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날이 발표되는 미국 경기 침체 소식으로 증권투자자들은 우울증에 빠질 지경이지만 미국을 찾는 아시아와 유럽의 쇼핑객과 패션 버이어들은 물 만난 고기마냥 생기가 돌고 있다. 일부 디자이너들은 미국 달러화 인하와 경기 침체로 사업성장세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하며 긴장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많은 디자이너들은 오히려 지금이 패션계가 번영할 시기라는 해석을 하고 있다. 이들 낙관론자들은 달러 약세로 해외 쇼핑객들의 미국 관광이 늘어 패션 쇼핑 수요가 증가하고, 불황을 잊기 위해서 더 화려하고 멋진 디자인들이 쏟아져 나와 우울한 경기 상황을 잊으려는 소비자들과 상류층의 패션 소비는 오히려 증가한다는 심리적 분석을 내놓는다. 그리고 실제로 미국 유통가는 몰려드는 해외 쇼핑객들로 분주한 모습이다. <편집자주>
우울하면 쇼핑을?
사실 경기 침체기에 미니스커트가 유행하고 화려한 컬러와 프린트가 되살아난다는 패션의 역사(!)를 생각해보면, 그 어느 때보다 화려한 컬러와 프린트가 전진 배치된 글로벌 패션계의 발 빠른 행보가 이해가 되기도 한다. 경기가 침체되면 지출 절감에 나서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줄이는 부분이 불필요한 의류 쇼핑이라는 점을 역이용한다고나 할까?
다시 말해서 우울한 심정을 자극하기 위해 더 화려하고, 더 매력적인 아이템을 통해 소비자들의 우울한 심리를 비집고 들어가는 작전을 쓰는 셈이다.
하지만 심리적인 면은 일단 제쳐놓고 살펴보면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사태로 미국 내 소비자들이 지난 몇 달간 소비를 대폭 줄인 것만은 사실이다. 리테일러의 대목 시즌이라 할 크리스마스 홀리데이 기간에도 미국 소비자들은 지난 5년 대비 가장 낮은 구매력을 보였다. 심지어 럭셔리한 리테일러 삭스(Saks)나 티파니(Tiffany), 까르띠끄에, 반클리프&아펠 등의 럭셔리 브랜드를 거느린 리쉬몽(Richmont)의 매출도 급속히 위축됐다.
상업적 디자인이 강세 보일 듯
이처럼 소비를 미덕으로 알았던 미국 소비자들이 주머니 단속에 나서면서 디자이너들은 이들의 닫힌 주머니를 열기 위해 보다 상업적인 디자인을 전진 배치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뉴욕 패션 주간이 시작된 지금 무대에 화려하고 따뜻한 컬러와 디자인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 것도 이와 같은 소비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런어웨이 디자인이 실제로 소비자들에게 판매될 때는 좀더 ‘상업적’인 작업이 덧붙여지기 마련이지만 2008 봄·여름 시즌에는 이 같은 ‘상업적 손질’이 보다 대대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실제로 지난해 극심한 매출 부진을 겪은 리테일러들이 디자이너들에게 ‘보다 잘 팔릴 수 있는’ 제품을 요구하고 이런 제품을 바잉하려는 경향이 높아, 올 한해 패션계는 소비자들에게 보다 어필하는, 다시 말해 ‘보다 상업적인’ 디자인들이 패션계를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와중에 좀더 ‘실용적이고 보수적인’ 디자인을 통해 불경기를 피해보려는 움직임도 커져 지난 한해 여성들의 다이어트 강박증을 유발시켰던 ‘마이크로 미니’ 스커트는 좀더 길어진 ‘감당할 수 있는’ 무릎 위, 혹은 무릎 선으로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또 재고를 낮추기 위해 방만한 사이즈를 좀더 ‘타이트’하게 운영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어 ‘보통 사이즈가 아닌 소비자들’은 옷 구매에 다소 힘든 한해가 될 가능성도 있다.
해외 쇼핑객을 믿어봐!
美 국내 소비자들이 주머니 단속에 나서며 패션계와 리테일러를 긴장시키는 이 시점에 든든한 지원군이 나섰으니, 그들은 바로 달러 약세를 노려 미국을 찾는 해외 쇼핑객과 바이어들이다.
지난 크리스마스 시즌 최악의 매출 부진에 빠져들뻔 한 미국 쇼핑가에 든든한 자금줄이 되어주었던 이들 쇼핑객들은 2008 시즌에도 이들의 구매력이 가속화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 뉴욕 패션주간에 참석한 프레스 리스트는 그 어느 때보다 긴 4천여 명에 달해 이들과 함께 움직이는 해외 버이어들의 구매파워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이다. 즉 유로화 강세로 지난해 런던 패션주간을 찾은 미국의 버이어들이 자금줄을 탄탄히 조인 것과 달리 美 달러 약세로 자금력이 높아진 유럽의 버이어들은 미국 내 패션 오더에 적극성을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뉴욕 패션주간에 오른 디자이너들은 이 같은 유럽 버이어들의 더 많은 오더
예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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