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전문 케이블 방송이나 패션 잡지를 펼친다면 세상 모든 패션의 결론은 ‘럭셔리’ 브랜드로 귀결되는 느낌이지만, 대다수의 소비자들에게 럭셔리 브랜드들은 사회면의 사건 소식보다도 흥미가 덜한 소재인 것도 사실이다. 밥을 굶더라도 유명 모델이 착용한 잇백이나 패션 잡지에서 강권하는 머스트 해브 아이템을 구매하고 마는 여성들에게는 유명 디자이너와 브랜드 이름이 남자 친구 이름보다 정겹게 느껴지겠지만 ‘머스트 해브’ 아이템과 럭셔리 브랜드로 무장한 셀러브리티들이 각종 매체를 장식해도 많은 소비자들은 여전히 남의 얘기처럼 무심하다. <편집자주>
구입하지 않으면 뭔가 뒤쳐지는 듯한 느낌을 갖게 되는 머스트 해브 아이템이라는 용어는 태생적으로 럭셔리와 괴리감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인터넷과 매체 발달로 럭셔리가 대중화됐다고 주장하는 일부 럭셔리 업체들이 대중으로부터 더 멀리 도망가, 극소수의 고객을 타깃으로 한 ‘위버 럭셔리’를 따로 마련하는 호들갑을 떨기도 하지만 살기 바쁜 사람들에게는 그야말로 ‘럭셔리=사치품’에 불과할 뿐이니까.
하지만 바로 이 같은 사실, 즉 ‘럭셔리=사치품’이라는 간단한 공식이 바로 럭셔리의 존재 가치와 사회적 지배력을 갖게 하는 절대적 요소이며 럭셔리 시장이 무너지기 힘든 든든한 벽이기도 하다.
럭셔리를 움직이는 글로벌 엘리트
간단히 말해서 럭셔리 브랜드의 움직임은 대중적 반응보다는 럭셔리에 민감한 일부 소비자들에 대한 지배력으로 판단하는 것이 옳다.
물론 최근 들어 럭셔리 하우스들이 각종 매체에 모습을 빈번히 드러내며 소비자의 열망과 구입욕구를 자극하고 소비자에게 친근히 다가가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이는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는 럭셔리 마켓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전략적 마케팅의 일환이지 실제로 대중들의 세계로 사뿐히 내려앉겠다는 친절한 의도는 아니다.
콧대 높은 럭셔리 하우스들의 주요 고객은 과거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돈 많은 하이클래스’ 집단으로 경제적으로 풍요하고, 그 결과 교육 수준도 높은 글로벌 엘리트 집단인 것은 어찌할 수 없는 사실이다.
럭셔리 하우스들이 최근 환경과 사회적?정치적 이슈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광고나 각종 이벤트에 ‘의식 있어 보이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는 것도 속내는 소위 ‘글로벌 엘리트’들이 자산 불리기 뿐 아니라 사회적 이슈에 관심이 높다는 특성을 반영한 것으로 결국 럭셔리 브랜드들은 애초에 대중의 반응보다는 이들 글로벌 엘리트들의 반응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체질을 갖고 있다. 다시 말해 이들에게는 럭셔리 제품이 자신의 사회적, 경제적 위상을 알려주는 성공의 상징이자 ‘더 나은 세상을 위한(!)’ 그들의 열망과 관심을 표출하는 도구로 작용하는 것이다.
실제로 럭셔리 시장의 또 다른 축으로 떠오른 아시아, 라틴아메리카, 동유럽의 경우 경제적으로 풍요해진 중산층들이 그들의 신분을 표시하는 장치로 럭셔리 구입에 열을 올리고 있어 럭셔리 브랜드는 그 자신이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어떤 사회 속에서 그 사람의 신분을 알려주는 가늠자로 자리하고 있다.
윤리적·사회적 점수는 몇 점?
그렇다면 이처럼 글로벌 엘리트들의 신분의 상징으로 자리한 럭셔리 브랜드들의 윤리적·사회적 점수는 몇 점이나 될까?
기업 마인드가 도입됐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폐쇄적이고 은밀한 럭셔리 업계의 특성으로 인해 구체적인 내부 자료를 확보하긴 힘들지만, WWF-UK는 환경·사회적 이슈에 대한 반응 및 투자를 기준으로 구찌, 입셍로랑, IWC, 가르니에(Garnier), 루이비통(Louis Vuitton) 등 10개 럭셔리 브랜드들을 대상으로, 해당 기업이 밝힌 윤리적인 투자 내역과 각종 매체와 비영리 단체들이 평가한 점수를 종합해 A(최고)부터 F(최악)까지 점수를 매긴 ‘Deeper Luxury’ 보고서를 내놓았다. 그런데 각 부문별 점수를 합쳐 100점 만점으로 채점한 결과를 보니 조사대상에 오른 그 어떤 럭셔리 업체도 C+ 이상의 점수를 받지 못한 것으로 밝혀진 것.
이 같은 결과는 사회·윤리적 이슈에 반응하는 의식 있는 모습을 덧칠하고 있지만 럭셔리 브랜드들의 사회·윤리적 의식은 여전히 상술의 범위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씁쓸함을 갖게 한다.(참조:WWF-UK(world wide fund for nature 영국지부-글로벌 야생동물 환경
예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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