를 생산, 자원남용을 부추긴다는 비난을 받았던 H&M은 유기농 코튼 의류의 생산을 늘리고, AIDS를 비롯한 사회이슈를 다룬 이벤트를 진행하는 등 이미지 개선 노력을 펼친 끝에 메딩지 그룹이 선정하는 ‘양심있는 기업 리스트’에 이름이 오르는 쾌거를 안았다. 브랜드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바꾸기 위한 포장재로 ‘사회의식’ 만큼 적절한 소재가 없음을 잘 보여주는 사건이다.
페어트레이드와 패션
그렇다면 페어트레이드와 패션은 어떤 식으로 연결되어 있을까?
그간 페어트레이드는 주로 커피, 쵸콜렛, 와인, 바나나, 코코아, 코튼 등 주로 제3세계의 농부와 노동자들이 생산하는 품목에 집중되면서 패션과는 직접적인 연관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이 주도적이었다. 특히 원산지가 확실히 구분되는 식료품과 달리 생산과정에 다양한 지역과 과정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의류의 경우 ‘원료 공급자’의 범위를 어떻게 정해야 할것인지부터 통일된 의견이 필요했다.
일단 페어트레이드 재단(Fair Trade Found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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