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화된 사이즈 체제, 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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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05 오전 9:35:09

거식증을 유발시키는 말라깽이 모델에 대한 국제적인 논쟁의 시발점이 됐던 스페인이, 이제 자국내 여성 어패럴의 사이즈 체계를 통일화하기 위한 칼날을 뽑아들었다.
지난해 우르과이 모델 루이젤 라모스가 패션계의 체중 압박에 의한 거식증으로 사망하자 스페인 마드리드시와 패션계가 BMI(체질량지수) 18 미만인 말라깽이 모델은 런어웨이에 오르지 못하게 하면서 깡마른 체형을 ‘아름답게 여기는’ 패션계의 관행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후 이탈리아와 프랑스, 미국 패션계 인사들이 동참하면서 예상보다 그 파장은 오래갔다.
마드리드에서 말라깽이 모델 문제가 처음 제기됐을 때만해도 거만한 유럽 패션계는 ‘패션 변방에서 화제 거리를 만들기 위한 쇼’라고 생각하거나 자유로운 디자이너의 미적 정서를 제한하는 편협한 사고방식으로 치부했다.
하지만 이 문제가 사회적으로 이슈화되면서 이탈리아 패션계는 인종적 특성을 반영한 BMI 지수를 마련했고, 미국 패션계는 영양학자와 함께 모델들의 건강에 대한 컨퍼런스를 여는 등 ‘말라깽이 모델’에 대한 패션계의 책임을 어느 정도 수긍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영국에서는 기형적으로 마른 모델을 선호하는 이유를 키는 크지만 몸은 아직 성장하지 않은 어린 모델이 등장했기 때문이라며 16세 미만 모델의 런어웨이 활동을 제약하기도 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갑자기 덩치 있는 (?) 모델들이 무대를 점령하는 일은 여전히 찾아보기 힘들지만 패션계가 ‘기형적으로 마른 소수의 모델’에 한정됐던 시선을 벗어나 일반 소비자, 일반 여성에 대한 체형을 다시금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정부 주도, 사이즈 표준화 작업 계속
말라깽이 논란이 어느 정도 잠잠한 지금 스페인을 다시금 주목하게 하는 것은 다양한 사이즈 체제로 소비자를 현혹시키는 패션계의 관행에 정부가 제동을 걸려하기 때문이다.
스페인 정부는 각기 다른 사이즈 체제로 소비자를 혼란시키는 패션계의 관행을 막기 위해 실측 사이즈를 기준으로 사이즈 체계를 표준화 시키는 작업을 벌이고 있는데 이는 기존의 사이즈 표식은 그대로 두고, 사이즈만 슬쩍 늘린 ‘눈속임 사이즈’가 횡행하고 있다는 점이 원인으로 작용했다.
특히 트렌디한 브랜드일수록 독자적인 사이즈 스펙을 활용하는 경향이 있어 이번 사이즈 체계 표준화 정책은 소비자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트렌디 브랜드들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스페인 건강성은 1차적으로 59개 마을을 찾아 12~70세 여성 1만415명의 사이즈를 측정, 스페인 여성들의 사이즈 체형과 사이즈에 대한 분석에 돌입했고, 12월 21일까지 작업을 계속해 내년 1월 중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스페인 패션 리테일러들과 제조업체, 무역단체들도 정부의 사이즈 표준화 작업에 동참을 밝혀 스페인 여성들의 실제 체형에 근거한 사이즈 체제 표준화 정책이 실현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패스트 패션의 대명사 자라(Zara)를 소유하고 있는 인디텍스나 망고(Mango), 엘꼬르떼잉글레스(띠 Corte Ingles) 백화점, 의류체인 꼬르떼피엘(Cortefiel)이 이미 동참을 선언해 의미가 큰데, 이들 리테일러는 스페인 뿐 아니라 해외 시장에서 활약하고 있는 만큼 브랜드를 넘어선 사이즈 표준화 정책은 스페인 국외 어패럴업계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스페인 전역에서 무작위로 뽑힌 여성들을 상대로 실측 사이즈를 측정, 이를 기준으로 어패럴 사이즈를 책정하려는 스페인 정부의 작업은 깡마른 모델의 이미지가 아닌 ‘진짜 일반 여성’의 건강한 신체적 아름다움을 알리고, 깡마른 모델들의 세상에 압력을 느껴온 ‘진짜’ 여성들의 심리적, 신체적 부담을 덜어 건강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와 함께 스페인 정부는 비정상적 체형에 대한 강박증을 일으키는 깡마른 마네킹을 쇼윈도우에서 없애고, 사이즈 38(영국 10) 이상의 마네킹으로 대체하는 안을 내놓았는데 일부 매장에서는 이를 즉시 수용, 기존보다 체구가 큰 마네킹을 쇼윈도우에 디스플레이하고 있다.
그간 빅 사이즈로 취급돼온 46(영국 15)사이즈를 일반 사이즈에 포함시켜 빅사이즈에 대한 시각을 완화하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건강한 신체, 소비자의 선택권 보장이 목표
스페인의 사이즈 표준화 정책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다이어트를 유발시키는 패션계의 마케팅으로 인해 왜곡된 신체상

예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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