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을 즐기는 패셔니스타들은 겨울만 되면 골치 아픈 고민거리에 시달린다. 매년 반복되는 난제는 바로 ‘모피를 입을 것인가 말 것인가?’하는 문제다. 디자이너들은 감각적이고 세련된 모피 아이템을 즐비하게 쏟아내며 여성들의 마음을 자극하지만, PETA(동물의 윤리적 처우를 원하는 사람들)를 비롯한 동물보호 단체들이 ‘모피=동물의 목숨을 대가로 한 잔인한 아름다움’이라고 비난을 퍼부어 대며 압력을 가하는 통에, 소심한 여성들은 모피를 입는 것이 중죄를 저지르는 기분을 느낄 정도다. 안 그래도 골치 아픈 세상에 내 마음대로 입고 싶은 옷도 못 입느냐고 반박할 간 큰 여성들도 있겠지만, 대다수의 여성들은 ‘모피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에 심각한 갈등을 느끼며 스트레스만 받게 된다. <편집자주>
너무나 이기적인 ‘친환경’
바로 여기서 우리는 엉뚱한 의문을 갖게 된다. 21세기 패션계의 가장 큰 화두 중의 하나인 ‘친환경 패션’-소위 그린 패션(Green Fashion)-은 화학적으로 생산된 섬유나 재료 대신 유기농으로 재배한 식물을 패브릭으로 활용, 자원 오염을 막고 자원 남용을 막자는 것인데 왜 유독 동물만은 친환경 패션의 소재에서 배제돼야 하는 것일까?
이 엄청난 발언에 당장 PETA 회원들이 몰려들지도 모르지만 식물과 동물 모두 자연을 구성하고 있는 동등한 존재로 바라볼 때 친환경이라는 용어는 따지고 보면 채식주의자 패션(Vegetarian Fashion)이라고 해야 더 맞을 듯 하다. 그것도 겉으로는 자연을 생각하는 척 하지만 속내는 인간의 건강에 더 유리한 소재를 찾다보니 화학적으로 합성된 섬유보다는 ‘유기농으로 재배된 섬유’가 좋다는 식의 이기심이 기반이 된 패션이 바로 친환경 패션인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환경 패션은 의식 좀 있다 싶은 셀러브리티나 디자이너들, 그리고 소비자들까지 절대적 권력으로 포섭하고 지배하며 하나의 트렌드로 성장하고 있으니 용어가 주는 매력은 정말 대단하다.
철저한 채식주의자(vegan)로 가죽이나 동물의 모피 사용을 노골적으로 반대하는 스텔라매카트니는 오르가닉 패브릭이나 고급 캐시미어, 실크 등의 소재를 즐겨 사용하는데 그렇다면 캐시미어와 실크의 원료는 과연 어디서 나오는 것인가?
양털은 어차피 길면 잘라야 되는 것이니까 캐시미어를 ‘친환경적인 소재’라고 넘길 수도 있겠지만 고급 양털을 얻기 위해 집단적으로 키워지는 양은 식물성 소재(?)에 속하긴 하나? 이 같은 극단적인 논리 전개는 극심한 피로를 부르는 만큼 일단 사회·환경적 의식이 있어야만 왠지 ‘트렌디한 사람처럼’ 여겨지는 21세기를 사는 여성들을 위해 친환경 패션(그린 패션)에 대해 알아보는 것도 도움이 될 듯 싶다.
유기농 패션·재활용 패션
친환경 패션은 크게 환경 피해를 줄이는 유기농 방식으로 생산된 패브릭을 사용하는 유기농 패션(Organic fashion)과 불필요한 자원 낭비를 막아 환경 피해를 줄이는 재활용 패션(Recycled fashion)으로 나눌 수 있다.
유기농 패션은 단순히 천연 섬유를 사용하자는 것이 아니라 코튼 같은 섬유 소재를 재배할 때 토양과 수질 오염을 줄이는 방법을 채택하고, 불필요한 염색이나 인공적 가공을 막아 2차적인 환경오염을 최소화 하는 한편, 섬유 재배 및 재배 과정에 참여한 사람들의 건강과 보수를 적절히 배려하는 인간적 대우까지 포함되는 것으로 환경오염이 적은 일부 합성 섬유도 유기농 패션에 포함된다.
즉, 재배 및 패브릭 가공 과정에 환경오염을 최소화하고 노동자들에게는 정당한 대우를 해주는 친환경·친인간적인 패션인 셈이다.
반면 재활용 패션은 버려지는 옷들로 인한 자원낭비와 환경오염을 막자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버려진 옷이나 패브릭을 재활용, 새로운 패션으로 순환시키자는 패션 운동이다.
환경 운동가 대니서가 주창한 ‘이미테이션 오브 크라이스트(Imitation of Christ)’는 재활용 패션을 실행하는 대표적인 업체로 각종 잡지나 모임에 할리우드의 젊은 스타들이 ‘이미테이션 오브 크라이스트’ 의상을 입고 등장, 친환경 패션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끄는데 성공했다.
한편 제3세계와 환경에 대해 관심을 갖다 못해 거의 정치적 행보를 보이고 있는 그룹 U2의 리더 보노는 아예 어패럴 라인 ‘이듄(Edun)’을 론칭하며 친환경 패션 사업에 뛰어들었는데, 남아프리카에서 유기농으로 생산한 코튼을 소재로 정당한 대우와 작업환경
예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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